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21년 6월 (63호)
주 안에서 열방의 증인으로 함께 부름받은 동역자님께 알마티에서 문안드립니다. 지난 번 기도편지에서 저희 가족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한 후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며 기도해 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확진 판정 3주 만에 PCR 검사가 음성으로 전환되었고 격리를 풀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앓았던 독감과는 달리 숨 쉴 때의 가슴 답답함과 피로감이 오래 간다는 느낌이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면역력을 획득했다는 사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곳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에 오히려 감사드리게 됩니다.
4월에 또 다른 정점를 보였던 카자흐스탄의 코로나 상황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이미 작년 여름에 수많은 사람들이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은 채 코로나에 걸리고 사망했습니다.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병원마다 병상이 부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 원인 미상의 괴질, 폐렴이 창궐한다는 얘기가 돌던 때입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이제 이곳 상황도 조금씩 호전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려 면역력을 획득했다는 점과 현재 시행되는 백신 접종이 환자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러시아의 스푸트닉 백신이 국내 승인을 받아 카작흐스탄 내에서 자체 생산되어 사람들에게 접종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과 부작용을 우려하며 이 백신 접종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특별한 절차 없이도 대형 쇼핑몰 등지에서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줄 서서 백신을 맞을 수 있기에 한인들도 많이 접종을 받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중국의 시노 백신이 대량 반입되었고 쿠바 처럼 카자흐스탄 자체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어쨋든 코로나 상황은 이렇게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춰 저희가 섬기는 현지 교회도 주일예배를 대면 예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주일예배와 수요기도회, 아침 기도회를 대신해왔는데 이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지난 주, 주일예배를 코사인 집에서 드리고 난 뒤의 모습입니다. 예배 후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며 묵은 얘기들을 나눴지요. 온라인 예배와 모임에 적응하지 못했던 몇몇 사람들과도 다시 이전처럼 신앙생활을 격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몇 년간 주일학교를 맡아왔던 시은이와 성은이에게도 부쩍 자라 버린 아기들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시간입니다. 이번에 텐샨학교를 졸업한 시은이에게는 알마티를 떠나기 전, 현지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일 예배 후 코사인 집 앞에서 함께 한 모습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주일 예배 장소가 2014년까지 모였었던 으르겔르 건물로 바뀝니다. 지난 3년간 모였던 깔까만의 건물은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더 이상 모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으르겔르는 훨씬 보안이 좋고 건물도 크고 주변에 나무도 많아 우리 같은 미등록교회가 예배드리기 좋은 처소입니다. 코로나를 딛고 새로운 길을 나서는 교회 공동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6월은 졸업시즌입니다. 저희 가정의 둘째 시은이는 지난 6월 10일, 텐샨학교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뜻깊은 졸업식을 맞았습니다. 시은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을 떠났는데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MK 학교인 텐샨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과정을 갖추고 있기에 10년 이상 다닌, 가족같은 텐샨학교를 떠나는 셈입니다. 시은이는 저희 삼남매 중 가장 운동으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축구, 농구, 육상.... 그동안 저희 기도편지를 받으셨던 분들은 체육고등학교를 다니는 것 같았던 시은이의 활약상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마지막 1년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절반 이상이 온라인 수업이었고 스포츠 활동은 불가능했기에 타고난 활동가인 시은이에게는 최악의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공동체를 아끼는 시은이는 많은 제약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영광스런 졸업식에 떳떳이 설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졸업하는 12학년은 모두 14명이고 대부분 M 자녀들입니다. 이들은 졸업 후 미국, 한국, 독일, 러시아, 리투아니아 등의 대학으로 진학하는데 시은이는 한국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은이의 졸업은 본인 인생에서도 큰 사건이지만 저희 부부에게도 하이라이트입니다. 또 하나의 인생길 모퉁이를 돌아서며 깊은 감동과 감사를 느끼는 시간입니다. 큰 딸 시은이는 학교 찬양팀 리더이자 축구부, 농구부 주장이고 이벤트의 여왕입니다. 오빠 형민이와는 달리 매사에 적극적이고 도전을 즐기지만 자신이 설정해 놓은 높은 목표로 인해 늘 힘들어하는 쉽지 않은 아이입니다.
삼남매 중에서 아빠를 가장 많이 닮았고 성격도 아빠를 닮았습니다. 앞으로 6개월동안 한국에서 입시를 치뤄야 하는데 하나님 안에서 담대하게 그 과정을 준비하도록, 감사와 기쁨으로 그 분의 길을 걷도록 기도해 주세요.
6월은 저희 가정이 파송받은지 만 11년이 되는 달입니다. 늘 이 맘 때가 되면 그 때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잘 해 왔는지.... 뭐가 힘들었는지... 뭐가 감사했는지 돌아봅니다. 지난 11년간 저희 가정의 기도편지를 받아보신 분들에게도 시은이의 졸업 사진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주는 표지가 될 것 같습니다. 막막하기도 하고 아무 계획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분은 자기 백성 하나하나를 이렇게 키워 주십니다.
졸업까지 소식을 전하려다보니 기도편지가 조금 늦었습니다. 올 여름은 시은이의 입시로 인해 저희 가정도 잠시 한국을 방문합니다. 이성훈 M은 서울 방문 기간 동안 짧은 내시경 연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며 하나님께 다음 의료사역은 어떻게 인도하실지를 물어왔습니다. 내년 이맘 때면 막내 성은이까지 텐샨학교를 졸업하게 되는데 그 때까지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시은이의 새 출발, 현지 교회의 새 출발, 저희 가정의 앞날까지 그 때처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6월입니다.
[ 기도 제목 ]
1.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오랫동안 대면 예배를 못 드렸지만 현지 성도들과의 모임은 이전보다 활발하고 성도들의 자율성도 한껏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제는 온라인 상에서 말씀을 나누기도 하고 짧은 설교도 맡아 하고 있습니다. 대면 예배로 바뀌더라도 성도들의 참여가 계속 확장되어 현지 성도들의 의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교회 공동체로 서 가길 기도합니다. 이를 통해 교회를 이끌어나갈 현지인 리더가 자연스럽게 세워지길 기대합니다. 또, 공동체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코사인이 대면예배 전환을 통해 주님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올 여름에는 시은이 입시라는 관문이 있습니다. 2년 전 첫째 형민이 때의 경험이 있기에 아이들의 진로는 하나님이 개입하심을 믿습니다. 마음이 약해지기 쉬운 시은이가 은혜 안에서 그 시간을 잘 보내도록 기도해 주세요. 또 작년 이맘 때 부산에서 유방 부분제거술을 받은 이선화 M의 추적 검사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크고 작은 일로 놀라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해 왔습니다. 올 여름도 하늘 아버지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기도편지는 매 3개월마다 동역자님께 배달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