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8년 2월 (50호)
새해 들어 첫 소식을 전합니다. 올 겨울 북반구에 불어닥친 한파로 한국이나 카자흐스탄 할 것 없이 모두 꽁꽁 얼어붙었지만 하늘 아버지께서 주시는 은혜로 이 땅의 추위를 녹이며 기쁨으로 부르신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저희가 섬기는 샹으락교회는 안팎의 요인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 새롭게 개척교회를 시작하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욱 엄격해진 카자흐스탄 종교법 상황 속에서 미등록교회인 저희로선 기존교회 역시 몇 개의 가정교회로 흩어져 모이고 매달 전체 모임을 가지는 것이 운동성을 유지하며 계속 성장하는 방법이라는 현실적 제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칫 일부 성도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지는 않을까 라는 염려도 존재합니다.
우리 가정은 샹으락교회 찬양팀을 중심으로 젊은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함께 찬양하면서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더 성장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 성탄절을 앞두고 교회 자매들과 찬양 연습 하는 모습입니다. 실내 임에도 두꺼운 잠바를 껴 입고 서 있는 것을 보면 이 날도 무척 추웠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형편 때문에 난방이 충분하지 못했던 건물 안에서 차디찬 건반을 눌러가며 함께 찬양했던 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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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으락교회에는 10여명의 청년학생 그룹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가정이 많은지라 카자흐스탄에서도 소외되기 쉬운 아이들이지만 주 안에서 꿈을 꾸고 사랑 받고 그 분의 자녀로 온전하게 자라갈 수 있도록 이들에게 더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최근 교회가 4개의 가정을 중심으로 나눠 매주 모임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전체 모임을 갖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럴 경우 이 젊은이 그룹을 어떻게 양육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이들의 특수성을 감안해 어떻게 이들을 섬길 것인지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주일 예배 때마다 찬양팀으로 앞에 섭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마음과 정성을 모아 예배하기 위해 자주 모여 기도하고 연습합니다. 연습 장소는 주로 저희 가정이지요. 카자흐인들의 정서와 노래 습관을 충분히 고려해서 곡을 고르고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연습 때마다 아이들을 배려하지요. 모일 때마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시간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사진에 보이는 형제의 이름은 '아얀'이고 우리 나이로 고3입니다. 아얀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알콜중독에 갇혀 있습니다. 가끔 교회에 나오긴 하지만 오랫동안 술을 끊지 못했고 이 때문에 온 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얀의 부모님은 자주 싸우고 별거하는데다 한 집에 사는 사촌마저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아얀도 밤마다 잠을 자질 못하는 공포와 환청에 시달리고 있지요. 우리가 처음 샹으락 교회에 왔을 때 아얀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습니다. 그 때는 말도 못하는 장난꾸러기였는데 지금은 말수도 줄고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아얀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능력의 이름 예수 그리스도가 아얀의 가정에게 온전히 선포되길 기도합니다.
아얀 말고도 이선화 M 우측으로 주파라, 나기마, 라비가, 사라 가 보입니다. 모두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찬양팀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찬양의 기쁨을 알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주파라'는 지금 고3인데 내년에는 몰도바로 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라는 아얀의 또 다른 친척인데 학교 졸업 후 아직 직장은 없지만 믿음의 훈련을 꾸준히 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라비가' 도 이제 어른 티가 조금씩 납니다. "나기마'와 '주파라'의 밝은 에너지는 이 모임을 더 사랑스럽게 만들지요. 이 아이들이 모두 샹으락 교회의 미래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카자흐 민족의 비율이 1%도 안되는 이 땅에서 어린 나이임에도 예배자로 세워주신 우리 하나님의 계획이 선하고 신실하시다는 것입니다. 샹으락교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인도하심을 받더라도 이 청년학생들을 섬기고 사랑하는 활동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길 기도합니다.
이선화 M 옆으로 자지라, 로자가 보입니다. 지난 주 로자는 작년 연말에 분리 개척된 깔까만 교회로 합류가 결정되었습니다. 자지라는 알마티 외곽인 카라수 지역에서 가정 교회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2-3개월동안 교회를 지역별로 4-5개로 나눠 모이는 것을 실험한 뒤 향후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 분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샹으락교회가 일찌감치 개척한 자랴치니 교회도 연초에 방문했습니다. 자랴치니 교회의 담임 사역자인 사빗한의 삶을 축복하기 위함인데 이번에 만 62세 생일을 맞았습니다. 사빗한의 생일이 1월 1일인지라 우리도 새해 첫 날을 알마티 북쪽 60Km 떨어진 자랴치니에서 함께 보냈습니다. 참 목자의 마음으로 목양하는 목자가 적은 것이 카자흐민족 교회의 현실인데 가족없이 홀 몸으로 자랴치니 교회를 6년째 돌보고 있는 사빗한의 인생 속에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과 위로가 넘쳐나길 기도합니다.
이것은 새해를 맞는 아스타나 국제공항의 모습입니다. 지난 번 기도편지에서 이성훈 M의 아스타나 사역이 종료되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지난 두 달 사이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 10월 코이카와의 협력이 종료되었다고 결정되었음에도 12월 말 주 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이 이성훈 M의 아스타나 활동이 무척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전문을 코이카에 보내는 바람에 기존 결정이 철회되고 향후 2년 더 아스타나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성훈 M은 아스타나의 사역을 정리하고 알마티에서의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하나님께 우리에게 아스타나에서의 시간을 더 허락하셨다고 생각하고 이를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것 역시 감사한 일입니다.
올 겨울 아스타나 추위도 맹위를 떨쳤습니다. 영하 39도에 체감 기온 영하 51도.. 한국 언론에도 아스타나 추위가 보도되고 유튜브에 동사한 토끼와 개 모습이 올라오면서 국제 뉴스가 되었었지요. 북극 한파로 연일 꽁꽁 얼어 붙지만 아스타나 도시 자체는 겨울 방비가 워낙 잘 된 곳이라 오히려 아스타나는 겨울이 제 맛입니다.
UMC 산하 병원에는 국립이식종양병원도 있습니다. 하루에 신장 이식 2건, 간 이식 1건을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병원이지요. 초창기 카자흐스탄 이식수술은 한국 의료진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립이식종양병원 전자의무시스템도 서울아산병원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고 서울대병원에서 연수받은 현지 의료진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식 후 합병증에 대한 관리 능력이 한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지요. 단기간의 기술 전수로는 총체적인 의료 역량이 올라올 수 없는 법이니까요.
국립이식종양병원의 중환자실장인 무신 이브게니 샤리코비치입니다. 작년 이맘때 이성훈 M과 함께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했던 분인데 오랜만에 반가운 인사를 나눴습니다. 무신 이브게니는 이식 수술 후 발생하는 급성 합병증에 대한 문제를 설명한 뒤 한국 의료진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치료법을 배우고 싶다는 부탁을 해 왔습니다. 향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도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주 중에 3일 정도 아스타나에서 머물며 나자르바예프 의대 교육병원이자 카자흐스탄에 최신 의료 기술을 도입하는 역할을 맡은 UMC측 인사들을 만나게 됩니다.
UMC 산하 병원들은 아스타나의 뚜란 대로를 따라 모여 있습니다. 나자르바예프 의대 UIMC본관, 공화국진단센터, 국립모자병원, 국립소아재활병원, 국립이식종양병원의 위치는 위와 같지요. 가끔 하나님께서 왜 이성훈 M을 여기에 두셨을까? 라는 물음을 하기도 합니다. 외롭고 힘들다고 느낄 때가 더욱 그렇습니다. 이국 땅에서 혼자 활동하다 보면 다들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냉철한 현실 속에서 이곳 의료진을 돕겠다는 외국인의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는 경우도 봅니다. 그러나 이곳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인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계획을 끝까지 믿으며 이곳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의 뜻을 구합니다. 그리고 사랑이신 하나님의 마음을 구합니다.
매년 1월이 되면 알마티에서 사역하는 몇몇 한국인 M 가정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교제하며 새해 모임을 가집니다. 처음에는 자녀들이 같은 또래인지라 자연스럽게 부모들이 만나게 되었지만 해가 갈수록 친밀도가 깊어져서 이제는 아버지들도 따로 모여 3년째 한 달에 한 번씩 기도회를 가지고 카작 땅과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각 가정의 기도제목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자칫 방향을 잃기 쉬운 사역지에서 이런 귀한 모임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자녀들이 인도하는 찬양을 함께 하고 말씀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2018년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올 한 해도 어떤 어려움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지라도 그 분 손잡고 또 하나의 증인으로 세워지는 한 해가 되길 소원합니다.
카자흐스탄은 새해 1월 1일이 되는 순간 온 도시가 불꽃놀이를 합니다. 올해는 온 가족이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러 언덕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짙은 안개와 구름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죽 소리만 요란했지요.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믿음으로 올 한해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안개가 걷힐 언젠가 우리를 업고 이 시기를 건너셨던 우리 주님께 생생한 믿음의 고백을 드릴 것입니다.
부족한 저희 가족과 이 땅을 위해 늘 기도해 주시는 동역자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 기도 제목 ]
1. 샹으락 교회는 일찌감치 자랴치니에 개척한 교회가 있고 작년 연말에는 깔까만에 새로운 교회를 분리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올 들어 기존 교회를 4개의 작은 가정교회 형태로 나누고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것으로 얘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온 성도가 운동성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고, 미지근할 것이 아니라 뜨거운 교회로 전환하자는 현지인 리더의 제안이 크게 작용한 결정이지만 이에 대한 크고 작은 불안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2-3개월 후 다시 이를 평가해 보고 향후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하늘 아버지께서 온 교회에 지혜를 주시고 리더에게 거룩한 분별력과 목자의 마음을 부어주시도록 기도합니다. 소외되고 누락되는 성도가 생기거나 함께 예배하고 찬양하는 일이 소흘해지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샹으락교회 청년학생 그룹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얀, 쥬파라, 나기마, 라비가, 사라, 똘간아이 등.... 이제 막 자신의 믿음을 가지고 예배하기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가정과 주변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나고 친밀한 관계를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하늘 아버지께서 38년된 병자를 찾으신 것처럼 이들을 만나 주시고 새 소망을 일으키시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교회가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청년학생들의 믿음이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모임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3. 올해도 아스타나의 의료사역과 텐샨학교 MK 사역이 이어지는데 이성훈 M과 이선화 M이 지혜롭게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순종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첫째 형민이가 3월 31일부터 4월 8일까지 텐샨학교 학생과 교사로 이뤄진 인도 단기선교활동을 다녀올 예정이고 둘째 시은이는 2월 28일부터 3월 4일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있을 CABC(중앙아시아 학생농구대회)에 참가합니다. 어느 곳에 무엇을 하든지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기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