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6년 8월 (41호)

 가마솥 같은 무더위라고 들었습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땀 흘리며 부름 받으신 땅에서 섬기고 계신 동역자님께 알마티에서 인사드립니다.

 지난 6월 편지에서 저희 가족이 키르기스탄 이식쿨에서 열린 회사 컨퍼런스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전해드렸는데 그 후로도 여름 내내 많은 모임이 이어졌습니다. 타지에서 이런 저런 사역으로 지친 저희로서는 여름철에 제공되는 이런 모임이 재충전의 큰 통로가 됩니다. 여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사역이 시작되는 9월에 기도편지를 보내려다가... 기도편지가 날아오는 짝수달 15일을 기다리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짤막하게나마 여름 근황을 전하려고 합니다.

1. 아이들, 둥지 캠프 참석하다

 지난 번 기도편지에서 말씀드린대로 저희 삼남매와 이선화 M은 지난 7월 6일부터 8월 4일까지 잠시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방문 목적은 ㅅㄱ사 자녀(MK)를 대상으로 매년 MK 네스트가 주최하는 둥지캠프에 자녀들이 참석하기 위함이었는데 이선화 M의 건강 체크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10학년 형민이는 고등부, 8학년 시은이는 중등부, 7학년 성은이는 초등부 그룹에 속해 2주 동안 수련회와 모국 여행 경험을 쌓고 돌아왔습니다. 홈스테이 가정에서 묵기도 하고 티머니 카드를 소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모국과의 친밀감을 느끼는 시간이었고 전 세계에서 온 150명의 다른 MK들과 서로의 삶을 나누고 도전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둥지캠프를 통해 둘째 시은이는 많은 걸 느꼈습니다. 캠프 첫날, 진행자가 "이번 캠프 기간동안의 공용어가 뭐지요?" 라고 묻고는 "예, 한국어에요. 영어 쓰면 안돼요~" 라고 안내할 때, 가슴 속에 뭉쳤던 뭔가가 사라지는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알마티의 MK 학교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면 벌칙을 받는데.. 중 2 시기를 겪고 있는 시은이에게 자유롭게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임이라는 것이 그렇게 위로가 되었나 봅니다. 서로를 소개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학교를 갈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이번 캠프는 중국에서 온 참석자가 많았다고 하던데... 많은 친구도 사귀고 서울, 대구, 대전 등지로 흩어져 여행하며 엄마, 아빠가 해주지 못했던 경험들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3년이 지나면 첫째 형민이가 이곳 알마티의 MK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를 떠나 혼자 한국으로 간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캠프가 아이들의 한국 재적응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선화 M은 한국 인터*브에서 주최하는 한국 파트터 가족캠프도 참석했고 파송교회인 포항충진교회, 부산의대기독학생회 하기봉사지를 방문하고 보고 싶은 가족도 만났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이 짧은 탓에 한국에 계시는 동역자님께 따로 연락드리지 못했음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8월 초, 알마티로 돌아온 가족의 첫마디는 "우와....한국은 정말 더워요..."였습니다.

 

2. 취소된 단기 ㅅㄱ 여행

 앞선 6월 기도편지에서 6월 5일 카자흐스탄 악토베에서 군부대를 공격하는 대형 테러가 발생했고 한국 정부에서도 카자흐스탄 해당 지역에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고 전해드렸지만 이 때만 해도 올 여름 알마티로 예정된 포항충진교회 단기팀의 방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7월 18일 오전 11시 경, 알마티 시내 경찰서 인근에서 무장 괴한들에 의한 총격 테러가 발생하여 경찰관 2명을 포함한 5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고 대테러 작전으로 인해 알마티 전역에 적색 경보가 발령되면서 알마티의 정세는 혼돈에 빠졌습니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이번 사태를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처럼 알마티 현지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해지자 포항충진교회 단기팀 방문 일정도 어쩔 수 없이 취소되게 되었습니다.  

이번 단기팀은 알마티와 아스타나는 물론 외곽 지방을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렴한 열차표와 국내 항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벌써 발권을 마친 상태였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모두 환불해야 했습니다. 너무도 아쉬웠지만 언젠가 꼭 하늘 아버지의 인도하심을 따라 파송교회의 현장 방문이 이뤄지게 되길 손 모읍니다.

 

3. 흔들림없이 서는 교회

 여름이 오면 이곳 사람들도 바빠집니다. 먼 친척을 방문하러 여행을 떠나는 사람, 여건이 되는대로 조금씩 집을 수리하거나 짓는 사람들이 늘어나지요. 그러나 이런 여름 시기에도 샹으락 교회는 안정되게 그 뿌리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현지 성도들과 함께 교회를 이뤄가는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큰 감사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저런 의미에서 외국인 사역자가 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 밖에 없지만 샹으락 교회는 현지인 리더를 중심으로 안정되게 세워져 가고 있습니다. 7월에는 깝차가이 호숫가로 온 교회가 가서 세례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아직 우리 교회가 정식 등록되지 않은 지하 교회이기에 바깥 눈을 피하기 위해 주일 예배만은 기존에 등록된 다른 종교 건물을 3시간 정도 빌려 모이고 있지만 이곳으로 옮긴 뒤로는 안전성과 편리성이 더욱 확보되어 안정적으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이 하늘 아버지가 예비해두신 인큐베이터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현재 샹으락 교회의 외국인 사역자는 저희 가정과 한 가정이 더 있는데.. 이 다른 가정이 가족 사정으로 10월이 지나서야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올 수 있기에 당분간 샹으락 교회 안에서 저희 가정이 섬겨야 할 역할이 커 보입니다. 주일 모임, 찬양팀, 리더모임, 여성모임, 금요기도회 등 섬기고 있는 모임에서 더 지혜와 열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주일 예배 마친 뒤 온 성도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과 청년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주일학교는 여전히 취약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때가 되면 채워지리라 기대합니다^^

 이성훈 M 은 7월에는 가족과 떨어져 아스타나에서 지냈습니다. 카자흐스탄 입장에 서서 이 나라에 필요한 섬김을 발굴하기 위해 한국에서 오는 의료인과 현지 의료인을 만나고 있습니다. 현재 현지 의료진을 위한 마스터 코스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고 공화국 진단센터의 검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한 상태입니다. 9월이 되면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일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뭐니뭐니해도 인내심입니다.

 

[ 기도 제목 ]

1. 어김없이 올 여름을 통해 온 가족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아이들 학교도 개학이고 이선화 M의 MK 학교 사역도 재개됩니다. 이번 학기부터 이선화 M은 학교 근무일을 주 4일에서 3일로 줄였습니다. 이성훈 M의 아스타나 사역으로 인해 집 안팎으로 해야 할 일이 늘어난 점도 있고 건강도 조금 안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두 달 전부터는 우측 엄지손가락의 원위관절부에 통증이 있어 피아노 반주나 필기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두 달쯤 전 바쁘고 무리하게 보냈던 시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외국인 사역자 한 가정의 귀환이 늦어지면서 샹으락 교회에서의 저희 가정의 책임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혜롭게 성령 안에서 행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카자흐스탄의 불안정한 사회 정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카자흐스탄은 정치 불안이나 테러로부터 안전한 국가로 취급되었지만 이제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원리주의로 지목하면서 종교단체나 외국인을 압박하면 이 땅의 교회들은 늘 핍박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허가를 잘 내 주지 않으면서 노동비자로 이곳에서 사역하시는 ㅅㄱ사님들의 비자 연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카작의 교회와 사역자들이 성령님의 이끄심을 체험하며 이 시기를 이겨 나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특별히 김ㅇㅂ M 이 일련의 사태로 인해 노동 비자를 받질 못하면서 카자흐스탄으로 입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