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6년 6월 (40호)
주 안에서 한 소망을 품고 사는 믿음의 동역자님께 카자흐스탄에서 문안드립니다. 되돌아보면 어떻게 저희 가정이 동역자님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이곳 카자흐스탄까지 오게 되었는지... 세월이 흐를수록 이 모든 것이 잘 짜맞혀진 퍼즐임을 봅니다. 다가올 시간 속에서도 동역자님과 우리의 삶 속에서 그 분의 계획이 온전히 이뤄지고 하늘 아버지께 영광이 돌아가길 소원합니다.
알마티는 올봄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기후처럼... 그렇게 알마티에 비가 올때마다 아스타나는 어김없이 추웠습니다. 5월에도 눈, 우박이 내렸으니까요. 덕분에 시 외곽 알마티 공기는 무척 맑고 깨끗합니다. 하지만 올해도 날이 점점 뜨거워지고 비 방울도 보기 힘든 여름 건조기후로 접어들면 길을 걷기도 힘든 폭염이 지속될 겁니다.
이번 편지는 지금 이 땅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동역자님과 나누려고 합니다.
악토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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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은 중앙 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 정치가 안정되고 치안이 좋다고 하지만 최근 정세는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외국인에게 20년간 토지를 장기임대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 각지에서 열린데 이어, 이슬람의 금식월 '라마단'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5일(주일), 카자흐스탄 북서부 악토베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20여명의 무장 괴한들의 테러 공격으로 최소 17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시내버스를 탈취한 뒤 군부대로 난입해 영내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총기 판매점을 습격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저질렀습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극단주의 종교 단체의 무장 세력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1991년 분리독립한 이후 25년간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저항 세력들이 표면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이처럼 발빠르게 카자흐스탄 악토베 주에 1단계 여행경보인 '여행유의'를 발령했고 카자흐스탄 현지에서도 약 40만명이 살고 있는 악토베 전역에 적색경보가 발령되었고 대테러작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내 쇼핑몰과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이성훈 M이 활동하고 있는 아스타나에도 황색경보가 발령되어 도로 곳곳에서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이곳 한국 교민들에게도 바깥 출입을 삼가하라는 비상 안내문이 전달되는 등 조심하는 기류가 역력합니다.
아스타나에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성훈 M은 아스타나에서의 의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의 행정 절차가 으례 그렇듯이 공식 활동을 위해 필요로 하는 한국대사관과 UMC 산하 공화국진단센터간의 양해각서 체결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현지의료진의 수준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사관을 통해 KOICA에 제안해 놓은 상태입니다. 현지 의사들이 의뢰하는 환자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현지 의료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마스터 코스를 추진하는 것이 주된 활동입니다.
대한민국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26일에 공개한 작년(2015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통계를 보면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오는 환자 수는 자그마치 1만 3천명으로 전체 5위를 차지하고 있고 연평균 증가율도 114.8% 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입니다. 1인당 평균 진료비 통계애서도 UAE에 이어 2위(1인당 461만원) 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만큼 중증 환자들이 한국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카작 환자들은 한국만 가는게 아니라 독일, 이스라엘, 벨기에,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으로도 많이 떠나는데 이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자국 의료진에 대한 깊은 불신이 그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지 의료진을 격려하고 새로운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자 한국 의료진을 초청해서 아스타나 최고의 시설에서 하루 종일 질문을 주고 받으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의 주제 선정은 현지 의료진들의 의견을 가장 많이 반영할 것이고 이번 마스터코스 참석자를 대상으로 현지 학회를 구성해서 자비량으로 이곳 의료진을 돕고자 하는 한국 의료진과 연결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7월 경 한국에서 최종 승인이 나오는데 아무쪼록 이번 일이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지 의료진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필요를 듣고 돕는 일이 우선이다보니 무엇보다 그들과의 신뢰와 인간관계가 우선입니다. 이들의 편이 되어서 그들의 관점에서 카자흐스탄 의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 속에서 하늘 아버지께서 이끄심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알마티에서
알마티 샹으락교회도 햇살 속에서 조금씩 영글어가는 열매처럼 성숙해 가고 있습니다. 교회가 시작한지 6년 반 만에 처음으로 집사 직분을 세우게 되어 교회 행정일에 전념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이름은 아슬벡 입니다. 이 밖에도 샹으락교회에서 북쪽 60Km 지역에 개척된 자랴치니 교회 사역자를 위해 매월 정기 후원금을 보내기로 한 것도 최근에 결정한 일입니다.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이 우리 모임에 들락날락 하는 것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기도 했기에 이제는 예수님을 처음 영접한 사람들만 우리 교인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교회에 처음 나오면 5주간의 새신자교육을 수료하게 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점점 체계화되어가고 있음을 봅니다. 그래도 샹으락교회가 가지고 있는 DNA, 복음전파의 운동성은 이어가기 위해 모두가 애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주일예배 때 이렇게 교인들이 그룹을 나눠 특정 성경본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각 그룹에서 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카작에는 한국 선교사에 의해 한국 스타일로 예배 드리는 곳도 있고, 구 소련시대부터 지하교회로 존재했던 현지 침례교회처럼 형식과 전통을 강조하는 곳도 있습니다. 성령운동을 강조하는 오순절계열의 교회도 많이 성장하고 있지요. 우리 샹으락교회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말씀 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해가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지금처럼 옳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동행하는 외부인의 존재가 더욱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룹 토의만으로 삶에서 행동을 바꾸기는 어렵겠지요. 교회 공동체가 주님과의 친밀함을 더 사모하고 있으니 성령 하나님께서 이런 그룹 멘토링 과정 속에서 일하셔서 각 사람의 인생을 바꾸시고 이끌어가실 줄 믿습니다.
쉼켄트에서
쉼켄트는 알마티에서 서쪽으로 690Km 떨어진 도시입니다. 남카자흐스탄 주의 중심 도시인 이곳은 알마티보다 위도가 낮고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가 가까워 사막처럼 더운 지역으로 통합니다. 이 쉼켄트에 이곳 MK(ㅅㄱㅅ 자녀) 학교인 텐샨학교의 체육 선생님과 몇몇 한국 학생들이 현지인 학생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찾아가서 영어축구캠프를 개최하고 돌아왔습니다.
첫째 형민이도 이번 일에 참가했는데 텐샨학교에 교육 M으로 오신 체육 선생님과 다른 4명의 학생들과 함께 쉼켄트로 떠났습니다. 갑작스런 조부상으로 2명이 함께 하지 못했지만 이들은 GPS (Gospel to People throgh Gospel) 라는 팀을 결성하고 MK 신분을 뛰어넘어 스스로가 사역자가 되어 현지인을 섬기기로 결단하고 나간 것입니다. 알마티에서 쉼켄트까지 10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지도에 붉은 실선으로 표시된 구간입니다. 한국에서 이런 단기팀을 꾸려 쉼켄트로 갈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알마티에서 MK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단기팀을 구성해 쉼켄트로 떠난 셈입니다.
쉼켄트의 한 축구장에 모인 현지 참가자들의 수는 대략 40명 정도였고 여학생 뿐 아니라 29세의 청년까지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습니다. 축구캠프의 진행은 전적으로 선생님이 아닌 우리 MK 학생들에 의해서 이뤄졌고 이를 위해 이들은 사전에 함께 모여 기도하며 준비해 왔습니다. 현지 연휴 기간인 5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동안 열린 이번 캠프를 통해 평소 체계적으로 스포츠를 배우지 못한 현지 학생들에게 하루 2시간씩 2차례에 걸쳐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현지 참가자들과도 매우 가까워져서 그들의 생일잔치에 초대되어 가고 서로의 개인 연락처도 주고받는 등 국적에 상관없이 청소년으로서의 동질감을 깊이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이 시기는 어른의 말 한마디보다 또래의 고백이 더 마음에 와 닿는 법... 우리 아이들의 삶을 통해 현지 아이들에게 새로운 메시지가 전달되어지길 소원합니다. 주일날에는 현지 교회를 방문해서 함께 예배하고 특별 찬양을 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GPS는 이곳 쉼켄트를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현지 학생들에게 축구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고 합니다. 영어와 러시아어를 혼용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있지만,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사역 현장을 찾아 나선 우리 아이들을 통해 일하실 아버지를 기대합니다. 이번 축구캠프를 참석한 현지 학생의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원래 운동을 싫어하는데 이번 팀 프로그램은 재미있다고 더 배우고 싶어 한다" 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운동을 넘어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참 복음을 듣게 되길 GPS 는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스타나에서
지난 달에는 둘째 시은이가 중앙아시아 육상대회(CAAC)에 참석하러 아빠가 일하는 아스타나를 방문했습니다. 아스타나의 한 학교에서 열린 이번 육상대회에서 시은이는 중학교(Junior Varsity Girl) 여자 단거리 육상(100,200,400m)) 종목에 나섰습니다.
둘째 시은이는 축구나 농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만 오빠, 동생과 달리 육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뛰고 달리고... 우리 주님이 시은이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실지 우리도 사뭇 기대가 큽니다.
어쨋든 이렇게 아스타나에 올라온 시은이는 텐샨학교 대표로 유일하게 중학교 여자 단거리 육상에 출전해서 예선을 1위로 통과하더니 100, 200, 400m 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시은이는 학교에서 체육인으로 통합니다^^ 사역지에서 이렇게 잘 달리는 자녀를 주셔서 또다른 기쁨을 주시니 감사하기만 합니다.
비쉬켁, 이식쿨에서
저희가 속한 단체는 1년에 2차례 사역자를 대상으로 지역 컨퍼런스를 열어 재충전과 훈련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올 6월에도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에서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서 사역하는 M 들이 모여 1주간의 연합 컨퍼런스를 갖고 새 각오를 다졌습니다. 알마티에서 키르기스스탄 비쉬켁까지는 육로로 7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비쉬켁에서 이식쿨까지는 또 6시간을 더 가야 하지요.
이번 기도편지에는 지명이 많이 등장하기에 지도에 한번 표시해 보았습니다. 빨간색은 카자흐스탄 도시이고 파란색은 인접국 키르기스스탄 지역입니다. 카자흐스탄은 14개의 주가 있는데, 위 지도에는 각기 다른 색깔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각 주가 한반도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카자흐스탄은 세계 9위의 면적으로 한반도의 13배, 남한의 27배 정도의 크기입니다.
6월 6일부터 11일까지 키르시스스탄 이식쿨 호수에서 열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우리 가정 역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새 힘을 얻는 것은 물론 타지역에서 사역하는 다른 M들을 만나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2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참석한 이식쿨 컨퍼런스... 작년에는 타지키스탄팀과 연합 컨퍼런스 하느라 못 왔고 재작년은 안식년이라 못 왔기에 3년만에 참석한 셈입니다. 그 사이 우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가장 나이 많은 MK 들로 변했습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형민이가 쫓아다니던 형들이 많았는데... 새삼 세월이 그만큼 흘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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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성은이도 지난 6월 7일 드디어 텐샨학교 초등학교 6년 과정을 졸업했고 이제 중학생이 됩니다.
이번 6월 말로 우리가 파송 받아 나온 지 딱 만 6년이 됩니다. 그 짧지 않은 세월동안 신실하신 아버지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시며 그 분의 길로 우리를 선하게 인도해 가셨습니다. 정말 우리 하나님, 멋진 분이십니다.
[ 기도 제목 ]
1. 며칠 전 카자흐스탄 악토베에서 발생한 테러는 카자흐스탄 전체를 불안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악토베를 공격한 군인들이 외국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며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를 지목했고 영국의 중앙아시아 전문가는 '카자흐스탄에 정권교체가 다가오다. 정치 엘리트간의 다툼이 진행되다' 등의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카자흐스탄 교회가 이런 테러와 정치적 변동기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더욱 내실있게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또 샹으락 교회가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 속에서 성령님의 이끄심을 체험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이성훈 M 은 지난 주 한국 대사관을 통해 현지 의료진 역량 강화를 위한 임상의학 보수교육 세미나(마스터 코스)를 6개월에 한 번씩 개최하고 참석자를 대상으로 현지 학회를 구성하도록 돕자는 제안을 한국에 전달했습니다. 이 계획에 대한 최종 승인은 올 7월 안에 이뤄질 예정인데 하늘 아버지의 섭리 속에 향후 일정이 진행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 일을 통해 현지 의료진과 더욱 가까워지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길 원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사역하면서 어떤 것 하나 내 생각대로 이뤄지는 게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아버지의 계획이 이뤄지도록 기도해 주세요.
3. 지난 2개월 동안 우리 가족은 넓디 넓은 카자흐스탄 곳곳에서 아버지를 예배하고 섬겼습니다. 특히 첫째 형민이는 남부 카자흐스탄의 쉼켄트에서 MK 로서 현지 학생들을 섬기며 복음 전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MK 학생 스스로 주도해서 이끌고 있는 이 캠프를 통해 MK 아이들은 하늘 아버지를 더 깊이 알아가도록, 참가하는 현지 아이들은 복음을 듣게 되길 기도합니다. 어제 끝난 키르기스스탄 이식쿨 컨퍼런스를 통해 우리 가정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는데 올 여름을 건강하게 잘 보내어 오는 하반기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4. 올 여름 MK 네스트에서 개최하는 MK 수련회인 둥지캠프가 7월 11일부터 22일까지 대전 국제학교에서 열립니다. 이번 둥지캠프에는 우리 삼남매 모두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성훈 M은 카자흐스탄에 남아 있고 이선화 M이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한국에 들어갔다 올 예정입니다.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주최측과 수련회 전 과정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
* 보안상 본 내용을 인터넷(게시판)에 올리지 말아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