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7년 10월 (48호)

10월 알마티도 노란 단풍으로 갈아입습니다. 산야는 물론이고 거리의 가로수까지 가을빛으로 물듭니다. 이곳 단풍은 담쟁이 넝쿨을 제외하면 거의 노란 빛깔이기에 맑은 물 위에 비치는 빨간 단풍잎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이번 기도편지는 단풍이 물들기 전 늦여름의 일부터 나누려고 합니다. 여느 때처럼 알마티에서 섬기는 카자흐 민족 교회, 아스타나에서의 의료 사역, 가족들 얘기입니다.

 샹으락 교인 중에는 미람굴이라는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샹으락 교회가 개척한 알마티 북쪽 60Km 자랴치니 교회를 통해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했으며 이제는 자랴치니 교회의 주요한 리더 중 한 분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랴치니 교회의 영혼 구원 활동을 위한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리더모임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분이지요. 지난 8월 말, 미람굴은 교회 리더들에게 점심 대접을 하고 싶다며 알마티 외곽 뚜르겐으로 우리를 불렀습니다. 초청의 진짜 목적은 아직도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가족들, 특히 아들들과 며느리들에게 교회 성도들을 소개하고 예수를 믿는 일이 해롭지(?) 않음을 믿지 않는 가족에게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미람굴의 아들들은 교회 일에 열심인 모친에게 교회에 관해 이것 저것 물어보다가 자기들도 한 번 교회 사람들을 청해 대접하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에서처럼 뚜르겐의 한 유르타(카작인의 전통 이동식 가옥)로 오게 되었지요.

 유르타 안에는 이렇게 상이 차려쳐 있었고 우리들은 감사 기도와 함께 식탁을 준비한 미람굴과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입구에 썬글라스를 한 채 앉거나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미람굴의 아들들이고 그 옆에 머리에 두건을 쓴 아주머니가 미람굴입니다. 미람굴의 맘 속에는 이렇게 교인들을 청해 함께 가족들과 함께 기도를 하게 되면 믿지 않는 아들의 맘도 복음에 열리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 날 우리는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며 높으신 아버지께 영광을 올려 드렸습니다.

 믿지 않는 가족을 향한 안타까운 맘은 카작 성도들의 맘에도 똑같습니다. 지난 9월에는 샹으락 교회 성도 3-4명씩 전도팀을 조직해 멀리 떨어져 있는 믿지 않는 친척이나 친구를 방문해서 복음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이성훈 M도 다른 세 사람과 함께 알마티 동쪽 80Km 지점의 이슥이라는 마을로 방문 전도여행을 떠났습니다.

 이 날의 전도 대상자는 미르자굴의 여동생 남편입니다.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미르자굴이고 분홍색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여동생, 그 옆이 그녀의 남편입니다.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요.

 교회에서 사람들이 방문한다니 간식도 준비하고 우리를 기다렸습니다. 카작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고 종교심이 많지만 오랜 세월동안 무슬림으로 살아왔기에 '예수님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그저 선지자 중 하나로만 인정하고 알라가 바로 유일신 하나님이며 마호멧이 알라의 가장 위대한 선지자라고 믿고 있지요.

 아내의 오랜 기도 때문인지 남편은 복음에 적대적이진 않았습니만 소비에트 70년동안의 무신론과 독립 이후 무슬림의 발흥 탓에 예수님을 구원자,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영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망설였지요. 그러나 사람을 부르시고 복음에 반응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에게 양과 염소의 비유를 얘기하고 결코 그에게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이 아니며 지금이 바로 부르심에 반응해야 할 때임을 촉구할 때 남편은 영접 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지요.

 교회 전도팀은 모두 웃고 있지만 부부의 얼굴은 아직 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수를 영접하겠다고 마음 먹기까지도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필요하지만 이후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영적 전쟁이 있을지를 생각하면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래도 전도팀의 방문으로 입술로 복음을 시인하고 영접하는 카자흐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습니다. 친척 중에 한둘이 복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카작의 강력한 무슬림의 진 내에도 균열이 발생합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카자흐스탄 지역 사회 속에 팽배한 이슬람의 영향력 속에서도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는 샹으락 교회 교인은 또 있습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비븟이 대표적이지요. 변호사인 그는 본인 사무실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를 계속 믿으려면 이혼하자고 요구했던 아내와 갈라서서 현재는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0일은 카자흐스탄의 공휴일이기도 한, 이슬람 절기 '쿠르반 아이트(희생절)'였습니다. 아브라함이 모리아산에서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했다가 여호와 이레의 양을 잡았던 사건에서 유래한 이슬람 명절인데 이 날 양을 잡아 희생제물로 바치면 죄 사함을 받는다고 무슬림은 믿고 있습니다.

 비븟은 이웃의 초청을 받아 온 동네가 양을 잡아 쿠르반 아이트 명절을 지키며 축하하는 지역사회 모임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집트에서 공부했다는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와서 코란을 암송하고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기도가 마치고 동네 사람들이 양고기를 나누며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동안 비븟의 맘 속에서 참을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 올랐다고 합니다. 비븟은 양의 피가 결코 우리의 죄를 속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기에 행사에 참석한 이맘(이슬람 성직자)에게 왜 이렇게 양을 잡아 제물로 바치면 우리의 죄가 사해지는지 그 근거를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지는 그의 질문에 이맘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고 비븟은 이렇게 매년 지키는 쿠르반 아이트 희생 제물로는 결코 우리의 죄를 씻을 수 없음을 말하며 매년 흘리는 양의 피가 아니라 단번에 드린 희생 제물로 우리의 죄를 완전히 사하신 예수님의 희생만이 우리를 죄에서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고 담대하게 선포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웃 사람들은 "저 사람 지금 예수 얘기를 하는 거야?" 라며 서로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한 두명씩 그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마을 모임은 흐지부지 끝났지만 주변 동네 사람들의 시선은 그 후로 더욱 따가와졌습니다. 비븟은 주일 예배 시간에 이 간증을 회중 앞에서 나누면서 교회 리더들과 함께 자기 마을의 몇몇 어른들에게 찾아가서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을 나누자고 제안하는 것으로 간증을 마쳤습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비븟 안에서 행하신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인해 모두가 놀라고 기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승리하신 예수님이 머리가 되시기에 교회는 세상 권세에 질 수 없습니다. 오늘도 샹으락 교회의 리더들은 함께 모여 기도하며 상의하면서 교회의 진로를 주님께 맡깁니다. 우리의 연약함 속에서도 하늘 아버지의 인도하심을 의지하면 우리 안에 계신 그 분이 반드시 일하심을 믿습니다.

수도 아스타나에서 이성훈 M은 카자흐스탄 현지 의료인들의 수준 향상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UMC 의료진을 위한 의료자문이나 UMC 의료진의 한국 연수 외에도 한국 의료진을 직접 아스타나로 초청해서 한국의료진의 경험을 현지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임상의학세미나도 올해 두 차례 진행합니다. 첫 번째 세미나는 이미 5월에 있었고 두 번째 세미나가 10월 5 - 6일 양일간 카자흐스탄 국립소아재활병원 컨퍼런스홀에서 열렸습니다. 이 세미나의 모든 준비와 진행은 이성훈 M이 맡았고 KOICA의 지원 하에 이뤄졌습니다.

 세미나 개회식 후이 기념 사진입니다. 개회식에는 주카작 한국 대사님과 소아재활병원 의료원장이 참석했고 국립소아재활병원 뿐 아니라 아스타나에서 일하는 재활의학 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에서 온 강사들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2차 세미나 강사진 섭외 역시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연속이었습니다. 지난 5월 세미나 때도 그랬지만 하늘 아버지께서 필요한 사람을 예비시키시고 보내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성훈 M이 알고 있는 소아재활분야 의사는 포항선린병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양신승 선생님이 전부입니다. 지금은 충남대병원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양신승 교수님을 통해 소아재활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한 훌륭한 강사진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권정이 교수님(서울삼성병원 재활의학과), 양신승 교수님(충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일영 교수님(충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용만 과장님(대전병원 신경과), 서정희 재활치료사님(서울삼성병원) 이렇게 총 5분이 멀리 카자흐스탄까지 와 주셨습니다. 이번 강의의 주제는 소아뇌성마비였는데 국립소아재활병원에서 세미나가 이뤄진 만큼 현지의료진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1차 세미나와 마찬가지로 이틀간의 세미나 종료 후 참석자들에게 세미나 수료증을 수여하고 축하했는데 세미나 후에도 직접 환자를 데리고 진료 상담을 받으러 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사회가 발전할수록 재활 특히 소아재활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의료진과의 만남은 현지 의료진으로 하여금 국민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래도 고무적인 사실은 카자흐스탄에 국립소아재활병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올해가 카자흐스탄 국립소아재활병원 개원 10주년이라네요. 한국에서 오신 강사진으로부터 한국은 이제 막 국립소아재활병원을 설립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국가 주도의 의료체계가 가진 장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외되기 쉬운 소아재활분야에 이렇게 투자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번 임상의학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 중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세미나를 참석했던 분들, 그리고 멀리까지 오셨던 강사님 한 분 한 분께 하늘 아버지의 은혜가 늘 임하시길 간구합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텐샨학교도 새 학기를 맞았습니다. 사진은 개학식에서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드리는 모습입니다. 첫째 형민이는 이번 학기에 찬양팀 리더를 맡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 부쩍 찬양과 예배에 대한 기대와 갈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도 형민이(11학년)는 물론이고 시은(9학년), 성은(8학년)까지 여자 축구팀에서 뛰고 있습니다. 텐샨학교 내 한국 학생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데다가 한국 학생들이 주로 축구를 하다 보니 축구팀에는 늘 한국 아이들이 많지요^^

 객관적으로 보면 텐샨학교는 공부보다는 운동에 열심인 측면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턱없이 부족한 MK 학교다 보니 고학년이 되어도 학교가 아이들에게 학습이나 대학 입시에 필요한 충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 얼마 전 대학 입시에 필요하니까 고등부 교내 학업상의 종류를 늘리자는 제안을 받았던 텐샨학교 교장 데이크가 했던 답변입니다.  "우리 학교는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상과 스펙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학생 수가 몇 명밖에 안되는 우리 학교에서 그렇게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남들에게 잘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not looks good) 학생 하나 하나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be good)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시류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곳 MK 학교의 아이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욕심 많은 부모들도 세상의 잣대를 내려놓고 하늘 아버지의 인도하심에 자녀들을 내 놓았습니다.  

 부모와 교사들의 기도 가운데 텐샨학교 학생들이 하나님 나라의 순전한 일군으로 커가길 손모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한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 기도 제목 ]

1. 복음 들고 영혼 구원에 나서는 샹으락 교회 성도들의 열정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봅니다. 그러나 교회 내에는 여전히 많은 불안 요소들이 있습니다. 최근 높은 이율을 미끼로 피라미드 방식의 대출 사기 사건에 샹으락 교회 교인들이 연류되어 영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주님을 따라가고자 결심했던 삶 속에도 늘 성령의 소욕과 육체의 소욕 사이에 전쟁이 벌어집니다.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정상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샹으락 교회가 세상 가치와 기준에 마음을 빼앗겨 하나님만 의지하는 삶 여기 저기에 구멍이 뚫리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2. 2차 한국-카자흐스탄 임상의학 세미나가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런 학술행사가 하나님 나라에 어떤 유익이 있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최근 아프카니스탄에 의료 M으로 나갔던 카자흐인 의사 나타샤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의 많은 의료인들이 외국 의료진에 의한 의학 교류 세미나를 통해 주님을 영접하는 계기를 얻었다는 간증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주님은 사용하십니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은혜를 누리도록, 또 이성훈 M의 향후 아스타나 의료사역의 방향도 하늘 아버지께서 보여주시길 기도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