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20년 7월 (60호)

 주 안에서 열방의 증인으로 함께 부름받은 동역자님께 알마티에서 문안드립니다. 어느 해보다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가 돋보이는 여름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곳은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번 기도 편지에서 카자흐스탄은 3월 17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고 3월 19일부터 알마티를 비롯한 대도시들이 완전 봉쇄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동안 저희 가족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장보기도 최대한 배달에 의존하면서 4개월간 집 안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하늘과 육상 교톻을 완전 차단한 도시 봉쇄는 3개월 동안 지속되었지만 그 기간에도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모든 나라가 그랬듯이 경제적 위기 속에 한 달 전에 봉쇄를 해제했는데 사람들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바이러스 확산 속도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하루만에 확진자 수가 1천 2백명 증가했습니다.

 7월 14일 현재 카자흐스탄 확진자 수는 6만 2천명에 달합니다. 14억 인구의 중국도 8만 3천명인데 전 국민 인구가 1천 8백만밖에 되지 않는 카자흐스탄에서 벌써 6만 2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2주 전부터 다시 도시 봉쇄를 한 상태이지만 1차 봉쇄 때보다 그 수위가 낮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 더 이상 확산을 차단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지난 7월 10일 중국 정부가 중국 국경과 인접한 카자흐스탄 지역에서 원인 미상의 폐렴 환자가 수천명 발생했다는 보도를 하는 바람에 코로나 보다 더 위험한 괴질이 카자흐스탄에 돌고 있다는 국제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의료기관 비중은 공공의료기관이 80% 이고 사립의료기관이 20% 정도이지만 이는 단순한 숫자 비교일 뿐이고 실제로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는 역량은 사립병원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열이 나는 감염환자는 100% 구급차를 통해 공공의료기관으로 이송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응급의료번호를 눌러보면 환자가 너무 많아 병실이 없으니 집에 머물라는 안내가 나오는 실정인지라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많은 환자들이 검사와 진료를 받지 못하고 집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에 흘러나온 괴질이라는 폐렴도 십중팔구 진단이 되지 않은 COVID-19 감염환자로 보입니다.

 벌써 카자흐스탄 교민 상당수는 이미 한국으로 들어간 상태이고 많은 M들도 올해는 본국사역을 결정하고 일시귀국을 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통계에서 카자흐스탄발 확진자가 일주일간 53명으로 해외유입 확진자의 40%가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곳은 한국 방역당국의 요주의 국가가 되었고 한국과의 직항 항공편도 주 2회에서 1회로 줄어들고 (원래는 주 8회였습니다) 모든 외국인 입국자에게는 코로나 음성 검사결과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언제 한국행 항공편이 다시 완전히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서 이곳에 남아있는 M들도 한국으로의 일시귀국 일정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가는 것도 어렵습니다. 지난 7월 13일 새벽, 에어 아스타나 항공편을 통해 귀국하려던 한국인 M 두 가정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못했습니다. 탑승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한국 정부로부터 항공기 탑승율을 60%로 줄이라는 요구를 받은 현지 항공사가 출발 직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공항에서 티켓 가격 순으로 승객의 60%만 탑승시키면서 비행기에 타지 못한 것입니다. 한 가정은 전원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고 다른 가정은 아버지만 알마티에 남고 나머지 가족만 한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생이별한 M 가족은 공항에서 발만 동동 굴렀고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출발 전 항공사 관계자가 한국인들만 따라 모아놓고 한국측 조치로 비행기에 다 탈 수 없게 됐으니 한국 대사관에 연락해 보라고 말한 바람에 한 밤중에 한국총영사와 영사 관계자가 총출동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두 가정 모두 저희와 친밀한 가정인데 한국으로 떠난 가족 중에 두 사람이 코로나 양성으로 판정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지난 11일 저녁에는 이곳에 와 있는 M 가정으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일주일 째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데 오늘부터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고 있으며 이 날부터 항생제를 먹기 시작했는데 설사도 하고 미음도 못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현지 의료 기관에 대한 불신이 있기에 가능하면 집에서 참으면서 저절로 낫기를 바라는데 이 경우 상태가 악화되면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이곳에선 무조건 103 호출을 해서 구급차를 불러야 합니다. 그러나 대개 현지 의료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기에 막다른 골목에 들어설 때까지 망설이게 됩니다. 이 분도 에어 앰불란스까지 고려하다가 여의치 않으면서 결국 구급차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스타나에 있는 저희 회사 사역자 가정도 엄마와 아기가 모두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코로나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온 가정인데 매주 줌으로 소식을 주고 받던 가정인지라 저희도 걱정이 많이 됩니다.

 지난 번 기도편지에서 말씀드린대로 저희 교회는 봉쇄 이후 4개월 동안 Zoom을 사용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간이 길어지면서 교인들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고 대면 접촉이 안되는 상황에서 현지 성도들을 격려하고 돌아보는 일은 부족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긴박한 이곳 상황 때문에 당분간은 이렇게 모임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주 모임에서 우측 사진의 '로자' 가 큰 오빠 가정의 세 사람이 코로나로 사망했고 장례식에 갔던 여동생의 남편과 가족 두 사람 모두 코로나에 감염되어 중환자실에 있으며 여동생도 열이 나고 있다며 기도 제목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교인 가족 중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 때문에 교인들도 영적으로 위축되고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교인들 모두가 이 광야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어렵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온라인 수업을 이어오던 이곳의 MK학교는 6월 초, 온라인 종업식과 졸업식으로 학기를 마쳤습니다. '오는 9월에는 학교도 가고 축구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소박한 바램은 현재로선 기약이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과 학생 중에서도 다수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텐샨학교도 안전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어서 빨리 치료제와 백신인 나와서 하루빨리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도 지난 4개월 동안 조마조마한 맘으로 집 근처 가게에 다녀오는 것 외에는 하루종일 집 안에 갇혀 있습니다. 아이들도 방학을 했지만 하루 종일 집에만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푸른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태풍이와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8일은 당시 생후 1개월된 강아지였던 태풍이가 우리집에 온지 8년이 되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이 날을 태풍이 생일로 정하고 챙겨주고 있지요. 태풍이 앞에 놓인, 시은이가 만든 특별식과 촛불이 보이시지요.  

 이선화 M은 지금 한국에 있습니다. 한 달 전에 평소 불편하게 느끼던 부위에 대한 검진을 받기 위해 혼자 한국으로 들어갔는데 최근 시행한 유방 조직 검사에서 악성으로 변할 수 있는 조직이 확인되어 완전한 진단과 제거를 위해 맘모톰 시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5주 동안 두 딸과 저만 알마티에 남아 있었는데 위험한 현장에 남겨진 가족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이선화 M 혼자 외롭게 시술을 받게 하는 것은 아니다 싶어 조만간 두 딸과 함께 잠시 한국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게다가 지난 7월 11일 한국세계M협의회(KWMA) 에서 카자흐스탄 M 들을 본국으로 귀국시키라는 권고가 나올 정도로 현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에 잠시 상황을 피해 한국에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최근 카자흐스탄발 확진자가 늘면서 한국행 국적기는 이미 끊겼고 카자흐스탄 국적기는 주 2회에서 1회로 줄어든데다 2일 전부터는 탑승율 60%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한 바람에 한국행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한국에 가더라도 코로나 검사를 받고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에 부담스러운 일정입니다. 아이들 학교 개학은 8월 중순인데 현 상황이라면 온라인 개학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많은 불확실성 속에 하반기를 맞습니다. 만 10년간의 사역 기간 중 가장 쉽지 않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M... 그러나 이 또한 하나님의 계획이시기에 순종하는 맘으로 이 때를 지나갑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니까요. 감사와 평안 속에 하나님의 인도함을 잘 받고 이 시간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 기도 제목 ]

1.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예배를 드린지 4개월이 넘었습니다. 교인들 중 어떤 분들은 외국인들이 용기가 없다고 얘기하면서 예년처럼 올 여름에도 야외예배 겸 세례식을 오프라인에서 개최하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재 M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늘고 교인들 가정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아직 대면 접촉으로 돌리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지혜롭게 이 시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성령님을 의지해서 말씀과 기도 속에서 영성을 잃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특별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현지 성도 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2. 사역자의 길을 걷다보면 하나님이 여실 때가 있고 닫으실 때가 있음을 압니다. 그 분께서 보여주시는대로 순종하며 사는 삶이 사역자의 삶이자 우리 모두의 삶입니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외부 사역이 어렵지만 저희 가족 역시 영적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해주세요. 하반기의 사역 계획도 하나님께서 열어주시길 기도합니다.

3. 이선화 M이 8월에 맘모톰 시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평안을 주시고 의료진과 모든 시술 과정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나머지 가족들도 잠시 한국으로 나가는 항공편을 예약해 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M들이 티켓을 끊었지만 공항에서 항공기를 타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무사히 한국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기도편지는 매 3개월마다 동역자님께 배달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