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8년 6월 (52호)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5-6월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것 같습니다. 올해 알마티 봄은 다른 해보다 찬 기운이 오래갔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초록 세상을 불러내고 뜨거운 햇살을 가져왔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좋은 계절에 한국에 계시는 동역자님들께 주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5월 말 아이들이 다니는 텐샨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알마티는 산 밑의 동네인지라 멀리 흰 눈으로 덮인 4,000 미터급 봉우리 아래로 푸르른 산야가 아름답습니다. 올 여름 파송교회의 재파송 절차를 앞두고 이곳 소식을 짧게나마 전합니다.
지난 번 기도편지를 통해 저희 가정은 3월부터 기존 샹으락 교회에서 분리 개척한 깔까만 교회를 섬기게 되었음을 알려드렸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모임이지만 이전 보다 더 열심을 내는 카자흐인 성도들의 모습으로 인해 모두가 기쁘고 기대되는 모임입니다.
교회 리더 중 하나인 코사인 집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고 식탁 교제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정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임에 초청된 친척이나 손님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누가 올지 어떤 대회가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하늘 아버지께서 이끄시는 대로 씨앗이 뿌려지지요.
모임에는 어른들만 있는게 아닙니다. 1세부터 1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모이는데 부모들이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 아이들을 돌보고 챙기는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교회 모임을 시작하면서 우리 삼남매가 바로 이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전 교회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있던 우리 아이들이 이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현지 아이들과 더 가까운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을 보며 떄를 따라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주일 모임에서 회중들에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교회 아이들의 주일학교 선생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하는 이선화 M의 모습입니다. 온 성도가 기쁜 맘으로 삼남매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이 일을 맡겼습니다. 교회 아이들은 주로 카자흐어를 사용하는데 비해 우리 삼남매는 텐샨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배웠습니다. 물론 러시아어를 아는 현지 아이들도 많지만 우리는 이번 기회에 영어를 매개로 교회의 초-중등부 아이들에 성경을 가르치는 방안을 고안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아이들이 삼남매를 안아주고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 때문이라기 보다는 늘 그들과 밥도 먹고 함께 있어주는 친구이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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떄로는 공간이 마땅치 않아 계단에서도 모이고, 마당에서도 모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아이들의 집중도와 호응도가 좋습니다. 이 날은 십계명을 영어로 배운 뒤 직접 종이로 돌판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잇네요.
새로 시작한 교회이지만 기존 교회에서 수년간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분들도 있습니다. 교회의 여성모임은 가장 운동성이 강한 모임이며 한 달에 한 번씩 각 가정을 돌아가며 함께 기도하고 자주 컨퍼런스를 열어 새로운 멤버들이 교회에 잘 정착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매주 주일마다 남성모임과 여성모임이 번갈아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데다가 매주 수요일 밤 9시에서 9시 반까지는 교회를 위한 기도 시간을 정하는 등 모두가 모임에 열심을 내눈 요즘입니다. 깔까만 교회가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목말라하는 교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알마티의 저희 회사 모임도 봄이 되면서 더욱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팀 리더인 호주의 R 가정이 2년간의 긴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모임이 활기를 띠고 있지요. 비록 지난 7년간 이 땅을 섬겼던 네덜란드의 G가 돌아갔지만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미국 D 가정이 알마티로 돌아와 중국 국경마을에서 사역을 하게 되면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되었습니다.
알마티는 벌써 모든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현지 학교는 5월 말이면 여름방학이고 MK학교인 텐샨학교도 6월 7일,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방학 후 여름 스케줄로 모두 흩어지기 전에 알마티 멤버 모두가 저희 집 마당에 모여 모임을 갖는 모습입니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날인데도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그 아래에서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하반기에도 함께 달려갈 새로운 팀 목표를 세웠었지요.
이성훈 M의 아스타나 활동도 여전합니다. 사진은 나자르바예프의대 UMC 이사장과 함께 한 회의 모습입니다. 이성훈 M이 UMC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최근 이사장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늘 사람이 바뀌는 상황에서 신뢰관계를 이뤄 협력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올해는 이번 추석 연휴(9월 말)에 한국 의료진을 UMC로 초청해서 세 번째 임상의학세미나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인데 강사 섭외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주님께서 예비해 두신 분을 모실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스타나를 잊지 못하는 것은 2001-2003년까지 아스타나 장로교회를 섬기며 만난 현지인들이 여전히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에는 온 가족이 아스타나로 올라가서 까밀라와 자미라 가족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까밀라, 자미라는 우리가 아스타나에 처음 정착하고 살던 2002년에 처음 예수님을 영접했고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현지 쌍둥이 자매입니다. 그 때 교회에서 배운 한국어가 바탕이 되어 현재 까밀라는 한국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고 자미라는 한국 남자랑 결혼해서 두 아이를 두고 있지요.
까밀라, 자미라를 만날 때마다 우리는 항상 온 가족이 함께 만나고 있습니다. 이 쌍둥이 자매를 2006년 당시 포항에 살던 저희 가정으로 한 달동안 초청하기도 했던지라 아마 우리 편지의 독자 중 어떤 분은 이 쌍둥이 자매를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해 여름, 부산의대기독학생회 하계봉사에도 왔었고 대전 지역을 돌며 선교사님 후원을 위한 ㅅㄱ 보고와 간증을 하고 다니기도 했으니까요. 이번 만남에서도 우리 항상 자매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말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구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2001년부터 시작된 저희 가정과 카자흐스탄과의 만남은 2018년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을 파송한 포항충진교회는 매 4년마다 파송 ㅅㄱ사를 재파송하는 절차를 갖고 있는데 올 여름도 만 4년이 되는 해인지라 잠시 한국에 들어가 재파송 과정을 밟을 예정입니다. 두 번째 재파송식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현지 사정으로 인해 이성훈 M은 7월 14일 토요일 한국으로 들어가 7월 31일 화요일 다시 알마티로 돌아와야 하기에 약 2주 남짓의 짧은 시간입니다. 포항충진교회를 방문해서 보고도 드리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교인들과의 관계도 돈독하게 다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 시간이 하나님이 예비하신 만남과 도전으로 채워지도록 기도해 주세요.
[ 기도 제목 ]
1. 이성훈 M은 보고와 재파송 절차를 위해 7.14-21일까지 2주간 한국을 방문하지만 이선화 M과 아이들은 2주 더 머물며 건강검진 등 일정을 소화합니다. 한국 방문을 통해 온 가족이 영적, 육적으로 새 힘을 얻고 새로운 사명감으로 준비되어 카자흐스탄 땅을 다시 밟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울러 포항충진교회의 재파송 절차와 사역보고(7월 25일 수요일), 재파송식(7월 29일 주일) 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파송하는 온 교회와 저희 가정이 한 맘으로 묶이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새로 시작한 깔까만교회에서는 지난 7년 간의 샹으락교회 사역 경험으로 인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교회 공동체를 섬길 수 있어 감사합니다. 현지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잘 배울 수 있도록 성경공부, 요절암송, 말씀 사역자 양성에 교회가 더 힘을 내도록 기도해 주세요. 우리 역시 우리 계획에 조급해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성도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9월 말, 추석에 있을 3차 한국-카자흐스탄 임상의학세미나 강사 섭외를 위해 강사 후보자들에게 메일을 보내놓은 상태입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진행 과정 속에서 앞서 일하시길 기도합니다. 현지인 의료진은 물론 한국에서 오는 강사님들에게도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경험되는 시간이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