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이선화 가정이 보내는 소식 5호 ( 2010년 12월)

메리 크리스마스!

어느 새 다다른 2010년의 끝자락에서 사랑에 빚진 가정이 소식을 전합니다.

난생 처음으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는 저희는, 반 팔 차림으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성탄 캐럴을 들어야 하는 낯선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이 동그란 지구가 얼마나 신기하게 느껴지는지요. 또 이렇게 2010년이 지나간다는 것도 좀처럼 실감 나지 않습니다. 

1. ICI 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하나님의 뜻만이 우리 앞에 펼쳐지기에 이곳에서 배우는 수업들과 경험들도 하나님의 예비하심일 것입니다. 

이번 학기 내내 신구약의 메시지와 성경을 향한 현대 신학의 수많은 도전들을 공부하면서 내가 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언어 훈련도 사역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한계를 느낄 때도 많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약간의 압박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늘 서로에게 이 시간을 즐겨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고 있답니다.

 벌레는 조금씩 조절되고 있습니다. 시트와 이불을 자주 햇볕에 반복해서 말리고 있고 침대가 모자란 탓에 제가 그동안 잠자리로 사용하던 거실 소파는 요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2. 아이들 소식

 뉴질랜드 교육은 지적 교육보다 인성 교육을 중시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수업을 못 알아듣는 외국인이라면 사정이 다르겠지요?

저희는 주일 저녁마다 한국에서 가져온 공과 책으로 집에서 주일학교를 엽니다. 하루는 어려운 일을 당할 때 하나님께 기도하면 해결해 주신다는 내용을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형민이 에게 요즘 겪는 가장 어려운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학교에서 시험을 치룰 때 시험지를 받긴 하지만 영어로 쓰인 내용을 도무지 알 수 없어

그냥 그대로 내야하는 때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이들 학교에는 ESOL 선생님이 따로 계시긴 하지만 뭐든지 열심히 했던 형민이로선

여태껏 겪지 못했던 낯선 어려움을 만나는 것 합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아주 잘 어울리고 있고(특별히 스포츠) 이곳 교회의 아이들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활동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한국 친구들도 붙여 주셔서 낯선 곳에서의 어려움과 긴장을 떨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위로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부모에게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3. 공동체 소식

 저희가 출석하는 바이블 채플(Bible Chapel)의 Home group(구역예배)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몇 몇 분들의 영어는 빠르고 어려워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래도 함께 삶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는 일들을 이곳 분들과 지속하려 합니다. 타문화권 선교사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겐 외국인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지난 학기 동안 이곳 주변 마을(Te Awamutu, Cambridge) 로 나가 이곳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삼남매는 바이블 채플에서 하는 ‘Boy Rally’, ‘Girls Rally’ 에 참여하고 있는데 충진교회에서 참여했던 ‘AWANA’ 라는 성경암송 프로그램과 유사한 활동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 교회의 유초등부 프로그램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4. 알마티 소식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0년 3월 1일자로 비자법을 개정하였습니다. 바뀐 내용에는 선교사 비자는 6개월만 허락하고 카자흐스탄 국내에서는 이를 연장할 수 없도록 했으며 비즈니스나 NGO 비자 역시 6개월만 발급 가능하도록 변경했습니다. 이 비자법 개정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의 대사관에서 여러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 경우에는 현재 노동 비자(work visa) 를 받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노동 비자 획득을 위해서는 카자흐스탄에 등록된 법인의 서신(letter)과 외국인 노동력 유치 허가가 일단 카자흐스탄 외교부 영사 국에 전달되어야 하고 이후 많은 서류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모두 알마티 현지에서 진행되는 일들입니다.

* 기도 제목 *

1. 이곳에서 5개월을 보내면서 어떤 상황에도 만족하며 살수 있다는 바울의 고백이 많이 와 닿습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감사하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성령 충만의 표현 중 하나입니다. 여기저기서 정체불명의 무는 벌레들이 나타나고 생각하는 만큼 빨리 어떤 결과들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삶 속에서 자족하며 감사하는 법을 배우고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우리 안의 기쁨을 빼앗기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쓴 뿌리들과 불안들이 사라지고 마음과 생각을 지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어떤 면에선 아이들이 앞으로의 사역을 위해 이곳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 자녀가 모두 개인적인 어려움을 통해 자신의 하나님을 만나고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고난 없이는 누구도 자랄 수 없으니까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3. 카자흐스탄에서 이뤄지고 있는 노동 비자 발급 과정들을 위해, 곧 있을 방학 기간 동안 온 가족이 몸과 마음이 더욱 하나님 안에서 튼튼해 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울러 저희도 이곳에서 충진교회, 선린의료원, 동산의료원, 부산의대(의전원)기독학생회, 바나바하우스와 기도 동역자님들을 기억하며 기도하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첨부 사진은 Te Awamutu 시내로 현지 사람들 인터뷰 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분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