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I 의 겨울 - 낯선 겨울.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의 7월은 한국의 1월에 해당하는 겨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ICI 는 뉴질랜드 북섬의 해밀턴에서 30분 정도 남쪽으로 떨어진 '떼 아와무투' 라는 타운에서도 10분 정도 떨어진 외딴 지역입니다. 뉴질랜드에서도 내륙에 위치한 시골이라 오클랜드 같은 대도시에 비해 겨울철 기온이 2도 정도 더 낮다고 합니다.
도착한 날 밤부터 우리 가족은 추위를 느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겨울은 한국 겨울과는 사뭇 다릅니다. 푸른 잔디가 살아있고 예쁜 꽃도 피는 겨울입니다.
물론 밤에는 온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며칠 전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아침에는 이렇게 하얀 서리가 내립니다. ( 이 서리 속에 풀 뜯는 소가 더 인상적이지만...)
전기 장판을 깐 침대에서 자고 있는 우리는 새벽녘에 쌀쌀한 추위를 느낍니다. 새벽녘에 기온이 더 냉각되나 봅니다.
그래서 밤에는 담요를 뒤집어 써야 하고...
항상 전기 라디에이터를 끼고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낮이 되면 상황은 딴판입니다. 낮 기온은 13-5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햇볓이 내리쬐면 겉옷이 거추장스러울 정도죠.
이 곳은 새 소리도 많이 납니다. 형민이는 이곳의 새들에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새 소리에 따라서....
'토새'(우웩 우웩하며 토하는 것 같이 소리낸다고 해서....) , '상위권 새'(닌텐도 게임에서 3위 안에 들면 나는 소리와 비슷하게 낸다고 해서...), '알쏭달쏭 새, 개구리 새, 딱딱 새, 전화벨 새... 사실 훨씬 더 많습니다^^
며칠 전 아이들은 죽은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 큰 나무 아래에서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이쁜이의 무덤' - 까맣고 예쁜 새의 죽음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알록달록해서 '알록새' 라고 불리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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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라곤 하지만 곳곳에 예쁜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동백꽃이 있어 너무 반가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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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을철에 볼 수 있는 꽃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곳은 우리 집 앞입니다. 부엌 싱크대 창 밖으로 내다보면 바로 미끄럼틀이 보입니다. ICI 안은 차 위험이 없어 매우 안전합니다.
겨울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아침마다 썬 크림을 발라야 하지만...벌써 아이들의 얼굴은 잘 익은 밤송이가 되었습니다.
부엌 창문 옆으로는 한가로운 시골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주변은 모두 목장입니다.
하루종일 풀 뜯는 소와 눈길을 마주치는 일이 가장 큰 일입니다.
가끔 소들은 우리집 부엌을 뚫어라 쳐다 봅니다. 못 보던 녀석들이 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항상 달력 그림이 부엌에 붙어 있다고 느낄 정도죠.
이 부엌 창문을 통해 놀라운 일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어제는 암소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축사도 아니고 우리집 부엌 앞 풀밭에서 출산을 했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는 일어서지도 못했고 엄마 소는 열심히 새끼를 핱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소는 오랫동안 새끼를 핱으며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우려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안타까운지 "무우..." 하고 여러번 울었고 주변의 친구 소들도 방문했습니다.
1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가 엄마와 친구 소들도 모두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걸 본 선화는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며... 옆 집으로 달려가기도 했지요. 새끼 소가 벌판에 버려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20여분 뒤 엄마 소와 친구 소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 왔습니다. 다시 핱아 주고.. 일어서도록 응원해 주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 갔습니다.
드디어 갓 태어난 송아지가 일어서는 역사적 순간입니다. 우리도 부엌 창문에 서서 이 극적인 순간을 함께 나눴죠.
성은이는 이곳에 심겨진 떡갈나무 아래에서 도토리를 많이 주웠습니다.
성은이가 당분간 다람쥐 식량을 보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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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도착한 다음 날, 아이들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은이는 유달리 밝은 별과 달님을... 성은이는 아파트가 아닌 우리 집을 그렸습니다.
도착한 첫날 밤, 형민이는 '막막하다' 며 울먹였지만.. 다음 날 이곳에서 바로 친구들을 만났지요.
다음 주 개학하는 아이들의 학교는 '떼 아와무투' 타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차로 10분 정도 달려야 합니다. 새로운 학교 생활에 걱정이 많지만... 아이들 역시 조금씩 이곳 생활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