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21년 10월 (64호)
주 안에서 열방의 증인으로 함께 부름받은 동역자님께 알마티에서 문안드립니다. 지난 기도편지에서는 1년 3개월만에 현지 교회의 온라인 예배가 대면 예배로 전환했다는 소식과 함께 저희 집 둘째 시은이가 이곳 MK학교를 졸업했음도 알려드렸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코로나 상황은 봄철에 또 하나의 정점을 지났고 백신 접종율이 증가함에 따라 확진자 추이는 줄어갔습니다. 올 여름도 시은이의 입시와 작년에 수술을 받았던 이선화 M의 검진을 위해 온 가족이 잠시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저희 가정이 한국으로 출국할 6월 말, 델타 변이가 출현하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예약한 티켓이 있음에도 항공기에 탑승할 수 없다는 통보를 출국 당일, 공항에서 받았기 때문입니다(탑승 인원 제한으로). 십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또 시작이구나' 라며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낍니다. 발권 데스크 앞에서 2시간 동안 읍소와 항의를 하면서 하늘 아버지께 계속 아룄습니다. 자가격리 2주를 고려할 때 그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향후 입시 일정에도 큰 차질이 생기니까요. 그리고 늘 그렇듯이 이륙 직전에 극적으로 탑승을 허가받고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1년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습니다. 한국에서 혼자 산지 1년 반이 지난 형민이는 이젠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습니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2년동안 온라인 수업만 했는데 내년 초 입대할 예정입니다. 오빠의 모습은 동생들에게 자랑스럽고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시은이는 자가격리 풀리자 말자 입시 준비로 바빴습니다. 다른 한국 학생들처럼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데 11월말까지 면접이 이어집니다.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시은이가 대학에 가서도 한국 사회를 배워가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길 기대합니다.
저희가 한국에 있는 동안 머물렀던 숙소는 경기도 용인의 작은 아파트인데 자가격리 기간을 빼면 약 6주 정도 지냈습니다. 작년에 유방 수술을 받았던 이선화 M도 이 기간에 추적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도 초음파 검사에서 새로운 결절이 관찰되어 세침흡입 조직검사를 해야 했고 결과가 좋지 않아 맘모톰 시술까지 해야 했습니다. 작년에도 맘모톰 결과가 좋지 않아 결국 수술을 받았기에 적잖이 염려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기에 그 분께 맡길 수 밖에 없었지요. 알마티로 돌아오기 1주일 전, 맘모톰 조직검사는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친 8월 중순, 가족은 알마티로 돌아왔습니다. 막내 성은이의 개학이 임박했고 이선화 M의 MK 학교 사역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시은이도 입시 중이지만 잠시라도 알마티에 오고 싶었습니다. 알마티로 돌아와보니 현지 상황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여름이 되면서 델타 변이 여파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하루 7-8천명 대로 치솟았고 7월부터 모든 종교시설의 모임이 다시 금지된 것입니다. 카자흐스탄 종교법에 의하면 모든 종교 모임은 등록된 종교 건물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주일 모임 장소가 폐쇄됐기에 대면예배가 불가능해졌고 다시 온라인 예배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 된 것입니다.
교회는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1년 3개월을 기다려 어렵게 재개한 대면예배를 다시 이전의 온라인 예배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각 가정의 집을 돌아가며 주일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가정이 한국에 있는 동안 이렇게 시작된, 성도 가정에서의 주일예배는 가정모임이 주는 따뜻함과 풍성한 교제까지 더해져 더 기대되는 주일 예배가 되었습니다. 물론 준비하는 가정은 힘든 점이 있겠지만 가정을 열어 공동체를 섬기는 훈련도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습니다.
9월 중순에는 홈클럽이라는 휴양지에서 야외예배를 드리며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쉼과 은혜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추워지면서 가정에서 모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알마티의 코로나 상황이 위험상황에서 경계상황으로 바뀌면서 10월부터는 기존의 으르겔르 종교건물에서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을 때에 맞춰 인도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올 여름에는 만 15살이 된 아블라이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사진 속의 중간) 아블라이는 저희 교회 리더 중 하나인 코사이언의 아들인데 어릴 때 친모를 결핵으로 잃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긋나지 않고 바르게 자라고 있는 멋진 친구입니다. 분리 개척 이후 성도 가정의 2세가 세례를 받는 건 처음인지라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교인들이 아블라이가 앞으로 목사님이 되길, 복음 전도자가 되길 빌며 축복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세상 어디에서나 예수를 주님으로 선포하는 카작 청년이 되길 기도합니다.
교회에는 아블라이 또래의 아이들이 몇명 더 있는데 어느새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청소년으로 쑥 컸습니다. 이선화 M은 토요일에 있는 청소년 모임을 도우고 있습니다. 말씀도 나누지만 함께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게임도 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이 시기에 필요한 놀이와 관계 형성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시은이의 입시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감사하게도 여름에 지원했던 학교 중 한 군데에서 합격 소식을 받았고 10월 말에 있을 면접까지 마무리하면 모든 지원 과정은 끝나고 12월 말에 최종 결과를 받게 됩니다. 시은이는 알마티에 잠시 돌아와서도 텐샨학교를 돕고 있습니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사랑하는 알마티, 열정을 쏟았던 텐샨학교에서 스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ELL(English Language Learner) 학생들을 돕고 워십댄스 클럽 지도와 축구팀 서브 코치를 맡아 바쁘게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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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M은 한국에 남아 시은이의 9월 수시 서류 접수를 한 뒤 형민이와 추석을 함께 보냈습니다. 마지막 면접고사를 위해 지난 10월 7일 한국으로 다시 입국한 시은이를 도와 남은 입시 일정을 모두 마치면 알마티로 돌아오게 됩니다. 한국에 머물면서 기회가 생기는대로 소화기내시경 시술 경험도 쌓았는데 앞으로의 발걸음을 하늘 아버지께서 인도해 주시길 간구하고 있습니다. 10월 초에 온라인으로 열린 17차 의료선교대회 중앙아시아 지역 발제자로 참가해 여러 선교사, 선교사 지원생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온 가족과 현지 교회는 여름을 분주하게 보내고 새로운 결실의 계절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 기도 제목 ]
1.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교회의 대면예배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안전하게 지켜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종교 시설에서든 가정에서든 모일 때마다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온라인 예배 기간 동안 말씀 인도자로 잘 훈련된 성도들이 있습니다. 굴루루, 로자, 아이샤 이 세 사람이 대면예배에서 말씀을 나눌 때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지혜가 임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또 교회 청소년 모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믿음의 씨앗이 잘 심겨지도록, 각자가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카자흐스탄 유일의 MK학교인 텐샨학교는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자라는 곳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요동없이 상황들을 헤쳐가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선생님들이 새로 오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문이 닫히면서 비자가 가능한 이 땅으로 많은 교육 M 들이 오실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아름다운 공동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텐샨학교로 세워져 가길 기도합니다.
3. 시은이가 남은 입시 과정을 잘 마무리하고 결과는 하나님께 온전히 맡긴 채 인도해 주시는대로 내년 대학 생활을 기쁨으로 시작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대학 2년을 보내고 있는 형민이는 내년에 군대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복무할지 군대에서의 삶 역시 미리 하나님께 의탁드립니다.
4. 막내 성은이는 올해 12학년,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학생회 부회장을 맡은 데다 어려운 과목과 과제가 많아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원래 알러지 체질인데 올해 유달리 비가 적게 오면서 알마티 모든 곳이 바싹 마르고 먼지도 많이 날리는지라 알러지 증상이 유난히 심해지며 힘들어 합니다. 면역력이 좋아지고 잘 이겨낼 힘이 생기도록 기도합니다.
기도편지는 매 3개월마다 동역자님께 배달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