양계장 건물 짓기 - 2013 선린병원 단기팀과 함께 2
2013년 10월 2일 토요일, 선린병원 단기팀과 함께 자랴치니에서의 이틀째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알마티 북쪽으로 바이세르께(우띠겐 바띄르), 제트겐을 지나면 자랴치니 마을이 나옵니다. 구글 어스로도 정확하게 지명이 나오네요.
자랴치니에서는 올 초여름부터 시작한 양계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렵게 자랴치니 현 위치의 땅을 구할 수 있었고 양계장용 축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재정이 넉넉한 상태에서 시작한 게 아니다보니 중간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축사 세 동이 만들어졌고 올 6월 초, 병아리를 이곳에 옮겨 와 기르기 시작했습지요. 사료를 먹이는 것이 아니라 효소, 유기농 방식으로 일일이 먹이를 준비해야 하는지라 옆에서 보기에도 무척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일을 위해 한국에서 오신 정선생님의 지도로 현지인들에게 기술도 전하면서 일은 조금씩 진척되어 갔습니다. 올 12월에는 달갈을 수확(?)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양계장 일을 돕는 현지인 일군은 2사람인데 본인조차도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닭들에게 영양분이 충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선생님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모임의 확장을 위한 사역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사방 천지가 바짝 말라 있는 반사막 초원 한 가운데 나무로 지어 놓은 축사인지라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지만 2년 후면 초기 투자금을 상환할 수 있고 다시 이를 다른 지역에 설치, 보급해서 모임과 사역자의 자립을 도울 거라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일을 선린병원 단기팀이 오늘 하루 이 일을 돕기로 한 것입니다.
양계 축사 안으로 쥐나 다른 동물들이 못 들어오도록 보강 울타리를 두르는 일, 겨울 식량을 위해 잡곡을 혼합하는 일, 겨울 식량 저장 창고를 짓는 일이 오늘 우리가 할 일입니다. 사진에 보이는대로 단기팀이 도착하기 전에 창고를 짓기 위한 구덩이를 이미 이렇게 파 놓았습니다. 돌멩이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모래 땅인지라 상대적으로 파기는 쉽지만 튼튼하게 기둥과 뼈대를 세우는 게 어렵지요.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선 현지인 리더 사빗 아저씨의 지시를 잘 따라야만 했습니다.
창고를 세우기 위해 새로 구입한 건축 자재는 전혀 없습니다. 기둥과 지붕에 사용된 목재는 며칠 전 도로가에 잘려 버려져 있던 나무 기둥들입니다. 팀원 중 남자들은 어깨에 나무를 매고 지붕과 양 쪽 끝을 오가며 사빗 아저씨의 지도에 따라 지붕 뼈대를 놓기 시작했고 여자 팀원들은 양계 축사 벽 두르는 일이나 먹이 준비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병원에서만 일했던 의사, 간호사들이 언제 이런 일을 해 봤을까요? 나무 기둥 하나를 들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사빗 아저씨는 "평소에 이런 일 안해봤지?" 라며 단번에 알아채셨죠. 하지만 함께 땀 흘리는 이 귀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습니다. 모두가 한 팀이 되어 한나절 내내 이 일을 위해 매달린 끝에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뼈대가 왼성되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뼈대 위해 갈대(보통 갈대보다 훨씬 두꺼운 대나무 같은 갈대 줄기입니다.)를 초가 지붕처럼 얹으면 지붕이 완성됩니다. 올 겨울 눈이 염려스럽긴 하지만 제법 기둥이 튼튼해보여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일을 마친 팀원들에게도 적은 도움이나마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지요. 늘 의료 사역 테두리 안에서만 맴돌아야만 하는 의료팀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자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쓸쓸한 양계장 일을 한국에서 온 7명의 젊은 사람이 힘을 합쳐 돕다보니 양계장 겨울 준비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도 큰 힘과 위로가 된 시간이었지요.
자랴치니에서 2일간의 활동을 마친 단기팀은 다음 날에는 S 지역 주일 모임에 참석해서 현지 형제자매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지역, 국가, 민족을 초월해서 뻗어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지요. 마침 이 날은 모임이 시작된지 4년이 되는 기념일이어서 방문객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단기팀도 찬양을 준비해서 이 특별한 날을 축복했는데 회중들이 그들을 향해 축복송을 불러줄 때는 감격에 겨워 울기도 했지요. 한국에서 신앙 생활을 하다 막상 이런 ㅅㄱ지로 나와보면 함께 예배하는 이 분들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눈물이 고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이 주시는 마음입니다.
예배 후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카자흐에서는 식사 시간에 항상 차를 마시지요. 차를 마실 때는 항상 쵸컬렛이나 사탕을 곁들이는데 정 없는 경우 설탕을 차에 넣어 마시기도 합니다.
모임에 나오는 소년소녀들과 함께...
S 지역 모임을 마치고 알마티의 명소 침불락에 올라갔습니다. 10월 13일... 첫 눈을 만질 수 있었지요^^ 알마티에서 느끼는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 아래서 감사가 절로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