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7년 6월 (46호)

 하늘은 파랗고 땅은 초록빛 계절입니다. 알마티가 가장 아름다운 때를 손꼽으라면 5-6월이 아닐까요? 멀리 흰 눈이 덮인 산 아래로 푸른 초원이 펼쳐진 카작 땅에서 동역자님께 이 곳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지만 알마티는 살기 좋은 쪽으로 기후가 바뀌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두 차례 꼭 비가 내리고 선선해지는 패턴이 반복되며 오랫동안 봄이 유지되고 있지요.  중앙아시아 특유의 강한 햇빛과 자외선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초록빛으로 변해 버린 산야를 바라보며 변화된 기후로 인해서도 감사드립니다.  

 시장에 나가 보면 채소,과일 종류가 많아지고 가격도 뚝 떨어졌습니다. 집 근처 아리스탄 바자르 모습인데 부추, 토마토, 가지, 가지, 피망, 레몬이 눈에 띄네요. 일부는 근교에서 재배되는 것들이지만 많은 채소들이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들입니다. 카작에서 9년, 이제는 이곳 먹거리에 적응될만도 할텐데 아직도 한국 먹거리가 생각납니다.    

 이성훈 M은 지난 달 한국 의료진을 초청해서 아스타나 UMC 산하 국립모자병원 컨퍼런스룸에서 '한국-카자흐스탄 국제임상의학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작년부터 계획한 세미나였지만 UMC 측에서 성형외과 와 몇몇 임상과에 관심을 보이면서 어떤 주제로 열지 끝까지 망설이다가 최종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산부인과로 확정했습니다. 해당과 전문의를 초청해서 양국 간의 임상경험을 나누는 학술 행사를 연 것이죠.

 카자흐스탄 의료진의 역량 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국 임상의학 교육과 의료정책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이성훈 M 같이 한국에서 온 의료 협력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카작 의료인들과 한국 의료진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도록 돕고 카작 의료진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일이겠지요. 카자흐스탄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대부분 공무원입니다. 공산주의식 의료 시스팀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한국의 소방공무원처럼 국가 정책과 통제 아래 자국 국민을 진료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과 발전 보다는 자리에 안주하기가 쉽고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좋은 평을 받기 어렵지요.  

 이번에 한국에서 온 네 분의 의료진은 강의를 통해 최신지견을 소개할 뿐 아니라 강의 내내 겸손한 자세와 현지인을 사랑하는 맘을 보여 주심으로 인해 세미나에 참석한 현지 의료진들로부터 특별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은 이후 UMC 이사장과 이성훈 M과의 별도의 만남에서도 언급되었고 향후 세미나 계획 뿐 아니라 아스타나에서의 이성훈 M의 사역에도 큰 힘이 됩니다.  

 세미나 개회식에는 쿠르마노프 UMC 이사장(좌측에서 세번째), 닥터 산드로 UMC 의료국장, 김대식 주카자흐스탄 한국 대사(좌측에서 두 번째)가 참석했고 한국측 강사로는 이현국(메리놀병원 순환기내과), 김기욱(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안병재(부산대병원 내과), 문은정(일신기독병원 산부인과) 선생님이 훌륭한 강의로 세미나를 빛내 주셨습니다. 강사진들은 모두 저희 부부와 대학 시절을 함께 했던 믿음의 친구들로 지금까지 기도와 물질로 카자흐스탄을 섬기고 계신 분들이지요.  이번 행사를 위해 UMC에서 장소와 참석자들을 조율했고 KOICA에서 강사진의 여비와 체제비를 지원해 주셨는데 카자흐스탄으로 파송받을 당시 이성훈 M의 맘 속에 있던, 한국의 믿음의 의료진들을 카자흐스탄으로 동원해야겠다는 소망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현실로 이루어진 셈입니다.

 이번에 온 강사들은 모두 자녀들을 데리고 카자흐스탄으로 날아 오셨습니다. 한국에서도 자녀들끼리 서로 만난 적이 있는 사이라서 세미나 일정동안 아이들끼리 한 팀이 되어 활동했고 아스타나 한 복판에서 하늘 아버지의 이름을 높이는 찬양을 함께 드리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지요. 강사진 모두가 아스타나 UMC의 이성훈 M 사무실에 오셔서 간절히 기도하시는 등 저희 가족을 위한 특별한 위로가 되어 주셨습니다.   

 

 바라기는 앞으로도 UMC측의 필요에 따라 한국의 믿음의 의료진들을 계속 초청하고 싶습니다. 오는 10월에는 이곳 소아재활병원에서 이런 세미나를 또 개최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기도하며 의료진을 섭외하고 있습니다. 이 일들을 통해 하늘 아버지의 뜻이 온전히 이뤄지길 기도합니다.

 알마티 샹으락 교회는 지금 사춘기를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올해로 만 8년이 되는 이 교회에는 하나님도 잘 믿고 싶고 세상에서 필요한 것들도 넉넉히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믿음으로 살아가는 길이 만사형통을 의미하지 않으며 고리로 이자를 받는 피라미드식 사채업에 돈을 넣어 두는 것보다 하루하루 노동하는 일이 신성한 것이라는 것을 배우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올해부터 우쉬콩으로, 깝차가이 등 새로운 지역으로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방문 전도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몇몇 리더들을 알마티에 개설된 지하 신학교에 보내 신학 교육을 받게 하고도 있습니다. (참고로 카자흐스탄에는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종교 교육기관이 한 곳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카작 정부는 교회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현지인 리더가 종교 교육을 수료했다는 졸업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요)  결국 카작 민족의 미래는 준비된 현지인 교회 리더와 상관 관계가 높기에 새로운 리더들가 세워지도록 온 교회가 기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가 빌려서 예배드리는 건물 옆 그늘에서 온 교회가 소풍을 갖기도 했습니다. 핏자와 KFC 닭튀김과 각자가 싸 가지고 온 음식을 내어 놓고 봄 기운을 한껏 즐긴 뒤 배구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요.

 매주 금요일 기도회 시간도 늘 갈급함으로 넘쳐납니다. 예전보다 뜨겁지 않다는 자체 반성(?)도 있지만 여전히 이 시간을 통해 교회와 카작 땅을 위해 기도하며 개인의 기도제목을 깊이 나누고 함께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 교회가 하늘 공동체 임을 실감할 수 있지요. 이 곳에서 함께 기도할 때면 우리 아버지는 카작 땅과 카작 사람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시고 이 땅과 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는 120여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교회는 특별히 카작 민족만이 모인 교회입니다. 카작인의 1%도 하나님을 예배하지 않는 이 땅에서 한국인과 카작인이 손을 얹고 한 분 하나님을 바라며 함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 우리 하나님이 그토록 기뻐하시는 모습이지요. 이 공동체를 통해 지금도 카작 민족을 부르시고 세우시며 회복시키시는 하늘 아버지를 보고 있습니다.  

 5월에는 우리 회사 소속의 새로운 미국 가정이 알마티로 들어 오셨습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주에서 15년 이상 어려움 속에서 일하셨던 분인데 두 차례의 추방 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사역지로 오신 것이지요. 새 출발을 앞두고 치아망이에서 머무는 동안 중국 사람들을 향한 분노가 내면에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10개월간 회복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는 그 분의 중국에서의 분투기를 들으며 사역자의 길로 들어선 동료로서의 공감과 아픔을 함께 하며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한 주님의 사람들을 계속 이 땅으로 보내시는 하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삼남매는 이제 또 한 학년을 마쳤습니다. 이곳은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고 5월말에 학년이 끝나지요. 첫째 형민이는 올해 학교 찬양팀 리더로 섬겼습니다. MK 학교다 보니 종업식을 앞두고도 이렇게 찬양을 하고 1박 리트릿을 가도 몇 시간씩 찬양을 하지요. 이 아이들이 우리 부부 곁을 떠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형민이는 2년 후면 부모를 떠나 한국으로 대학 생활을 위해 떠나겠지요.

시은이와 성은이는 이제 숙녀 티가 확실히 납니다. 각자 좋아하는 한국 아이돌 그룹도 있지요. M 으로 부르심을 받고 사역지로 나올 때도 결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역지로 나온 뒤에도 나의 계획이 통하지 않음을 알고 사역과 삶의 모든 부분을 그 분께 완전히 의탁하는 결단이 다시 필요하지요. 우리 삼남매를 향한 기대와 염려 역시 나의 계획이나 뜻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는데서 출발합니다.  

학교 앞 초원에는 풀을 뜯는 양떼가 보입니다. 이 양떼 옆에는 늘 목자가 서 있지요. 우리 아이들의 삶의 목자 되시는 하늘 아버지를 떠 올리며 내 속에 일어나는 의심의 구름을 말끔이 지워냅니다.

올 해 11학년이 되는 형민이는 대학을 한국으로 가고자 합니다. 형민이처럼 해외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한국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학업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수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수능격인 SAT 시험 성적이지요. 그러나 이곳 알마티에는 이를 위해 도움을 줄 만한 기관이나 필요한 자료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올 여름 한국을 방문해서 SAT 학원의 도움을 받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사진과 달리 이제 아빠보다 키가 큰 청년이 된 형민이는 자신의 진로를 놓고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의 목자 되시는 하늘 아버지께서 그 분의 방법으로 그 분의 길로 인도하실 것을 신뢰하며 기대합니다.  

[ 기도 제목 ]

1. 알마티 샹으락교회는 7월에 세례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주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기로 한 현지인들이 죽음과 부활을 의미하는 이 의식을 통해 제자의 삶을 결단하도록 기도합니다. 리더 루스템은 우쉬콩으로에서 새로운 교회를 시작하기 위해 임대할 만한 아파트를 알아 보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샹으락 교회를 통해 이미 개척된 자랴치니 교회 처럼 새로운 교회들을 출발할 수 있도록, 또 이를 위한 노력들이 주님만을 온전히 의지하길 기도합니다.

2. 아스타나 UMC에서 열린 5월 임상의학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이끄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강의를 위해 카작을 방문하신 가정이 앞으로도 저희 가정과 함께 이 땅을 계속 섬기며 동역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오는 10월에 새로운 임상의학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인데 하늘 아버지께서 예비해 놓으신 분을 만나 기도로 잘 준비되길 기도합니다.  

3. 이성훈 M은 6월 10일부터 2주간 한국을 방문해서 건강검진과 가족 방문 후 다시 알마티로 돌아오고 이선화 M과 아이들은 형민이의 여름 학업을 위해 6주 정도 한국에 있게 됩니다. 일정이 짧은 관계로 이성훈 M과 가족이 교회와 후원자 분들을 일일이 찾아뵙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년이 안식년인지라 그 때를 기약합니다. 올해는 제기된 문제에 대한 의료 검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치과, 내분비내과, 정형외과... 사역지에 나온지 만 7년이 되니 몸에도 이상 신호가 들어옵니다. 준비된 좋은 의료기관을 만나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