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20년 1월 (58호)

주 안에서 열방의 증인으로 함께 부르심을 받은 동역자님께 중앙아시아 알마티에서 문안드립니다. 매년 새해 첫 날이면 '꼭주베' 언덕에 올라가서 알마티의 새해 축하 풍경을 즐깁니다. 올해는 안개가 짙게 깔린 바람에 온 가족이 꼭주베 대신 '대통령 공원' 에 들렀습니다. 공기도 맑고 넓은 터가 있는 이곳에서 알마티 시민들과 함께 폭음이 터지는 불꽃 놀이를 바라보며 희망찬 새해를 출발했습니다.  

 대통령 공원의 야간 조명은 꽤 화려합니다. 산 아래 도시인 알마티는 눈이 많은 곳인지라 작년만큼 춥지는 않지만 12월 말에도 꽤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한국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알마티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형민이도 함께 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2010년에 파송을 받고 한국을 떠났기에 2020년은 한국을 떠난 지 만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올 가을이면 시은이도 12학년(졸업반), 성은이는 11학년이 되지요.

 

 세월은 이렇게 흘렀지만 우리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은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2011년 1월부터 샹으락교회에 출석한 저희는, 그 동안 한 교회를 계속 섬겨왔고 2년전 부터 그 교회에서 분리 개척된 교회(깔까만교회)에서 현지 성도들과 함께 믿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난 3개월 동안은 저희와 함께 교회를 섬기고 있는 다른 M 가족이 안 계시는 바람에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교회 일을 챙겨야 했습니다. 사진은 교회 내의 여성 제자훈련 모임입니다.

 지난 번 기도편지에서 기도를 부탁드렸던 쟌사야의 모습입니다. 지금은 이 사진보다 훨씬 더 힘든 상태입니다. 두 번의 항암치료 후에도 종양의 크기에 아무 반응이 없자 병원에서는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없다고 선언하고 환자를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집에서 튜브를 통해 액상 음식만 공급받으며 지내던 쟌사야는 지난 토요일에 다시 상태가 악화되어 인근 병원에 또 입원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쟌샤야의 엄마인 누르자말은 믿음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온 교회가 이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쟌사야는 뇌간 종양으로 인해 6개월을 살지 못할 거라고 판정받은 상태입니다.

 쟌사야의 엄마인 누르자말과 이선화 M 모습입니다. 누르자말과 그녀의 남편은 2년 전 여름, 우리 교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깝차가이 호수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벼락이 떨어진 것입니다. 누르자말의 딸이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자 평소 누르자말이 교회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던 주변 친척들은 조상부터 섬겨온 이슬람교를 버리고 예수 이단을 따라 간 벌을 받는다며 등을 돌렸고 아무도 문병을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누르자말은 "지난 9월부터 우리 가정을 찾으며 위로하는 사람들은 교회 식구들밖에 없어요" 라며 흐느낍니다. 교인들이야말로 이 가정의 유일한 친척이며 가족인 셈입니다. 무슬림 땅에서 이제 막 예수님을 따라가는 이 가정에게 왜 이런 시련이 생겼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저 함께 기도하며 이 막막한 상황을 이겨나가길 간구할 뿐입니다.

 지난 번 기도편지를 받으시고 기도로 격려해 주시고 후원금까지 보내신 동역자 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하늘로부터 오는 위로가 쟌사야 가정에 넘치도록 계속 기도해 주세요.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하나님은 새로운 영혼들을 교회로 계속 보내고 계십니다. 사진은 지난 1월 아이나굴이라는 성도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이 때 아이나굴은 몇몇 친척들을 그 자리로 불렀는데 찬양하고 말씀 나누는 자리에 그들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아이나굴의 사촌 언니인 말리카가 그 자리에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겠다고 결단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날은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 주일 예배 때 말리카는 자녀 넷과 함께 교회 앞에 나와 온 가족을 소개하며 앞으로 열심히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간증을 했습니다. 온 성도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감사의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인 월요일 오후, 교회 단체 왓츠앱 방에는 말리카의 딸이 열이 나고 아프다며 기도해 달라는 기도제목이 올라왔고 이후 말리카가 교회에 잘 못 간 것 같다고 말하며 교회에 나간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시험에 든 것입니다. 샤머니즘이 깔려있는 중앙아시아 땅에 살고 있는 종교적 성향이 많은 카자흐 인들은 가끔은 너무 쉽게 예수님을 영접하고 얼마 있다가 길가나 돌짝밭에 뿌려진 씨앗처럼 씨앗을 빼앗기거나 제대로 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줍니다. 그래서 영접 기도는 귀한 것이고 축하할 일이지만 차분하게 바라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여름에 이성훈 M이 아즈맛과 아이다나 라는 젊은 부부를 만나는 모습입니다. 카자흐인 중에서는 이렇게 신앙을 가진 젊은 부부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 이 부부가 교회를 찾아 왔을 때는 둘 다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신앙도 반듯한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되는 부부였습니다. 그래서 따로 식사 자리를 잡아 두 사람의 가족과 배경 얘기를 들으며 우리 교회에 뿌리를 잘 내리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즈맛이 5년 전에 마약을 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내인 아이다나는 임신 8개월입니다. 이곳 젊은이들에게 마약은 쉽게 노출되는 유혹인데 최근 한 마약 조직이 경찰에 잡혀 범죄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아즈맛의 예전 잘못이 드러나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새 마음으로 새 가정을 이뤄 살아가려는 젊은 부부에게는 또 다른 날벼락이 닥친 것입니다. 초신자든지 기존 신자든지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 주변에서 이렇게 크고 작은 일들이 꼬여 뒤죽박죽인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기도합니다. 특별히 아내인 아이다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어두움을 밝히시고 삼킬 자를 찾아 다니는 마귀의 궤략을 파하시고 주님을 의지하는 자에게 새 힘 주시길 기도합니다.  

 추수감사예배 때 깔까만 교회와 자랴치니 교회가 한 자리에 모인 모습입니다. 두 교회는 한 교회에서 개척된 형제 교회이기에 절기 때마다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언뜻 보면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어설퍼 보이지만 이 모임 가운데 하나님이 일하고 계십니다. 사람의 마음이 바뀌고 삶이 바뀌고 하나님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일어나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어려움은 언제나 있지만 이 땅의 교회는 희망이 있습니다.

 매달 첫째 주 찬양예배를 준비하는 저희 부부의 모습입니다. 옆 방에 있던 형민이가 아빠, 엄마가 집에서 열심히 찬양하며 준비하는 모습을 봤나 봅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한국 교회에서 섬길 때도 함께 수요예배 찬양팀, 교회 선교학교 찬양팀으로 섬겼고 각자가 선교단체 찬양모임이나 병원 찬양팀으로 활동했기에 카작 교회에서 섬길 수 있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예배와 찬양이었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우리 주님께서도 이 부분을 사용하셨음을 알수 있습니다. 카작어를 막 배우는 초창기에는 반주자로 몇 해를 보내게 하셨고 준비가 되자 찬양예배까지 인도하게 하셨습니다.

 작은 교회, 작은 모임이지만 찬양하고 말씀을 나누며 기도하는 찬양예배를 통해 한국이나 카자흐스탄이나 똑같이 영광 받으시는 우리의 창조주, 우리의 구원자를 만나고 사랑을 고백하게 하십니다.  

 매달 첫 번째 토요일은 교회 리더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12월 모임은 저희 집에서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코사인, 마디나, 마하밧, 굴루루, 로자 는 깔까만 교회의 주축 리더입니다. 자랴치니 교회의 사빗한도 함께 한 모임에서 한 해 동안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 다음 달을 준비했습니다. 2020년에도 카자흐스탄 땅의 교회 가운데 일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찬양합니다.

 매년 새해 첫 주에는 저희 회사 모든 식구들이 모이는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전 세계에서 이 땅을 섬기기 위해 모인 팀원들이 함께 모여 말씀, 찬양, 기도로 새로워지고 우리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지고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이지요.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캐나다,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독일, 한국에서 온 16명의 M이 함께 이 땅을 섬기고 있습니다. 올해도 산 속의 작은 집을 빌려 3일 동안 각 가정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진행했던 사역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으로 컨퍼런스를 시작했습니다.

 여기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따라 사역지로 나온 MK 들입니다. 이보다 더 어린 아이들은 다른 식탁에 앉아 있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저희 자녀들 뿐인데 이제 회사 MK 그룹의 제일 큰 형, 언니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소식을 전합니다. 둘째 시은이(11학년)는 11월 첫째 주를 끝으로 축구 시즌을 마쳤습니다. 사진은 중앙아시아 축구대회(CASC, Central Asia Soccer Classic) 결승에서 아깝게 지고 난 뒤 서로 격려하는 모습입니다. 시은이는 축구, 농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주장이기도 한 시은이는 이번 축구 시즌에만 10골, 3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CASC에서도 8강, 4강에서 결승골을 기록하면서 대회 올스타 선수로 뽑히기도 했지요. 축구 코치는 시은이를 대학 축구 선수로 추천했고 영상 자료를 만들어 미국에 보내기도 했는데 정작 시은이는 정작 대학을 어느 나라로 갈 지도 못 정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기에 체육 분야도 관심이 있어서 첫째 형민이보다 진로 지도가 더 복잡할 것 같습니다.

 시은이와 성은이는 학교 찬양팀과 한국 MK 찬양팀(제이플)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은이는 학교 찬양팀 리더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매주 월요일 방과 후에는 수요일에 있을 학교 예배 찬양이나 찬양집회 연습을 하고 귀가합니다. 건반을 치고 있는 시은이가 보이지요.

 우리 아이들에겐 학교가 교회이기도 합니다. MK학교인 텐샨학교에서는 영어로 공부하면서 제2외국어로는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는데 저희 가정이 섬기는 교회는 카작어로만 모든 말씀과 찬양이 이뤄지다 보니 아이들이 내용을 알아들기 어렵고 말씀 도전을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 찬양팀, 학교 예배시간, 학교 해외단기팀 활동, 학교 성경공부 시간 등은 아이들의 영적 성장에 큰 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형민이 대입 관련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9월 수시에 지원한 과들은 불합격이어서 3년 특례로 합격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에 그대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동역자님들의 응원과 기도에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작년 6월 텐샨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카자흐스탄에서 더 이상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없어 한국인 30일 무비자 입국 제도 때문에 30일마다 국경을 넘나들며 지내고 있습니다. 사진은 카작-키르기스 국경에 서 있는 형민이 모습입니다. 알마티에서 총알 택시로 3시간 정도 달리면 키르기스 국경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제 2주 뒤면 형민이는 한국에서의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대학 기숙사에서 지낼 거라 생각했지만 기숙사 신청에서 불합격하는 바람에 서울의 아현성결교회에서 운영하는 성결학사 라는 학사관에서 1학기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기숙사에 못 들어간 것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학사관을 찾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은혜가 있었구요. 형민이에게는 이제 정말 홀로서기이자 새 출발입니다. 사역지와 부모를 떠나 또 다른 문화권으로 나가는 이 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 기도 제목 ]

1. 쟌사야의 병으로 인해 그 가족의 믿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쟌사야에게 치유의 광선이 비춰져 병세가 호전되도록 기도합니다. 감옥에 있는 아즈맛과 임신 중인 아내 아이다나, 시험 중인 말리카를 위해 기도합니다. 깔까만교회가 이로 인해 더 깊은 믿음의 자리로 나아가도록 기도해주세요.

2. 누르술탄(구 아스타나) 에서의 현지 의료진 교육 사역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와서 첫 4년은 알마티에서의 진료(알마티 동산병원, 도스타르메드), 이후 4년은 누르술탄에서의 현지 의료진 교육 사역을 한 셈입니다. 지난 4년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다음 의료 사역도 인도해 주시길 구합니다.

3. 형민이가 한국 대학 생활을 시작합니다. 부모는 한국에 없지만 하나님께서 보호자가 되어 주시고 영육간의 필요을 채워주시길 기도합니다.

기도편지는 매 3개월마다 동역자님께 배달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