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9년 7월 (56호)

 주 안에서 열방의 증인으로 함께 부르심을 받은 동역자님께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알마티에서 문안드립니다.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장마도 없고 여름철에는 빗방울 하나 구경하기 힘든 뜨겁고 건조한 기후지만 어디서나 만년설로 덮인 텐샨산맥 줄기를 볼 수 있지요. 평년보다 낮았던 봄 기온 탓에 올해는 사과나무, 자두나무, 체리나무에 맺힌 열매들이 하나같이 작게 출발했지만 어느새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큼직하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 계절을 지나가며 우리 삶에도 하나님이 기뻐 받으실 만한 열매가 익어가기를 사모하며 이곳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6월 중순, 알마티의 '오르비타' 동네 근처를 걷던 중 많은 무리의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이었기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알고보니 이 사람들은 금요일 낮, 기도 시간에 모스크를 찾은 무슬림들이었습니다. 이슬람교에서는 매일 하루 5번의 기도 시간이 있는데 특별히 금요일(카작어로 쥬마 라고 부릅니다) 낮에는 모스크에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큰 무리의 예배자들이 무릎꿇은 이 모스크 바로 옆에는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가 자리잡고 있기에 묘한 대조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모스크 안은 발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기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 한 여름 길가에서 기도하고 예배합니다.

 카자흐스탄의 이슬람교는 무신론 공산주의를 거치며 종교보다는 문화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영향력만 강하다고 받아들여졌는데 이제는 이렇게 동네마다 생긴 모스크를 중심으로 신앙 생활에도 열심을 내는 카작 무슬림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카자흐 사람들과 함께 예배하며 살아가는 제 눈에 비친 이들의 열심은 슬픔과 감사를 동시에 느끼게 만듭니다. 헛된 우상 앞에 절하며 자신의 아픔을 치유받기 원하는 그들을 보는 안타까움과 참 하나님을 예배하는 카자흐 사람들을 이곳에 남겨두신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그것입니다. 메마른 이 땅에서 더 많은 카작 사람들의 입술을 통해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 받으시기를 구합니다.

 저희가 섬기는 깔까만교회에서는 특별히 지난 5월 8-9일 이틀동안 현지 성도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한국교회 목사님을 한 분을 초청해서 말씀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곳 성도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아쉬움 중 하나는 한국처럼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연구하는 카작 설교자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에서 찾기 어렵다면 한국에서라도 이런 목사님을 모셔서 한국어-카작어 통역을 통해 성도들에게 말씀을 공급하자는 것이 이번 말씀세미나의 출발이었습니다.

 강사 목사님은 이성훈 M의 매부(여동생의 남편)인 밀양 대평교회 이태훈 목사님입니다. 저희 가정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대평교회에서 주일예배를 한 번씩 드리는데 그럴때마다 '알마티의 우리 성도들도 이런 말씀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태훈 목사님은 포항충진교회 강도사 이후 일찌감치 시골교회 담임목회를 결정했고 지난 13년간 밀양대평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이번 말씀세미나를 위해 이태훈 목사님 가족(사모님,둘째 아들)도 함께 알마티를 찾았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여동생 가정을 보는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카자흐 성도들을 위해 우리가 힘을 합쳐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은혜이자 감사 제목이었습니다.

 만 24시간 동안 세 번의 설교를 듣는 세미나 스케줄이었지만 성도들은 시작부터 귀를 쫑긋 세우고 목사님의 설교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성경대로"입니다. "성경대로 그리스도의 복음(죽으심과 부활하심) 선포를 들음으로 참된 믿음을 가지게 한다" 는 것이 세미나의 목적이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복음'을 말씀 그대로 설명하고 기복신앙이나 역사신앙의 잘못을 지적하는 한편, 신구약 속에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들을 설명하는 세 편의 설교가 이어졌는데 혹시 현지 성도들이 듣기에 너무 어렵지나 않을까 염려했지만 그것은 완전히 기우로 드러났습니다. 성령 하나님은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깨우치셨고 각자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시며 회개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이번 말씀세미나를 통해 성도들의 수준 이라는 것은 말씀의 능력 앞에서 어떠한 고려사항도 되지 않음을 똑똑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성훈 M도 말씀세미나 내내 찬양을 인도했습니다. 지난 1년동안 깔까만 교회에서 카자흐어로 찬양예배를 인도해왔지만 이번 세미나에는 자랴치니교회에서 온 성도들도 많았습니다. 처음 부르는 곡들도 있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있는 새로운 회중이었지만 모두가 한 맘으로 하나님을 높이고 예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지교회를 8년간 섬겼던 저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곳의 현지교회로 한국 목사님을 초청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복음을 그대로 선포하고 말씀을 더욱 깊이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씀세미나를 참석한 현지인 성도에게는 큰 위로와 기쁨이 있었고 한국에서 온 목사님 가정에게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말씀대로 신앙생활을 살아보려는 카자흐인들이 있음으로 큰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하나님이 모든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어린이날이 6월 1일입니다. 매주 예배 때마다 모든 아이들을 앞으로 나오게 해서 온 회중이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6월 첫 주에는 특별히 교회 아이들에게 축구공이나 인형을 선물하고 함께 축복하는 기도 시간을 갖습니다.

 배우고 깨달은 것이 비록 작지만 그 말씀 하나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현지 교회 성도들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지식과 경험들로 인해 오히려 겸손하게 말씀 앞에 순종하지 못하는 우리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매년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텐샨학교에서는 인도의 한 고아원으로 선생님과 학생들로 구성된 단기팀을 보내 성경 말씀을 전하고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가집니다. 5월 중순 단기팀의 일원으로 인도로 떠나게 된 시은이는 카작 아이들 앞에서 본인이 고아원에서 나눌 메시지를 미리 전하기도 했습니다.

 시은이도 이번 인도 고아원 단기사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고아원 아이들 그 자체였습니다. 시은이가 만난 고아원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아껴주고 챙겨주는 아이들이었으며 그 누구도 고아처럼 느껴지지 않는, 자신있고 밝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을 보며 누군가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어떤 환경에 있더라도 사랑스러운 하나님의 자녀로 세워지는 힘이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고아원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돌아온 시은이에겐 특별한 회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6월 6일에는 형민이의 텐샨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2010년 파송받고 나올 때 4학년이었던 형민이는 그 후 9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MK 학교인 텐샨학교에서 졸업을 맞게 되었습니다.

 동역자님도 그 동안의 기도편지를 통해 형민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셨고 기도와 격려를 많이 보내 주셨는데 이제 그 아이가 초중고 12학년 과정을 모두 마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형민이는 아래, 왼쪽에서 두 번째입니다.) 텐샨학교에서 마음껏 운동하고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며 공부한 시간이 어느새 8년입니다.

 솔직히 저희 부부로서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최근 2년 동안 형민이가 우리의 테두리를 벗어날 만큼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년은 형민이의 대학 진로 때문에 여느 부모님들처럼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무 대책없이 삼남매를 데리고 한국을 떠났는데 그 긴 세월을 거쳐 하나님이 여기까지 형민이를 인도하셨고 이제 알마티의 MK학교를 졸업시키시고 새로운 길로 이끄시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졸업하는 형민이 학년은 12명입니다. 다른 나라로 떠났던 친구 2명이 졸업식에 참석했기에 14명이 졸업 가운을 입었습니다. 이 학년은 텐샨학교 역사에 남을만큼, 한국 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년이었습니다. 형민이에게 좋은 친구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성품을 주시고 찬양하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고백을 하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언제부턴가 이성훈 M에게는 하나님이 형민이의 인생을 어떻게 인도해 가실지에 대한 기대가 생겼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겠지만... 선하고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따라가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졸업행사를 마치고 남긴 가족사진이 달랑 이거 한 장입니다. 그리고 아직 끝이 아닙니다. 형민이 앞에는 그 무섭다는 대학입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미국 대학으로 가는 것이 유리한 측면이 많지만 형민이는 한국으로 대학을 가고 싶어합니다. 7월과 9월에 한국 대학을 지원하고 12월이 되어야 대학이 결정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내년에 대학생이 되면 좋겠는데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형민이의 진로를 두고는 잠잠히 하나님이 하실 일을 기다릴 뿐입니다.

 형민이의 졸업과 함께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그런 삶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냥 따라가는 것....

 지난 9년간의 삶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얼룩 투성이지만 9년 전으로 되돌아가 다시 결정하라고 하더라도 이 길을 갈 것입니다.  

 

[ 기도 제목 ]

1. 지난 5월 말씀세미나를 통해 깔까만교회 성도들에게는 말씀의 순전하고 깊은 것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말씀을 사모하고 깨닫게 하시는 이는 사람이 아니라 성령 하나님이시기에 성령께서 지속적으로 성도들의 마음에 강하게 역사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현지 성도들이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믿음이 더욱 깊어지도록, 매주 깔까만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와 말씀 선포를 통해 온전한 복음이 선포되고 설교자가 더 깊이 삶 속에서 말씀을 경험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이성훈 M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에서 8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 동안 현지의료진을 대상으로 4차 임상의학세미나를 개최하려고 준비합니다. 한국 의료진의 앞선 임상경험과 지식을 현지 의료진에게 전수하기 위해 이뤄지는 이번 세미나 강사로 포항선린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김문규, 강재명, 김명진 선생님을 초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미나 강의를 전담 통역했던 갈리야가 개인 사정으로 통역을 못하게 되어 이번 세미나 통역을 경험이 없는 통역에게 맡겨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강의 PPT와 스크립트를 잘 준비되고 초보 통역이 열심히 공부해서 잘 준비하도록, 강의를 들을 현지 의료진과 강사진에게 이번 세미나가 특별한 은혜의 시간이 되도록, 먼 길을 오가는 강사진의 모든 여행 일정이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3. 형민이의 한국 대학입시 일정이 진행 중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대학에 보내보려고 알아보니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형민이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언제나 선하십니다. 형민이는 지난 7월에 재외국민 3년 특례 전형으로 지원한 상태이나 12년 특례와 달리 정원의 2%만 뽑기 때문에 합격은 바늘 구멍입니다. 8월부터는 형민이 혼자 서울에서 머물며 9월 수시 접수에 이어지는 전형 일정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형민이와 부모가 평안함 속에서 기도하며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기도편지는 매 3개월마다 동역자님께 배달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