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21년 2월 (62호)

 주 안에서 열방의 증인으로 함께 부름받은 동역자님께 알마티에서 문안드립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지만 더 큰 기대와 소망으로 시작한 한 해입니다. 이 기도편지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도입부를 다르게 시작했었는데 이젠 다른 소식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저희 가족 모두가 코로나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곳 카자흐스탄의 코로나 상황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하루 7-800명의 신규 확진자는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늘 써야 하는 갑갑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다니는 텐샨학교는 조심스럽게 정상 수업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교내에서 그만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최초에 11학년 학생 하나가 지역사회로부터 감염되었고 이로 인해 11학년 반 아이들과 가족 사이에 의심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다른 학년으로 퍼져 나갔지요. 저희 가정에서는 이성훈 M이 5일 정도 두통, 발열, 근육통, 기침이 심했고 이선화 M도 4일 정도 고생했습니다. 시은이와 성은이는 다행히도 약간의 두통과 미열만 보이고 넘어갔습니다. 인근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PCR 검사를 받았고 2월 11일에 가족 모두 양성이라는 확진 결과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주변 분들이 많이 걱정해주셨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잘 회복되고 있는 중입니다. 일반 독감보다 조금 더 길게 간다는 느낌이고 증상이 심해졌다 좋아졌다를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등하교길에 보이는 학교 주변 모습은 코로나 이전과 바뀐게 하나도 없는데.... 코로나 현실은 믿기지 않네요. 이번 기도편지에서는 지난 연말, 성탄절을 앞두고 교인 가정을 심방하던 모습을 소개할까 합니다. 물론 확진되기 전의 모습입니다.

 학교에서는 수업 외 어떤 방과 후 활동도 불허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성탄절을 앞두고 MK 찬양팀 '제이플' 아이들이 저희 집에 모여 찬양하는 모습입니다. 자신들의 찬양 모습을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며 소통하는 온라인 시대에 최적화된 요즘 아이들이지요.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예배가 여전히 어렵지만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일까지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벌써 코로나 사태가 1년이나 지속되고 있기에 공동체의 운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만나야 했습니다. 사실 심방을 가면 한국 사람만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합니다. 음식을 나누거나 얘기하는 부분에서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맞닥뜨려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지요.

 허허벌판에 집을 짓고 있는 알리야 가정을 방문할 때의 모습입니다.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참 잘 왔다 싶었습니다. 남편은 인근 빵 공장에서 일하고 있고 엄마와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 지내는 두 아이입니다.

 미람굴 가정에도 왔습니다. 이 집에는 여동생과 사촌들의 아이들까지 모여 살고 있습니다. 카작 사람들은 친족간의 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고 이렇게 친척 집에 사는 아이들이 많지요.

 성탄 심방은 며칠에 걸쳐 계속되었는데 하루는 시은, 성은이도 우리를 따라 나섰습니다. 여곳은 누르자말의 집입니다. 작년 이맘 때 이 집 큰 딸 잔사야가 뇌종양으로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시은, 성은이는 이 날의 심방과 교제를 함께 경험한 뒤 자신들도 카작 교회 공동체의 일원임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역시 모임을 해야 공동체의 결합력은 강해지나 봅니다.

 온라인 예배에는 잘 참석하지 않는 코사인 집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코사인은 대면이 아닌 온라인 예배는 맘에 들어하지 않지만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은 반갑게 맞아 줍니다. 연말 시즌은 이렇게 낙심한 사람들을 찾아가기 좋은 계절입니다.

 성탄 선물은 깔까만에서 모이는 교회 지체뿐 아니라 멀리 북쪽 60Km, 자랴치니에서 모이는 지체들에게까지 전달되었습니다. 자랴치니 사역자인 사빗한을 통해 선물로 인해 모두 크게 기뻐했다는 감사 인사가 전해졌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온 뒤로도 저희 가정은 12월 31일, 밤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송구영신예배를 드립니다. 지난 해의 감사 제목과 새해 소망을 나누는 시간이지요. 올해는 형민이가 한국에 떨어져 있기에 처음으로 줌을 이용한 온라인 송구영신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1월 1일 첫날, 알마티 도심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침불락으로 올라갔습니다. 스키타는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이지만 새해 첫날을 맞아 신선한 공기를 쐬러 산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여기는 해발 3,200미터 입니다. 이선화 M 뒤로 텐샨산맥의 빙하가 보이는 곳이지요. 잠시 코로나 마스크를 벗고 희망을 노래하기 좋은 곳입니다.

 기도편지의 시작을 저희 가족의 코로나 확진 소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참 우스운 것이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에는 1년 동안 코로나에 안 걸리려고 마스크 쓰고 그렇게 조심하며 염려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덜컥 걸리고 나니 오히려 맘이 홀가분해졌다는 것입니다. 이젠 더 이상 코로나가 무섭지 않으니까요. 이제 곧 완치되고 나면 두려움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주 더 격리 기간을 채운 뒤 다시 PCR 검사를 받을 예정인데 무사히 음성 판정을 받고 정상 생활로 돌아가길 기대합니다.

 

[ 기도 제목 ]

1. 아이들 학교는 지난 11월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상태였습니다. 소규모 학교다 보니 카작 정부 지침 상으로도 대면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뜻밖의 집단 감염으로 2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마스크를 쓰더라도 친구도 만나고 정상 수업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었는데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아이들이 받는 실망감이 큰 상태입니다. 특히 올 6월에 학교를 졸업하는 시은이는 입시에 대한 중압감까지 겹치면서 이래저래 조금 예민해져 있습니다. 온 가족이 코로나 감염을 잘 이겨내도록, 온라인 수업 기간동안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은혜가 주 안에서 넘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1년이라는 코로나 기간 동안 온라인 중심의 예배 모임과 기도회가 잘 이어지도록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니다. 주일 예배 말고도 수요기도회가 줌으로 이뤄지고 있고 특별히 여자 성도들은 매일 아침 8시부터 1시간 가량 줌으로 아침 기도회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쉽게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코로나 이전보다 기도회나 모임이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알마티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도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모임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모임 가운데 하나님 주시는 은혜가 성도들의 삶에 날마다 넘치도록 기도해 주세요.

기도편지는 매 3개월마다 동역자님께 배달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