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7년 4월 (45호)
새 봄을 맞으며 하늘 아버지께서 하실 새로운 일들을 향한 기대감이 마당 한 구석에 피어난 새하얀 수선화처럼 환하게 피어납니다. 사과꽃, 배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국 땅 알마티에서 한국의 귀한 동역자님들께 소식을 전합니다. 다들 평안하신지요?
샹으락 교회는 3월 초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특별 예배를 드렸습니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은 한국에서는 그저 기념식만 하고 넘어가는 날이지만 이곳 카자흐스탄에서는 온 국민이 축하하는 공휴일이자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입니다. 교회에서도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 생활을 이어가는 여자 성도들을 격려하고 축복하기 위해 특별 예배로 모였습니다. 주일 예배는 보통 찬양으로 시작하는데 찬양이 끝나면 아이들이 회중 앞으로 나오고 주일 학교로 가기 전에 온 성도가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 날은 특별히 학생 하나가 성구 암송을 하고 있네요. 카작어로 또박 또박 말씀을 외우는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여성의 날에는 주변 여성에게 꽃과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것이 전통입니다. 교회에서도 모든 여자 성도들에게 튤립 한 송이를 건네고 온 성도가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의 '로자' 는 남편과 함께 교회에 나오지 못합니다. 사실 남편(동거남)도 전에는 우리 교회에 출석했었지만 이 부부가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을 알게 된 교회가 이를 허락하지 않자 이 문제를 고민하다 결국 혼인 신고를 원하지 않는 남편 없이 이렇게 교회에 나오고 있습니다. 로자의 남편은 기약없이 우즈벡스탄에 장기간 머물기도 하는데 우즈벡에도 아내가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양성 평등이 한국보다 훨씬 많이 이뤄진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속 사정을 들여다 보면 카작 민족 안에는 여전히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여자 성도들이 책임감 없는 남편이나 술이나 가정 폭력으로 상처받고 있습니다.
아이들만 데리고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는 여자 성도들의 비율도 높습니다. 그러나 엄마를 따라 온 아이들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기도를 배우고 찬양하며 자라납니다. 샹으락 교회만 하더라도 남녀 비율이 거의 반반이긴 하지만 여성모임의 응집력은 남성모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열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나누고 이를 통해 서로 격려받는 여성 소그룹 모임은 매우 활발한 반면 남성 모임은 그렇지 않지요.
여성의 날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남자 성도들이 일찍부터 교회로 나와 빨라우(전통 볶음밥)를 준비하고 여자 성도들을 위로하기 위한 식탁을 준비합니다.
우리 교회는 5개 조의 식사 당번이 있는데 통상 남자 성도들은 식사 준비는 커녕 설거지에도 손대지 않습니다. 전통 카작인들의 문화와 관련이 있지요^^ 그러나 저희 가정과 다른 M 가정으로 이뤄진 식사 당번 때 외국인 남자들이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몇 년간 꾸준히 지켜본 끝에 청년들 식사 당번 때는 남성 청년들이 설거지 하는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여성의 날 주일이 1년에 한 번 남자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날입니다.
여성의 날 주일에 촬영한 우리 교회 여자 성도들의 단체 사진입니다. 각자의 기구한 사연을 들어보면 이 곳에 와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만 이 분들의 표정과 변화된 삶을 보면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낮고 낮은 자리, 샹으락의 가난한 마을에도 주님은 친히 찾아오셔서 자기 사람을 부르고 계십니다.
예배 후 온 성도가 함께 식사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남녀로 나눠 앉았네요.
담임 사역자인 루스템과 집사 역할을 맡은 아슬벡 아가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찻잔을 채워 주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성의 날이 지난 주간에는 교회 내 여자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1일 수련회'가 열렸습니다. 주일 예배를 드리는 으르겔르 건물이 아니라 샹으락 지역의 건물에 모여 말씀을 나누고 자녀 양육 등의 실제적인 문제를 다뤘습니다.
루스템이 말씀을 나누는 장면입니다. 이 날은 결혼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수련회였고 교회 내 미혼 청년들이 수련회 도우미로 나섰습니다.
말씀과 강의로만 채워진 시간이 아니라 공동체 훈련이나 게임 등을 통해 삶에 지친 여자 성도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고 공동체가 얼마나 귀한지 느끼도록 도왔습니다.
외부인의 눈으로 이 분들의 삶을 보면 고달파 보입니다. 남편은 이미 가정을 버리고 떠나갔고 혼자 일하며 아이를 기르는 가난한 여성 가장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모든 어려움을 능히 이기게 하시는 분이시며 더 큰 소망으로 세상을 보게 만드십니다. 참 놀랍고 신기한 우리 하나님...
공휴일에 진행되었지만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여자 성도도 있습니다. 그러나 4개의 여성 소그룹 모임 안에서 서로를 붙들어주며 하늘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게 도울 것입니다. 그 분의 은혜와 긍휼이 오늘도 알마티의 낮은 땅, 샹으락을 비추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이성훈 M은 지난 2월 말, 나자르바예프 의대 UMC(Univerisity Medical Center) 산하 병원인 공화국 진단센터 병원장 '까말쟌' 과 국립이식종양병원 중환자실장인 '무신'과 함께 한국의 3개 병원(아산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서울성모병원)을 1주일간 방문했습니다.
카작 의료인과 함께 한국의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이성훈 M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UMC 는 한국 병원을 좀 더 가깝게 보고 배우길 원했고 이성훈 M은 이들의 출장을 돕는 도우미를 자청했습니다. 한국 일정을 구체적으로 짜야 했고 통역 역할도 해야 했기에 한국 방문 내내 바쁘고 정신없었습니다.
맨 왼쪽이 공화국진단센터 병원장인 까말쟌, 중간이 국립 이식종양병원 중환자실장인 무신입니다. 무신은 이제 막 카자흐스탄에서 이뤄지고 있는 장기이식수술 이후 발생하는 패혈증 같은 합병증을 한국에서는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고 까말쟌은 병원장이기에 병원 내 기획, 예산에 관한 내부 조직도라든지 인센티브 시스템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지요. 이성훈 M은 사전에 한국의 3개 병원과 조율해서 이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UMC와 MOU를 맺은 고대안암병원에서 병원 조직에 관한 내부 정보들을 많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병원 내 실무자들과 난상토론을 벌이면서 한국과 카자흐스탄 병원 조직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과 특이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카자흐스탄 의료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지요. 이것만 해도 UMC 방문자로서는 큰 소득입니다. 이들의 도우미로 나선 이성훈 M은 6일 동안 정성껏 이들의 한국 방문을 섬겼습니다.
장기이식 관련 시설, 수면다원검사실, 외래에서 이뤄지는 소수술, 성형외과, 진단검사의학과의 장비 시스템, 중환자실의 실제 운영을 보고 배웠습니다.
중환자실에서 폐혈증 환자를 치료하는 노하우는 몇 시간만에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카작 의료 관계자들은 자국 의료 수준이 낙후된 것이 장비와 시설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카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료진의 교육과 수련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간이식수술 기술 전수에 관한 협력을 서로 약속했습니다. UMC가 진정성을 가지고 이 일을 추진해 간다면 진전을 보일 것입니다.
카작 의료진과 6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같은 호텔에서 하루 세끼를 함께 하면서 이들과 친밀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로는 통역으로, 떄로는 한국 역사와 의료에 대한 강사 역할을 하면서 이들과 허물없이 얘기를 주고 받았던 것이 이성훈 M으로선 가장 기쁜 경험이었지요. 어느 날, 이어지던 대화 끝에 그들이 이성훈 M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카자흐스탄에 왔습니까? "
카자흐스탄에서 의사라고 하면 급여가 아주 낮은 공무원입니다. 90% 이상이 여성이고 실제로 의대를 졸업해도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비율도 아주 낮습니다. 대부분의 똑똑한 학생들은 외국계 기업이나 금융업, 석유 및 자원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꿈꿉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 의사들의 지위와 대우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던진 질문이... "왜 당신은 카자흐스탄에 왔습니까?'입니다.
그리고 대답은.... "하나님이 이곳에 보내셨다" 였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니까요...
한국 문화를 알기 위해 이곳 저곳을 다니던 까말쟌 병원장은 한국의 종교가 궁금해졌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종교를 주로 믿나요?" 이성훈 M은 대한민국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알려주었습니다. 한국 사람 50% 이상이 신을 믿지 않는다고... 종교를 가진 사람은 개신교(20%), 불교(15%), 카톨릭(8%) 순인데 개신교와 카톨릭을 합친 기독교가 28%로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까말쟌의 눈에 비친 한국은 너무도 매력적인 국가입니다. 그런데 그 국가의 다수가 믿는 종교는 예전에 믿었다던 불교가 아니라 기독교 라는 것도 이들은 배웠습니다.
카자흐스탄 의료계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사람과 함께 했던 한국에서의 일주일...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이들 맘 속에 선한 영향력이 남기를 간구합니다.
우리 가정의 첫째 형민이와 둘째 시은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4박 5일동안 알마티에서 서쪽으로 690Km 떨어진 쉼켄트의 한 교회에서 영어와 축구를 매개로 현지 학생들을 만나는 GPS 축구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GPS팀은 MK학교인 텐샨학교의 한국인 MK 10명과 체육 선생님이 한 팀을 이뤄 쉼켄트 사역을 기도로 준비해 왔습니다. 십자가를 세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교회 건물을 가지고 있는 쉼켄트 순복음교회 앞에서의 모습입니다.
MK 학생들이 직접 현지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며 그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GPS 캠프는 우리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비록 이 땅에는 M 부모를 따라 왔지만 이제는 그들 스스로 이 땅의 다른 지역을 방문해서 가진 재능과 열정으로 친구를 사귀고 복음을 실제로 보이는 경험입니다. GPS는 Gospel to People through Sports 의 약자입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MK 여학생도 3명이나 참여했는데 8학년인 우리 시은이도 용감하게 따라 나섰습니다. 두려움이 아니라 용기와 사랑으로 이곳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을 체험한 시간입니다.
겨울과 봄 시즌 동안 10학년 형민, 8학년 시은, 7학년 성은 모두 텐샨학교 농구팀 선수로 뛰며 각각 알마티 리그와 CABC(Central Asia Basket ball Classics) 에 참석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시골 학교인 텐샨학교를 다니던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스포츠 이벤트가 반복적인 학교 생활에서 큰 활력소가 됩니다.
며칠 전 새 봄이 오는 잔디밭에서 본 첫째 형민이와 셋째 성은이 모습입니다.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매일 매일 느끼면서 너무도 감사한 것은,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을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와 심판에서 구원해 주셔서 주님과 함께 살게 하시고 새로운 사명 주셔서 이렇게 카자흐스탄으로 보내 주셨다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각양 다른 모습으로 은혜 주시는 주님의 인도하심은 동역자님과 저희 가정의 삶 속에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기도 제목 ]
1. 샹으락교회의 루스템, 루슬란, 무슬림... 이 세 사람은 오는 4월 24일부터 2주간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지역으로 전도여행을 떠납니다. 총 이동거리만 해도 4,000Km나 되는 장거리 여행입니다. 아울러 알마티 동쪽 '우쉬콩으르'에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교회 안에 개척팀이 발족되었습니다. 온 교회가 하늘 아버지께 온전히 거하면서 이 귀한 비전을 감사와 두려운 맘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울러 일부 성도들이 고리의 이자를 준다는 이유로 사설 대부업체에 자신의 돈을 맡기는 등 세상 재물에 마음을 배앗겨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들 가운데 행하시고 우매한 자들의 마음을 바꾸시도록 기도합니다.
2. 오는 5월 첫 주에 한국의 의사 선생님 네 분을 UMC 산하 국립모자병원으로 초청해서 임상의학 세미나를 가지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오는 선생님 모두가 귀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방문하는 시간을 통해 이 곳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함께 느끼고 현지 의료진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이 끼쳐지길 소원합니다. 원활한 세미나 일정과 진행을 위해, 강사진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3. 환절기를 맞아 이선화 M이 감기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좋지 않은 손가락 관절은 여전히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있지만 회사와 학교, 교회 일로 늘 바쁘기만 하지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활동 속에서 건강을 잃지 않도록 기도 요청합니다. 매주 알마티와 아스타나를 오가며 이 땅을 섬기는 이성훈 M은 지난 달부터 다시 갑상선 호르몬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TSH 수치가 높게 나오고 증상도 있어 약을 복용중인데 치료자 하나님께서 회복시켜 주시길 기도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