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7년 8월 (47호)

올 여름도 어김없이 무더위와 싸우셨을 믿음의 동역자님께 건조한 중앙아시아 땅에서 주 이름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면 소나기라도 한 번 보고 싶은 갈급함이 크지만 땀방울 뚝뚝 떨어진다는 한국 소식을 들으며 차라이 이곳 알마티가 낫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해마다 여름은 우리의 믿음이 뜨거운 태양 아래 여물어 가던 계절이지요. 올 여름도 동역자님 가정에 이 세대를 본받지 않으며 부르심에 순종해서 전쟁터로 달려가는 간증이 계속되길 기도합니다.

 샹으락에서 있었던 리더 모임 모습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희 가정을 알마티의 샹으락 교회로 이끄신 놀라운 섭리에 탄복하게 됩니다. 우리가 처음 카자흐스탄 땅에 왔던 2001년에 이미 아스타나의 다민족 교회를 섬기며 이국땅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예배하고 찬양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설레고 큰 기쁨인지 알게 해 주셨지요. 이제 알마티에서 6년째 이들과 함께 하며 민족과 언어는 달라도 한 마음으로 이 땅을 중보하고 하나님을 함께 높여 드릴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7월 9일에는 샹으락교회의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1년에 한 번, 여름마다 주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는 고백을 드리는 현지인으 대상으로 세례를 베풀고 있습니다. 올해는 메르드갈리, 투특, 굴나르, 다리야, 카이랏, 자드라, 자이나 외 자랴치니 교회 성도 3명이 포함되어 모두 9명이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세례식은 지난 5년간 알마티 북쪽 80Km의 깝차가이 호수에서 있었습니다.

세례식에 들어가기 전 말씀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샹으락의 경우는 세례문답이나 세례식 관련 규정이 한국처럼 엄격하지 않습니다. 복음을 듣고 그 내용을 이해한 뒤 내 속의 옛사람은 죽고 예수님으로 산다는 고백을 회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결심이 서게 되면 교회 리더와 성경공부를 하고 간단한 문답을 거친 뒤 누구나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세례가 갖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이곳 카자흐스탄에서 신자로서 세례 이후의 삶의 여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세례식에 나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도 함께 비장해집니다.   

 이날 세례 집례는 샹으락교회에서 개척한 자랴치니 교회를 맡고 있는 사빗한과 샹으락 교회의 집사인 아슬벡이 맡았습니다. 카자흐스탄 선교 역사는 침례교단 선교 역사가 워낙 독보적이고 샹으락교회 리더들도 침례교 전통에서 자라온 탓에 세례는 자연스럽게 침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샹으락교회는 미등록 지하교회이고 아직 특정 교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비록 이 교회에 참여하는 외국인 사역자 두 가정은 비록 한국 장로교단 소속 교회 파송이지만 현지 성도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있지요. 현지인이 중심이 되는 교회공동체가 우리의 모델이기에 한국의 교단이나 전통이 선교지에 그대로 이식되는 것보다는 그 분의 때에 현지 교회 리더가 중심이 되어 그들이 중심이 되는 교단을 세워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지요.  

 영광의 이름 에수님, 찬양 받으소서.... 이 감격스러운 순간, 나도 모르게 하늘과 땅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 카자흐스탄 땅에 주님의 십자가에서 함께 죽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일어나는 이 모습은 큰 감동입니다.

 세례식을 마치고 모두 식탁에 둘러 앉았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고 강하고 따가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이 곳은 숨이 막히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지만 매년 여름이면 새로운 감격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세례식을 모두가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세례식을 마친 다음 주일 예배에서는 세례를 받은 모든 이에게 카작어 신구약 성경책을 선물하면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새로운 소식이라면 7월부터 샹으락교회에 새로운 찬양팀이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사진처럼 루슬란, 알튼, 자지라, 아르만이 새로운 찬양팀을 꾸려 기존의 찬양팀과 격월로 돌아가며 주일예배 찬양을 인도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저희 부부는 지난 6년 간 현지 청년들과 주일 찬양팀으로 섬겨왔는데 이제 때가 되어 이렇게 또 하나의 찬양팀이 세워진 것을 보니 참 기쁘고 감사합니다.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사람에게 이런 맘을 허락하신 하늘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새 팀이 성령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길 기도합니다.

 이성훈 M의 아스타나 사역은 여름에는 좀 여유가 있습니다. 현지 의료진 교육에 초점을 맞춘 일이다 보니 현지인들의 휴가가 길어지는 여름철에는 바쁘지 않은 편이죠.

 가끔은 아스타나에서 내려올 때 기차를 이용합니다. 저녁 6시 10분에 아스타나에서 출발하면 다음 날 아침 9시쯤 알마티에 도착하는 침대 열차입니다. 2003년 스페인에서 도입된 열차라 '이스빤스끼' 라고도 불리는 '딸고' 열차입니다. 이 열차 덕분에 기존에 23-26시간 걸리던 알마티-아스타나 구간이 14시간 남짓으로 확 줄어들었지요. 원래 소비에트 연방은 넓은 국토를 촘촘한 열차로 연결했던 철도 왕국이었기에 이젠 항공편도 좋아진 카자흐스탄이지만 여전히 철도가 카자흐스탄 여행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올 여름 새로 이전한 UMC 본관 건물입니다. UMC(University Medical Center)는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나자르바예프 의대 부속병원이자 카자흐스탄으로 전세계의 첨단의료기술을 도입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기관입니다. 이제 출범한 지 2년째인 UMC 산하에는 4개의 국립병원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자체 건물은 없었는데 이번에 한국 건설업체인 동일건설이 본관 건물을 완공함에 따라 제대로 된 건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나자르바예프 의대생들의 교육과 실습이 이뤄지게 됩니다.  

 이성훈 M은 카자흐스탄 유일의 한국인 의사이기도 하지만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외국인 의료M입니다. 그만큼 카자흐스탄은 의료M이 활동하기 쉽지 않은 곳이지요. 가난한 나라들은 M병원이나 NGO를 쉽게 받아주지만 카자흐스탄 처럼 나름 잘  사는 국가에서는 외국인 의사에게 의료행위를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보이지 않는 장벽도 높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UMC는 한국 의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고 자국 의료진의 수준 향상을 위해 한국 의사가 일해 주길 원했기에 이성훈 M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책임감이 따르고 의미 있는 일이기에 이 건물을 오가며 활동해 나갈 때마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긍휼하심을 구합니다.

 지난 편지에서 말씀드린대로 이성훈 M은 6월 중 2주간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주로 건강 검진과 처가집 칠순 행사로 잠시 방문하는 일정이었지만 한국 인*서브 월례모임에서 M 보고를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카자흐스탄을 잘 알지 못하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서울 양재의 한 교회당에서 M 후보자와 기도 후원자들이 모인 가운데 사역보고를 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이제 막 사역지로 나가려는 M 후보생들과 다른 사역지 M들의 격려와 용기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뜻밖의 시간들을 언제나 예비해 놓으시고 공급해 주십니다.

 8월 초에는 매년 필드에서 진행되는 회사 컨퍼런스가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인*서브)는 카자흐스탄에서 8 유닛(5가정, 3싱글)이 활동하고 있눈대 매년 한 지역에 모여 서로 사역을 나누고 메시지를 듣는 컨퍼런스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두바이에서 온 강사님을 모시고 전 팀원들이 알마티 모처에 모여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카자흐스탄이 워낙 방대한 국토이다 보니 좀처럼 모두가 한 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교회와 연합해서 예수님의 제자를 세워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격려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다양한 민족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곳 카자흐스탄에 왔습니다. 서로가 나눈 이야기 속에는 슬픔도 낙심도 환난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그 분이 주신 은혜였습니다. 하반기에도 저마다의 사역지에서 하나님 손 붙잡고 매일 이겨나가게 되길 기도합니다.

[ 기도 제목 ]

1.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9명의 새로운 세례교인이 샹으락과 자라치니 교회에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흔들려는 악한 영의 공격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지요. 메르드갈리, 투특, 굴나르, 다리야, 카이랏, 자드라 등 세례를 받은 형제자매들이 주님의 은혜 안에서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처럼 믿음이 성장하도록 기도해주세요.  

2. 아스타나에서 오는 10월에 두 번째 임상의학세미나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한국에서 재활의학과 교수님과 신경과 전문의를 초청해서 아스타나의 국립소아재활병원에서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임상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계획하고 진행 중입니다. 섭외된 강사님들이 잘 준비되어 카자흐스탄 땅에 도착하실 수 있도록, 아스타나의 의료진들이 잘 준비된 마음으로 이들을 맞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카자흐스탄 초기 M 역사를 보면 이런 의료 세미나를 통해 회심한 현지 의료진의 간증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번 방문을 통해 일하실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분주했던 여름을 뒤로 한 채 8월 21일부터 텐샨학교도 개학합니다. 온 가족이 다시 규칙적인 사이클 속에서 학교에서, 아스타나에서, 알마티에서 하반기 사역을 시작하게 되는데 2017년 남은 하반기에도 부르심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달음박질 할 수 있도록, 영적, 육체적으로 준비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