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9년 1월 (54호)

또 한 해를 맞으며 주 안에서 열방을 향한 증인으로 함께 부름받은 고국의 동역자님께 카자흐스탄 땅에서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드립니다. 기도편지를 보낼 때마다 이곳에서의 삶은 장거리 경주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번 새롭고 이목을 끄는 사건이 생기기 보다는 묵묵히 먼 길을 걷는 여행자의 삶에 더 가깝기 떄문이지요. 이번 편지에서도 카작에서의 장면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사람의 열심이나 노력이 아닌 아버지께서 이끄신 은혜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희가 섬기는 깔까만 교회도 시작한 지 만 1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난 6년간 섬겼던 샹으락교회에서 분리 개척된 깔까만 교회에 합류한 이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지 교회를 섬기게 되면서 하늘 아버지의 세밀한 인도하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진은 이선화 M과 아들 형민이가 깔까만 교회의 주일학교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입니다.

이전보다 달라진 방식이라 함은 이전보다 주도적으로 교회 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전 샹으락교회에서는 현지 사역자가 잘 세워져 있었기에 외국인인 저희들이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지원하며 기도모임이나 리더모임에서 협력해 왔는데 깔까만 교회의 경우는 아직 전임 사역자가 없는 상태인지라 외국인 사역자들이 좀 더 나서게 되는 실정입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이성훈 M은 매월 첫 번째 주일예배를 찬양예배 형식으로 이끌고 있고 이선화 M은 여성모임과 제자훈련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고 삼남매 역시 지난 1년간 깔까만 교회의 주일학교를 맡아 왔지요. 새 영혼들이 더 많이 하나님을 만나게 되길 구하게 되고 현지인 리더의 성장도 더 사모하게 됩니다.

 샹으락교회와 마찬가지로 새로 시작한 깔가만 교회도 교회 등록이 안 된 교회이기에 기존의 등록 종교기관 건물을 예배 장소로 빌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깔까만에 있는 종교 건물의 식당에서 이렇게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지요.  

 지난 11월에는 2013년에 이미 개척된 자랴치니 교회 교인들과 함께 샹으락의 NGO 건물에서 연합감사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가끔 특별한 모임 장소가 필요할 때에는 이전에 샹으락교회로 모였던 이 건물에서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카자흐스탄 종교법 때문에 가급적 피하고 있습니다. 종교기관으로 등록되지 않은 곳에서의 종교 행위는 엄격하게 불허하고 있기에 조심해야 하니까요.  

 지난 성탄절 예배를 드린 후 깔까만 교회 식사 모습입니다. 우측에 아이들도 보이지요?

 깔까만 예배 장소 바로 뒤쪽에 부엌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교회 식사 당번은 네 팀이 돌아가며 맡는데 이 날은 청년 그룹이 직접 손만두를 빚어 식사를 준비하나 봅니다. 사진에서 맨 우측에 서 있는 자매가 지난 가을부터 1년 단기로 저희 교회를 섬기고 있는 클레어 라는 홍콩에서 온 자매입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말자 알마티로 와서 카작어를 배우며 하나님이 이끄심을 구하고 있는 이 자매는 교회 앞에서 간증을 한 적이 있습니다. 클레어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정을 등지는 바람에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힘든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미션 스쿨에서 만난 친구를 통해 교회에 나가게 되고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지요. 교회 공동체 안에서 믿음이 성장하면서 슬픔은 기쁨으로 바뀌었고 새로운 기회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클레어에게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 주어졌고 기도 끝에 M 으로 열방에서 헌신해야겠다고 결단하고 현재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하는 클레어는 기쁨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원래 클레어는 엄청 밝은데다가 주변에도 에너지를 많이 주는 자매인데 그 속에 이런 깊은 사연까지 있음을 알게 되면서 교인들의 마음은 더 열렸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깔까만 교회에는 청년들이 많이 없습니다. 그래도 클레어가 있을 때 몇 안되는 젊은 친구들이라도 모아 모임을 시작하는 게 좋겠다 싶어 올해는 정기적으로 저희 집에서 청년들 모임을 가지려고 계획 중입니다. 모든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찾아봤지만 대부분 일과 학업에 쫒겨 특정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웠기에 일단은 클레어와 함께 정기 모임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에 교회 청년들을 초청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깔까만 교회의 청년모임이 자리 잡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알마티를 남쪽으로 둘러싼 텐샨산맥을 하늘에서 본 모습입니다. 이성훈 M은 올해까지 아스타나에서의 의료사역을 계속하게 됩니다. 2016년부터 시작한 아스타나 UMC 의료진 교육활동은 이제 올해로 4년째입니다. KOICA와 계약을 맺고 올해까지 수행하는 이 일은 알마티에서의 환자만 보던 일과는 달리 카자흐스탄 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층과 최고 의료기관 UMC 의료진들을 만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드리며 두 도시를 오가고 있습니다.   

물론 매주 1,200Km 떨어진 알마티와 아스타나를 항공편으로 오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비행 시간은 1시간 반 정도지만 공항을 오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비행 피로도 적잖은 게 사실이지요. 그러나 벌써 4년차입니다.

 아스타나 착륙 직전의 모습입니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는 산이 없습니다.

 이성훈 M이 UMC 산하 공화국진단센터 병원장, 영상의학과 과장 등과 함께 UMC 영상 진단분야의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모습입니다. 이 자리에는 한국의 의료 IT 전문가들도 함께 했는데 이런 만남을 통해서도 UMC 의료진들이 국제 수준의 진료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울 수 있습니다.    

 UMC 이사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유라시아 지사장과 함께 한 모습입니다. 신임 UMC 이사장 쟉스바이 쥬마딜로프는 젊었을 때 일본에서 연구원 생활을 오래했고 국제 공동 임상연구에 익숙한 분인지라 영어가 유창한 편입니다. 덕분에 이성훈 M이 편하게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외국인 의사가 현지 의료진을 돕는다는 순수한 의도만으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카자흐스탄의 삶이 그렇듯이 UMC 내에서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홯들을 직면하게 되지요. 그 때마다 아스타나의 모든 활동이 하나님 손에 달려 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지난 11월, 대사관 주최로 아스타나의 릭소스 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주재국 정부 관계자와 민간 기업의 전문가들에게 이성훈 M의 UMC 활동 내용을 소개하는 모습입니다. 아스타나에서의 모든 활동을 통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교제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카자흐스탄 국영 TV 하바르 방송국에서 이성훈 M을 만나고 싶다고 찾아왔기에 UMC 1층에서 환자 상담과 함께 짧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깊은 인간 관계가 아니라 그저 한국 의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들을 만나게 될 때도 있지만 이것 역시 하나님이 허락하신 기회로 생각하고 겸손하게 그들의 필요를 듣고 제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이성훈 M이 작년 말과 올 초에 신경을 쓰는 일 중 하나는 현지 소화기내과 의사 자격을 갱신하는 일입니다. 한국 의사들도 매년 일정한 기간마다 의료 면허를 갱신하는데 보통은 정해진 연수교육 시수만 채우면 그 자격을 갱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의사의 경우에는 5년마다 정해진 교육 시수를 채운 뒤 다시 자격시험을 통과해야하는 과정이 추가됩니다. 즉, 5년마다 전문의 시험을 다시 치루는 셈이지요. 2014년 1월 현지 소화기내과 의사 면허를 획득한 이성훈 M은 그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2019년 1월에 다시 현지 소화기내과 전문의 자격 시험을 치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 알마티의 국립외과학 연구소에서 108 시간의 내시경 관련 교육 시수를 채운 뒤 위 사진에 보이는 국가의료면허시험기관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성훈 M은 요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시험은 러시아어로 보기 때문에 의학 지식도 중요하지만 러시아어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600여개의 기출 문제를 공부하다보면 한국과 다른 진료 가이드라인이나 치료법에 생소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 희미해져 가는 소화기 영역의 의학 지식을 다시 점검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부 시간이 부족할 뿐이지요. 그래도 오는 2월에 시험에 응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지난 12월에는 특별한 분의 60회 생신 축하 자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 분은 바로 우리 부부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2년 동안 카작어를 배웠던 '디나 아파이' 선생님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카작어로 사역하는 M 대부분이 그 분으로부터 카작어를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역자들의 디나 아파이를 통해 카작어를 배웠는데 자그마치 30년 동안 외국인들에게 카작어를 가르쳤습니다. 이 날만큼은 카자흐스탄에서 사역하고 있는 디나 아파이의 여러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선생님의 60회 생신을 축하했는데 하나님의 특별하신 인도하심을 나누고 주님께 영광 돌려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카자흐스탄 시골 출신의 한 여인을 통해 일하신 하나님의 손길은 놀랍습니다. 누구보다 디나 아파이 본인이 자신의 변화된 삶을 다른 사람에게 간증합니다. 외국인 M들에게 카작어를 가르치는 일을 통해 복음을 듣고 하나님을 영접하게 되었으며 이후 그저 예배만 출석하는 신자가 아니라 카자흐 교회에서 가정교회를 인도하는 목자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가끔 디나 아파이가 우리에게 연락을 해 오곤 합니다. 그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못 입게 되는 옷들을 요청하시는데 이것들을 모아 시골에 있는 가난한 카자흐 인들에게 나눠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자존감 강한 한 사람의 생각과 삶이 바뀌어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카자흐인을 만날 때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봅니다.  

 성탄절을 맞아 텐샨학교 스탭들도 성탄모임을 가졌습니다. 이선화 M은 지금도 주 3일 텐샨학교에 나가 중고등부 행정을 맡고 있기에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영어로 수업하는 텐샨학교이지만 많은 현지인 스텝들이 함께 일하고 있기에 영어, 러시아어로 순서가 진행됩니다. 특별히 이 날에는 카작어를 구사하는 스탭들이 앞으로 나와 카작어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과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찬양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드려지는 카작어 찬양을 들으며 불과 30년 전에는 카자흐스탄에는 단 한 명의 카자흐인도 그리스도인이 없었음을 떠 올렸습니다. 카자흐 민족 중 누구도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많은 카자흐인이 카작어로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11월에는 텐샨학교에서 중앙아시아 국제학교 학생들의 축구대회인 CASC(Central Asia Soccer Classic) 가 열렸습니다. 사진은 CASC가 열렸던 11월 3일 알마티 텐샨학교의 축구장 모습입니다. 축구장이라기 보다는 눈밭이지요.

 알마티, 아스타나는 물론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많은 학생 선수들이 3일 동안 축구리그를 펼치며 특별한 경험을 나누는데 우리 삼남매가 가장 기다렸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첫 날 키르기스스탄 비쉬켁 팀과 경기할 때 시은이의 다리 햄스트링 근육에 갑작스레 경련이 찾아왔습니다. 필드에 쌓인 눈을 치워가며 경기를 진행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눈밭을 밟으며 전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시은이 다리에도 무리가 되었나 봅니다. 3일동안 하루에 전후반 60분 경기를 3경기씩이나 뛰다보면 체력도 고갈되지요. 그래도 잠시 후 시은이는 다시 필드로 뛰어 갔습니다. 그리고 이후 3일 동안 형민(12학년), 시은(10학년), 성은(9학년) 모두 이 특별한 시즌을 즐겼습니다. 형민이에게는 마지막 CASC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건강을 주셔서 주 안에서 이렇게 뛰고 소리지르며 운동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긴 겨울을 나려면 김치가 아주 중요합니다. 겨울에는 야채도 부족하고 먹거리가 뚝 떨어지지요. 올해 역시 220 Kg의 김장을 직접 담궜는데 우리 삼남매의 기여도가 컸습니다. 매년 다량의 배추를 절이고 씻고 양념 바르는 일이 이젠 힘이 부친다 싶었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이렇게 커서 우리를 도와줍니다.  

 한국에서도 김장은 많이 안 한다는데... 고등학생들이 밤 늦게 허리가 아프도록 김장 양념을 버무를 일은 더욱 없겠지요.

 첫째 형민이는 오는 6월 알마티 텐샨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대학지원 예정입니다. 요즘 형민이는 이렇게 부모의 품을 떠나기 전이라 그런지 김장도 열심히 하고 전보다 속마음도 많이 털어놓고 마음의 응어리들을 풀어내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을 떠났던 형민이도 이렇게 하나님 안에서 컸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콘서트 때 삼남매 모습입니다. 요즘은 이 아이들에게 우리 부부가 조금씩 밀린다는 생각을 합니다. 점점 아이들 말이 맞는 것 같고... 우리가 잘못하는 것 같고... 그럴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미안하고 자신이 없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불완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이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온전한 자녀로 서도록 더 기도하게 됩니다.

[ 기도 제목 ]

1. 깔까만 교회가 설립 1주년이 되었습니다. 이전보다 주도적으로 현지인 성도들과 교회를 섬기고 있지만 교회 안에 새로운 리더 그룹이 자라나며 새신자들이 더 많이 생기도록 기도해 주세요. 현재 코사인이 매주 셋째 주에 말씀을 전하는데 코사인은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질 못해 말씀을 연구하고 전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그러나 코사인은 하나님을 만나고 알콜 중독 노숙자의 삶에서 건강한 가정을 가진 교회 리더로 바뀐 간증이 있는 사람입니다. 코사인을 통해 더 많은 현지인이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올해로 4년 째 알마티와 아스타나를 오가며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의료진의 교육 및 수련 프로그램을 돕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하나님이 이끄시는대로 감사의 맘으로 현지인들을 만나고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울러 오는 2월로 예정된 현지 소화기내과 자격시험을 잘 준비해서 통과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3. 한국과 달리 형민이는 6월에 고등학교(12학년)를 졸업합니다. 형민이의 학과와 대학 선택을 뛰어넘어 형민이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실 믿음의 고백이 넘쳐나길 기도합니다. '믿음은 결정이에요' 라고 말하는 형민이의 믿음이 훗날 주님 안에서 결실을 맺기를 기도합니다.

기도편지는 매 3개월마다 동역자님께 배달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