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7년 2월 (44호)

 2017년 새해에 처음 드리는 편지입니다. 다들 평안하신지요? 지난 몇 개월간 한국 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며 저희 맘도 무거웠습니다. 지난 월요일 밤에는 이곳에서 사역하는 M들과 함께 모여 한국과 한국교회를 떠올리며 연합기도회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대적 사탄은 늘 우리가 위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 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붙잡혀 있길 원합니다. 심지어 사역지 안에서도 현지 교회와 자신의 약한 모습에 일부 M들이 낙심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단호히 이러한 공격에 맞설 것입니다. 이런 모든 시도를 격파하며 우리에게 항상 이김을 주시는 하늘 아버지만 바라보며 찬양할 것입니다. 그 기쁨이 오늘도 우리를 살게 합니다.  

 아스타나는 여전히 북극입니다. 1미터 앞도 안 보이는 눈보라는 시베리아 한 복판처럼 느껴지지만 이런 척박한 이국 땅에서 이곳 사람들을 섬기도록 인도하신 아버지의 일하심만 생각하면 모든 추위와 눈보라는 기쁜 멜로디로 변해 버립니다.  

 이성훈 M은 아스타나에서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이 모임은 KOICA를 통해 한국에서 1-2년동안 연수를 받은 행정 공무원 또는 공기업 임원들과의 만남입니다. 한국을 다녀온 지 수년이 흘렀지만 이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경험했던 작은 것들을 회상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얘기합니다. 전문인 사역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복음을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이나 만남 속에서도 삶으로 표현한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이 이끌어주신 이런 크고 작은 만남 속에서 이성훈 M의 말과 행동이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하늘 아버지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소원합니다.

 UMC에서 하는 일은 직접적인 진료 보다는 현지 의료진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행정적인 분야가 많기에 때로는 이곳 행정 직원들의 미숙한 일 처리나 자기 중심적 업무처리로 인해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갑작스럽고 무리한 부탁이나 우리 상식과는 맞지 않는 일처리를 보면 그렇지요.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도 많겠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나자르바예프 의대 수련병원이자 선진의료를 카자흐스탄으로 도입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UMC는 산하에 공화국진단병원, 국립모자병원, 국립소아재활병원, 국립종양이식병원을 두고 있는 병원연합체 입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분들이 이 모든 병원들의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분들이지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한 노력들이 카자흐스탄 의료정책이나 의료진 역량에 얼마나 큰 변화를 줄진 알수 없지만 이 곳으로 이끄신 분이 하늘 아버지임을 확신하기에 순종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가끔 혼자 찬양을 하면서 속상한 맘을 하나님께 올려 드릴 때도 있습니다. 현재 아스타나에서 하고 있는 일을 위해 지난 7년간 이곳의 문화와 상황을 이해하게 훈련시키셨다는 생각도 하지요.  

 다시 알마티로 내려 갑니다. 비행기를 타고 알마티 근처로 오면 이렇게 눈덮인 텐샨산맥이 눈에 들어옵니다. 알마티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 요즘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알마티 샹으락교회는 3년 전, 알마티 북쪽 80Km 지점에 위치한 자랴치니에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우리는 이 곳에 사빗한을 사역자로 파송하고 기도와 물질로 돕고 있는데 사빗한과 자랴치니 교인들은 매주 첫 주에는 알마티까지 와서 우리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립니다.

좌측 사진은 교회로 모이는 창고입니다. 우측 사진이 바로 3년 전 현지인 사역자의 자립을 돕기 위해 양계장을 시작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포항선린병원 단기팀이 섬기고 간 곳도 바로 이곳이지요. 그로부터 3년... 사역자 사빗한은 신실하게 이 곳을 지켜왔고 많은 잃어 버린 영혼들이 이 곳을 통해 하나님을 영접하고 있습니다.

 자랴치니 사역자 사빗한은 작년부터 닭 대신에 칠면조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닭보다 기르기가 수월하다고 합니다. 작년 말, 사빗한은 1월 리더모임을 자랴치니에서 가지자는 제안을 했고 우리는 자랴치니 교회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다함께 그 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되었습니다.  

 사빗한과 교인들은 알마티에서 오는 믿음의 식구들을 맞기 위해 칠면조도 잡고 말고기로 비스파르막(고기 수육과 밀가루 전병을 함께 삶은 요리)을 만들어 최고의 식탁을 준비했습니다. 손님 대접하는 것을 귀하게 생각하는 카작인들이지만 가난한 시골 교회에서 이런 고기 요리를 해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이 분들의 섬김을 통해 주 안에서 형제자매됨의 풍성함을 더욱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모인 이곳은 다 쓰러져가는 창고를 개조한 곳인데 여기서 성도들은 찬양하고 예배합니다. 교인의 상당수는 여성인데 대부분이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서 아이를 기르는 가난한 사람들, 장애를 가지고 있어 혼자 살아가기에 힘든 분들입니다. 술이나 마약 때문에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다 이곳을 찾아온 분들도 있지요. 자랴치니 교인은 모두 합쳐 15-20명 정도 됩니다.

 함께 모여 찬양하고 기도합니다. 모두의 마음이 하나되고 뜨거워집니다.

 리더모임은 교회를 이끌어 가는 모임이기에 대단한 전략이 있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하늘 아버지께 찬양하고 기도를 통해 복음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추운 겨울 동안에도 샹으락교회의 리더들은 하늘 아버지의 긍휼하심을 소리높여 간구합니다. 식사 후 찬양과 기도가 밤새 이어지면서 새벽 3시가 되서야 모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샹으락 교회 말고도 우리는 우리 회사(단체) 모임도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호주에서 안식년 중인 R,M 가족이 알마티 우리집을 6개월 만에 방문했습니다. 카작에서 16년간 사역한 이 가정은 우리 회사 카자흐스탄 리더이기도 한데 결혼 15년만에 기적적으로 얻은 아기, 데비도 함께 데리고 왔습니다. 최근 싱가폴과 인도에서 온 단기 자매들과 함께 모여 알마티 소그룹 모임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팀웍을 다지는 시간이었죠. 멤버 케어 측면에서도 이렇게 회사 식구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늘 우리의 정체성를 되돌아보고 날마다 헌신을 다짐하게 되니까요.

 우리는 사역지에서도 한국인 M 여섯 가정과 정기적인 기도회와 가족 모임을 통해 깊은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실 사역지에서 한국인 사역자 가정끼리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큰 복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또래 아이들을 가진 가정들이 마음을 모을 수 있었고 3년전부터 아빠 M들만 매달 기도회를 이어오고 있으며 MK 수련회나 GPS(현지인 학생들을 위한 영어축구캠프) 등의 활동을 통해 연합의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에도 가족모임을 통해 음식도 나누고 갈급한 맘으로 찬양하며 주님 안에서 함께 예배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특히나 한국인 자녀들에게는 한국어로 찬양할 때 느끼는 감정이 특별합니다. 우리 삼남매도 파송받고 해외생활한지 7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말이 더 편하고 한국어 찬양이 주는 감동이 영어나 현지어 찬양보다 크다고 고백합니다.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포항충진교회에서 M학교, WLW, 수요찬양예배를 통해 누렸던 찬양의 기억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눈이 쌓인 겨울이지만 이제 곧 3월이 되면 봄기운이 완연해질 겁니다. 올 해에도 우리 주님 손 꼭 붙잡고 그 분이 가라고 하신 곳에서 예배하며 살겠습니다.  

 2017년 보내는 첫 편지입니다. 부족한 우리 가정을 위해 한결같이 기도해 주시는 포항충진교회, 포항선린병원, 부산의대기독학생회, 그리고 개인 후원자 한 분 한 분께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한국 땅 역시 2016년 말의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 하늘 아버지로부터 말미암는 생명과 진리의 빛이 찬란하게 비쳐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 기도 제목 ]

1.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예상못한 장애물에 낙심하기도 합니다. 샹으락 교회 현지인 사역자인 루스템, 사빗한이 미래 삶에 대한 경제적 불안함이나 교회 내 인간 관계로 인해 그들의 소명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그 분으로 인해 기뻐하며 이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우리의 역할은 이들을 격려하고 기도하는 일입니다. 몸 된 교회의 지체로서 각자 저마다의 역할이 있지요. 모든 리더들이 성령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3년 전 개척한 자랴치니 교인들은 알마티에서 찾아 온 손님들을 칠면조와 말고기로 극진히 대접하며 새벽 3시까지 함께 찬양하고 기도했습니다. 더 말씀을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의 갈급한 마음은 잘 고른 밭과 같아서 하나님의 말씀의 씨앗이 떨어지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어 보입니다. 자랴치니 교인들을 위한 더 많은 사역자와 동역자가 세워지도록 기도합니다. 자랴치니 교회 사역자 사빗한은 이제 만 60세가 되었습니다. 더욱 더 건강하게 복음전도자로서의 살 수 있게 기도합니다.

3.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스타나에서, 알마티에서, UMC에서, 샹으락 교회에서, 텐샨학교에서, 알마티의 M 사회 속에서... 이 만남 속에서 복음을 삶으로 나타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