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6년 10월 (42호)
주 안에서 한 마음으로 묶여진 동역자님께 카자흐스탄에서 문안드립니다. 알마티와 아스타나는 벌써 눈이 왔습니다. 아스타나는 연일 눈보라와 영하 8-10도의 기온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가을의 기억을 지워 버리고 겨울 속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노랑 빨강 단풍잎이 아름다울 조국의 산천을 떠올리며 이 곳으로 저희 가정을 보내주신 동역자님과 이곳 소식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주는 저희가 섬기는 샹으락교회에서 추수감사절과 같은 '사반토이'와 교회 설립 7주년 예배를 겸해서 드렸습니다. 2009년 가을, 세 가정이 모여 시작한 이 카작인 교회는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고 이 날 모두가 함께 모여 하늘 아버지께 감사의 예배를 드린 것이지요. 지난 7년간의 교회 역사를 회고하는 짧은 슬라이드 영상도 함께 봤는데 이 땅 교회의 역사를 스스로 밟아가고 있음에 모두가 감격한 시간이었습니다.
에쿠아도르에서 수입된 바나나가 카자흐스탄의 수확물은 아니겠지만 햇빛과 비를 주셔서 올해도 먹을 것을 공급해주신 하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이렇게 과일과 야채를 차려놓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메시지를 맡은 루스템은 신명기의 칠칠절 본문을 가지고 감사절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교인들과 나누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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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후에는 성도들이 준비한 축하 순서를 가졌는데 초등학생들의 성구 암송, 청장년들이 보여주는 단막극 등.... 한국 교회의 옛날 추억을 새록새록 생각나게 고전적인(?) 축하 순서로 꾸몄습니다. 저희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 어느 감사주일보다 전체 순서와 진행이 깔끔해서 이제 우리 교인들의 역량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교인들 몸짓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익숙해졌습니다. 지난 5년동안 이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카작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람을 보고 배울 수 있었지요. 현장에서 이들과 함께 손을 들고 기도하고 어둠 속에서 주님께 돌아오는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다는 것은 조국 교회 안에서의 신앙생활과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입니다.
매주 새로운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옵니다. 아직 예수님을 영접할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하나님께 소원을 아뢰고 같이 기도하자고 요청하면 한사람도 빠짐없이 자신의 인생의 큰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 놓지요. 우리가 부르는 축복송은 한국과 똑같습니다. "형제의 모습 속에 보이는 하나님의 형상 아름다워라 존귀한 주의 자녀 됐으니 사랑하며 섬기리"
주일마다 우리가 예배 드리는 장소는 매주 3시간 임대하는 장소입니다. 대략 다섯 개의 미등록교회가 이 장소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기도의 집' 이라는 이름으로 알마티 시 당국에 등록된 건물입니다. 세 가정으로 시작된 교회는 이제 어른만 50명이 넘는 모임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우리 교회 리더 모임 모습입니다. 이 장소가 바로 샹으락교회가 시작된 NGO 건물입니다. 금요기도회와 기타 모임은 모두 이곳에서 열리지요. 멀리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우리 모임의 목사로 세워진 '루스템' 이고 자라치니 교회를 섬기는 담임 사역자 사빗한, 샹으락교회의 집사 아슬벡, 찬양팀을 맡고 있는 마하밧이 모두 다 보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교회 리더들이 이렇게 모여 말씀을 나누고 교회 현황과 재정을 살피고 함께 기도합니다. 저희 가정으로서도 카자흐스탄에서 지치지 않고 이 땅을 섬길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이 믿음 공동체 안에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역자로서 어떤 교회를 만나고 섬기는지가 무척 중요한데 우리 아버지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동반자를 만나게 해 주 셨습니다.
이제 아스타나 얘기를 좀 드려야겠네요. 매주 항공편을 이용해 아스타나를 왕복하는 제게 무척 익숙한 아스타나 공항 모습입니다. 2017년 10월 있을 엑스포 준비로 공항 확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어 지금은 약간 어수선하지요. 몇 달 전에는 이 공항 활주로에서 카자흐스탄 국적 여객기가 착륙 기어 작동불능으로 바퀴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 착륙을 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알마티-아스타나 노선에는 많은 카자흐스탄 국적 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SCAT 항공도 급한 스케줄 변경이 있을 때 제가 주로 이용하는 항공사입니다. 활주로에서 탑승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중고 항공기를 구입해서 운항하는지라 위험도가 꽤 높은 편이지요. 그래서 아스타나를 오갈 때마다 특별히 기도를 더 하게 됩니다^^
우리 가정이 처음 카자흐스탄에 왔던 2001-2003년, 아스타나 장로교회는 저희가 섬겼던 교회입니다. 시내 미술관에서 시작했던 이 교회는 2003년 예배당 건축을 계획하는데 이후 10년만에 감격적인 입당예배를 드렸습니다. 파란 지붕에 빨간 벽돌로 된 바로 이 건물이 아스타나 장로교회입니다. 이 땅에 이렇게 십자가가 세워진 대형 예배당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지만 예배당 건축을 맡았던 한국인 M 부부는 이제 더 이상 이 교회를 섬기지 않고 있습니다. 아스타나 시 당국의 방해로 비자가 연장되지 않는 바람에 결국 카자흐스탄을 떠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이곳을 맡을 현지인 사역자를 찾을 수 있었고 지금은 인근 키르기스스탄에 살면서 이곳을 돌보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카작 당국의 한국인 30일 무비자 정책이 발효되는 덕분에 비자가 없이도 3개월에 한 번씩 이 예배당을 방문해서 현장을 살피고 격려할 수 있게 되었지요.
아스타나에 올라온 이성훈 M이 아스타나 장로교회에서 15년 전 함께 이 교회를 섬겼던 한국인 M 가정과 함께 한 모습입니다. 하늘 아버지의 계획을 우리가 잘 알순 없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완공된 교회 본당 안에서 다시 만났고 이성훈 M은 여전히 아스타나에서 사역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분의 인도하심은 놀랍기만 합니다. 그러고보면 저희 가정은 지난 15년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어떤 믿음의 역사들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는 증인 중 한 사람입니다.
한국인 30일 무비자 정책으로 과거 추방당하거나 더 이상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었던 한국인 M 들이 최근 다시 아스타나를 찾고 있는데 얼마 전 만난 박** M 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1996년부터 아스타나 나사렛교회를 개척하고 중앙아시아 전체에 지교회를 뿌리 내리게 했던 이 가정 역시 15년 전 아스타나에서 의료 사역과 M 협의회 안에서 저희 가정과 가깝게 교제했던 분들입니다. 15년 전 학생이었던 딸의 사위까지 대동하고 교회 20주년 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해 이곳을 떠난 뒤 처음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지요. 역시 비자를 내주지 않아 사역지를 떠나야 하는 그 순간은 너무도 안타까왔지만 지금은 "그 때 나왔던 게...하나님의 은혜였어요" 라고 과거를 회상하십니다. 이젠 현지인 사역자 중심으로 자리잡은 교회를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는 이 분들을 보는 내내 15년 세월이 또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 역사의 땅, 아스타나에 여전히 우리가 서 있습니다.
아스타나에는 우리 회사(인**서브)의 두 가정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가정은 2011년 캐나다에서 온 필과 제닌 가정인데 네 아이와 함께 추운 아스타나에서 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가정은 작년에 미국에서 온 한국계 미국인 우진, 미숙 가정입니다. 중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가서 대학을 마치고 결혼한 뒤 자녀들의 대학 졸업에 맞춰 사역지로 나온 가정이지요. 이렇게 아스타나에서 살고 있는 파트너를 만나며 새로운 땅에 대한 꿈과 희망을 더 품게 됩니다. 사진에서 우측의 두 사람이 우진, 미숙이고 아기를 안고 있는 리치(호주)와 좌측의 그의 아내 미영(한국) 역시 카자흐스탄 땅을 18년간 섬기고 있는 파트너입니다. 결혼 10년 동안 아기가 없다가 올해 첫 아기를 낳았는데 그 기쁨은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이 땅을 섬긴다는게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2주 전 브라질에서 한 가정이 카자흐스탄으로 파송받아 왔는데 두 살, 네 살 아이를 가진 젊은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자녀들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3주 동안 고생만 하다가 카자흐스탄을 떠나야 할 상황입니다. 쉽게 비자의 문이 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문은 견고하기만 했습니다. 브라질 인은 카자흐스탄에서 1년에 30일간만 무비자가 가능한데 부부는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어떤 비자도 줄 수 없어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조아오 는 넘치는 에너지로 이 땅을 밟았지만 지금은 잠시 후퇴해야 때인 것 같습니다.
저희 가정은 학교가 개학하면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자녀 셋 다 학교 축구팀에 열심이지요. 얼마 전 학교 행사 때 찍은 삼남매 모습입니다. 막내 성은이도 중학생이 되었고, 첫째 형민이는 10월 5일 만 16세 생일을 맞았습니다. 형민이는 찬양팀에서 리더를 하고 있고 둘째 시은이는 축구부에서 중등부 주장을 맡고 있지요. 이렇게 학년이 올라가면서 맡게 되는 역할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배우고 실패도 경험할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지요. 긔고 독립할 준비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것들을 느끼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스타나에서 해가 지는 모습입니다. 멀리 모스크 첨탑이 보이네요. 우리는 알마티의 카작 교회와 MK 학교, 그리고 아스타나에서의 의료사역으로 이 땅을 섬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다보면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를 대상으로 ㅅㄱ하고 계심을 알게 됩니다. 매일매일 빚으시고 다듬고 가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체험합니다.
내일 저녁에는 이성훈 M이 사역하는 나자르바예프대학 University Medical Center(이하 UMC) 의 멘토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7명의 전문가들이 팀을 조직해서 아스타나를 방문합니다. 이번 주는 아마 이 팀으로 인해 무척 바쁘게 보낼 것 같습니다. 하늘 아버지께서 열어 주시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 땅을 섬기면서 먼 훗날 부끄럽지 않은 시간들로 채워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일 가운데 일하실 하늘 아버지를 기대합니다.
[ 기도 제목 ]
1. 샹으락 교회가 창립 7주년을 맞았습니다. 소망없는 물질 문명 가운데 꿋꿋이 생명의 빛을 전하는 구원의 방주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최근 보여 주시는 병자가 낫는 급진적인 은혜와 깨어진 가정들이 회복되는 지속적인 은혜로 인해 하늘 아버지께 영광과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이를 계기로 교회가 더욱 말씀의 반석 위에 든든히 서 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저희 가정은 계속 찬양팀으로도 섬기고 있습니다. 최근 찬양팀 싱어로 함께 섬기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이 있어서 공식적으로 싱어팀 두 개를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놀랍게도 70세 가까운 분이 예배 시간에 싱어로 회중 앞에 서고 있습니다. 나이와 체면에 상관없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카작 사람들의 마음으로 인해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 저희 가정의 삼남매가 오직 하나님 안에 있는 진리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세상 가운데 흔들리지 않는 주의 자녀로 잘 서도록 기도해 주세요. 모든 학부모의 기도제목이겠지만 사역지에 나와 있는 저희 역시 동일한 기도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에서 함께 다음 세대를 위해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3.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팀이 아스타나의 UMC 를 방문해서 카자흐스탄 건강 검진 시스템의 컨설팅을 하게 됩니다. 이번 멘토링 프로그램은 UMC 예산으로 시행되는 것이며 한국의 전문가 초청을 통해 카작 의료에 부족한 면들을 메우려는 시도입니다. 이번 프로그램 속에서 하늘 아버지의 성품이 저를 통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울러 저는 개인적으로 내년 4월 경 저희 기도 후원자님들 중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를 방문해서 현장 의료진들에게 임상의학적 측면에서 강의와 교육으로 섬겨 주실 분을 모시려고 계획 중입니다. 이 사업 역시 하늘 아버지의 인도하심을 따라 순적하게 준비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