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22년 1월 (65호)

 주 안에서 열방의 증인으로 함께 부름받은 동역자님께 알마티에서 문안드립니다. 이번 기도편지는 카자흐스탄에 발생한 유혈사태 소식부터 전합니다. 160명이 사망하고 8,000명이 체포된 이번 유혈충돌 사태는 한국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기에 내부자인 저희보다 더 많은 소식을 먼저 접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현지 LPG 가격 폭등으로 촉발된 항의 시위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고 알마티 일대에서 무장 시위대와 정부군, 러시아군 중심의 CSTO 평화유지군이 충돌하는 유혈 시위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사태로 치달았습니다.  

 저희 가정은 1월 4일, 몇몇 M가정들과 늦은 밤까지 모임을 갖고 돌아오는 길에 모바일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는게 이상하다고 여겼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다음 날인 5일 아침에서야 사태가 심각함을 알게 되었는데 하루종일 인터넷이 불통이었고 시내 전화도 불안정했습니다. 이 날 19일까지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알마티 시가 봉쇄되었으니 외부로 나가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6일에는 총영사관과 영사안내 문자를 통해 23시부터 대테러작전이 예정되어 있으니 절대 외출하지 말고 밤에는 실내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명 최소화, 커튼치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5일부터 9일까지 5일 동안 인터넷이 완전 차단되었기에 저희는 밖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봉쇄되었을 때도 인터넷은 가능했는데 모든 통신이 끊기자 그야말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국외에 계신분들이 더 빨리 아시고 저희들에게 연락을 주셨었지요.

 며칠 뒤 국제전화마저도 차단되자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되기 시작했고 한국에 있는 아들 형민이에게 우리 대신 이메일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했던 4일부터 9일까지는 알마티 전역에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습니다. 낮에도 잿빛 하늘에 짙은 안개로 어두웠고 밤에는 가로등 아래에서도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로 덮여 현지 분위기는 더욱 침울하고 비장했습니다. 저희 집은 알마티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기에 무장 시위가 치열했던 알마티 동쪽 지역으로부터 멀었지만 8일부터는 집 주변에서도 시위대와의 총격전이 벌어져 총알이 날아다닌다는 소식에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10일 오전에서야 인터넷이 들어왔고 조금씩 답답했던 상황이 풀려 갔습니다. 오후에 다시 인터넷이 끊어졌지만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11일부터 인터넷이 하루종일 가능하고 대중교통도 재개되기 시작했습니다. 14일부터 알마티 국제공항이 정상화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보니 거리 곳곳에서 유리창 깨진 은행과 전당포, 약탈당한 점포와 매장 진열대, 뜯겨나간 보도블록과 불타 버린 건물이 보였습니다. 빵을 구하기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이 보였는데 시위로 인해 빵 공장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는 19일까지 지속됩니다. 시내에는 여전히 총 든 군인들이 보이고 검문소마다 사람과 차량을 수색 중이고 시 외곽에는 여전히 탱크가 서 있습니다. 코로나도 다시 기승을 부리는데다가 외국인들이 현지인을 부추겨 시위를 조장한다는 오해도 있어 당분간 현장 예배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국가비상사태 속에 맞은 지난 주일은 인터넷이 불통인 상태였기에 줌을 이용한 온라인 예배도 어려웠습니다. 함께 모일 수는 없지만 교인들이 각자의 처소에서 같은 시각, 같은 말씀으로 묵상하고 예배 드리기로 결정했고 본문을 딤전 2장 1-4절로 정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한 중에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니라. 이것이 우리 구주 하나님 앞에 선하고 받으실 만한 것이니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데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말씀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 참 진리를 볼 수 있도록, 백성들의 힘겨운 삶을 느끼고 헤아릴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또 카작 사람들 모두를 구원하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묵상하고 아뢰었습니다.  

1월 19일까지 비상사태는 이어지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저희도 무사하고 주변에 크게 어려움 겪은 분들이 없어서 너무나 다행입니다. 안부 물어봐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화유지군이 철수를 시작했지만(러시아군은 19일까지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야간통행금지는 계속되고 있고 유언비어를 막는다는 이유로 통신보안(인터넷 SNS)이 더욱 엄격해졌습니다. 사람 모이는 것을 제한하고 있기에 교회로 모이기 어려워졌고 모든 통화가 도청된다고 하니 서로 전화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도시가 봉쇄가 되었을 때에도 온라인 모임은 가능했는데, 지금은 통신 보안 때문에 그것도 어렵습니다. 계속 기도해 주세요. 이곳 교회 모임을 다시 시작하는 때와 장소를 잘 정하도록, 현지 성도들이 믿음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저희들이 지혜롭게 잘 도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얼마 전, 이곳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이런 언급을 했습니다. "일부 국가 기관의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업무탓에 (사태가 초래되었다).....국민에게 합당한 몫을 돌려주고 제도적으로 국민을 도울 때가 됐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이 발언이 감사하게 들렸습니다. 카자흐스탄이 정말 효율적이고 유능한 정부가 되어 국민을 돕는 나라가 되도록, 만연한 부정부패와 극한의 빈부격차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훌륭한 리더십이 세워지도록 기도해 주세요.

(현지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진들이 많지만 민감한 시기인지라 일부러 이곳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구글에서 'almaty news' 라고 '이미지 검색' 만 하셔도 생생한 현지 모습을 보실 수 있고 영상으로는 KBS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2022.1.8 방송) '푸틴은 왜 카자흐스탄에 군대를 보냈나?'를 유튜브에서 보시면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됩니다. 네이버에도 많은 분석 기사가 올라와 있네요.)

다음은 비상사태가 발발하기 직전의 교회 모습입니다.    

지난 12월 12일 저희 집에서 주일 예배 드리는 모습입니다. 최근 몇 개월은 예배 처소의 문제로 성도의 가정을 돌아가며 예배를 드렸는데 1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씩 기존의 깔까만 종교 건물에서 예배 드리기로 했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이선화 M은 토요일마다 교회 청소년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이 날은 특별히 김밥과 성탄 쿠키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통상 토요일 모임은 한국어 교실, 간식, 성경공부, 워십 댄스, 기타 교실로 이뤄집니다.   

 1월 첫째주 깔까만 센터에서 예배드릴 때 교회 청소년들이 배운 기타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입니다.

이곳의 코로나 상황은 최근 들어 갑자기 역사상 최고 확진자 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막 시작되나 봅니다. 오늘도 확진자 수가 12,000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길거리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일일 사망자 수는 아직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 소식도 전합니다. 오는 3월에 둘째 시은이가 중앙대 간호학과에 입학한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시은이는 지난 6월에 텐샨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의 대입전형을 끝내고 알마티로 돌아와 텐샨학교 보조교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사랑으로 교육받은 곳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하지만 이미 집이 되어 버린 알마티를 떠나 한국에서 새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 때때로 마음이 무거워 보입니다. 많은 MK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생각에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요. 시은이의 한국 적응 과정에 하나님께서 세밀하게 만져주시길 기도합니다.

 첫째 형민이는 한국에서 대학 2년을 마쳤고 오는 3월 28일을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대학생활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학사관과 교회에서 좋은 공동체를 만나 섬김과 성장이 있는 2년이었기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군에 가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셋째 성은이는 텐샨학교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오가는 중에도 마음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성은이도 오는 6월에 텐샨학교를 졸업하는데 그렇게 되면 삼남매 모두 이곳을 떠나게 됩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이렇게 진통을 겪으며 2022년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아픔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해 주리라 믿습니다.

 

[ 기도 제목 ]

1. 카자흐스탄 현지 상황은 아직 불안합니다. 이번 반정부시위는 깊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이번 일이 왜 발생했는지는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30년 독재를 지나는 동안 부정부패와 빈부격차는 커져갔고 국민들의 반정부 감정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인구 2천만명의 카자흐스탄 전체 부의 55%를 단 162명이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혹자는 이번 유혈 시위사태 배후에 전직과 현직 대통령간의 권력 투쟁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카작 정부는 중국(신장)-중앙아시아-중동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이번 사태의 배후라고 지목합니다. 이유야 어쨋든 유혈사태가 발생하면 국민들의 삶은 위축되고 고통받습니다. 딤전 2:1-4 말씀처럼 카작 사람들이 평안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카자흐스탄의 정치가 안정되고 지도자들이 국민을 위하는 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합니다. 정국이 안정되어야 교회가 현장에서 모일 수 있고 믿음이 연약한 자들을 격려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이 땅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2.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온라인 예배에서 오프라인으로 전환한 것이 지난 9월이었습니다. 이후 조금씩 현장 예배를 진행하면서 다시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당국이 이슬람 테러 세력을 배후로 여기고 있기에 종교 단체에 대한 검열과 감시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이고 외국인들이 현지인들을 접촉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강화될 것입니다. 현지인 중심의 교회로 세워진 우리 교회 공동체가 더욱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을 깊이 알아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통신 보안이 강화된 뒤로 지난 6개월 동안 매일 아침마다 왓츠앱 화상통화로 1시간씩 이어져 오던 여성도들의 아침 기도회가 중단되었습니다.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온라인으로도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 기도회와 예배를 다시 세울 수 있을지 하늘로부터 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기도편지는 매 3개월마다 동역자님께 배달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