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이선화 가정이 보내는 소식 4호 ( 2010년 11월)

사랑하는 동역자님들에게...

이제 곧 초겨울 추위가 매서울텐데 모두 건강하신지요? 이곳 뉴질랜드는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화창한 봄을 잠시 보낸 뒤, 지난 주부터 뜨거운 햇살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벌레들입니다. 오래된 목조 건물에 카페트가 깔려 있는 숙소에서도 정체 불명의 벌레들에게 온 몸 구석구석 발갛게 물리기 일쑤고, 주변 풀밭에서 노는 아이들도 온 몸에 물린 상처로 들어옵니다. 우리에겐 또 다른 적응 훈련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달 소식이 좀 늦었네요. 하루 하루가 정말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1. ICI 생활

 국제 단체 소속 선교사에게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요구 사항이 바로 영어 구사 능력입니다. 이곳에서 영어와 성경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 요즘, 영어 실력이 빨리 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언어 장벽으로 나의 의견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함을 느낄 때마다 ‘참 내가 별 거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우리를 향해 몇 번이고 같은 대답을 하며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잘한다고 격려 해주는 이곳 사람들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됩니다.

남편은 구약학, 신약학을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대한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공부를 하는데 남편의 성향과 잘 맞는가 봅니다. 이렇게 부족한 것을 배우게 하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님, 이런 귀한 시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혜가 없는 자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 공부에 지혜를 더해 주세요."

2. 훈련 잘 되고 있나요?

가끔 저희 부부가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바로... “우리가 잘 훈련되고 있나?” 입니다. 강의실 수업만을 통해 뭔가 훈련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대부분이 삶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생활인 이곳에서는, 그 어떤 것도 우리 맘의 평안과 감사를 빼앗지 않게 끊임없이 그 분의 은혜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훈련인 것 같습니다. 이미 허락해 주신 은혜를 완전히 자유롭게 충분히 누리며 감사의 열매를 날마다 맺는 훈련 중에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 생활 속에서도 우리의 약점은 끊임없이 노출되지요. 한국 같지 않은 제한된 환경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해가며, 옛 사람을 묻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I have been crucifed with Christ and I no longer live, but Christ lives in me. The life I live in the body, I live by faith in the Son of God, who loved me and gave himself for me" (Gal 2:20)

날마다 나는 죽고 예수님만 사는 삶이 되도록 기도해주세요.

3. 이곳 병원도 방문해 보았습니다.

남편이 갑상선 기능 이상 때문에 몸이 힘들다는 기도 제목을 올린 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정말 놀랍게도 증상이 무척 좋아졌답니다. 최근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기 위해 이곳 병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의사는 이라크 사람이었고(이라크 사람을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했습니다) 정말 친절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의사가 쓰는 책상이 마치 학교 책상처럼 심플하고 진료실도 아주 단순했다는 것, 그리고 남편을 진료하면서 세세한 부분들을 직접 다 체크하고 심지어 옆에 있는 저에게까지 남편의 행동에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물어보더라는 것이죠. 한국처럼 복잡하고 바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물론 1회 진료비가 80달러 정도로 비싸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환자에게 이런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큰 도전이었습니다. 저희에겐 좋은 경험이 되었지요.

4. 형민이, 시은이, 성은이...

선교사의 생활 중 힘든 것 중 하나가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을 자주 접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같이 지냈던 한 가정이 이번 주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중1, 초4 두 아들을 둔 가정이었는데 아이들이 순하고 착해서 우리 아이들과 무척 가깝게 지냈습니다. 타국에서 한국 친구를 만나 친해지는 것은 한국에서보다 몇 배나 빠르고 깊은 경험인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3개월이 지나고 그들이 돌아가고 나니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마음 한 켠이 이렇게 허전하고 쓸쓸한데.... 마음 여린 형민이는 오죽할까요. 우리보다 몇 배나 힘들어하는 눈치입니다.

 이곳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 한 분이 자신의 자녀들도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더니 이제는 누가 오더라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친해지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슬픈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아이들끼리 환송회도 하고, 남자 아이들은 하룻밤 같이 자기도 하고... 찐한 이별을 하고 헤어졌는데 여전히 아이들은 허전하기만 합니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또 많은 사람들이 떠날텐데 이런 이별에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형민이, 시은이, 성은이에게 강하고 담대한 마음을 주시길.... 어리지만 임마누엘 되신 주님과의 인격적이고 깊은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5. 우리에게 주신 사랑.... 카자흐스탄

내년에 저희가 카작에 무사히 들어가기 위해서 많은 일들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그 일들을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남편이 그곳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받는 일, 노동 비자를 얻기 위한 작업들, 저희가 일하게 될 알마티 동산병원 리모델링 작업과 새로운 의료기기 셋팅 등....

 현재도 이 일들을 두고 계속 연락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기도해주세요. 많은 행정적인 절차들이 얽혀 있는 모든 과정에 하나님이 개입해 주셔서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방법 대로 진행되도록, 저희 가족 역시 일에 매달려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초점을 온전히 거룩하신 하나님과 그 분의 나라에 맞출 수 있도록, 아울러 알마티 동산병원의 모든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준비되어서 하나님이 경영하시는 병원으로 서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I have been crucifed with Christ and I no longer live, but Christ lives in me. The life I live in the body, I live by faith in the Son of God, who loved me and gave himself for me" (Gal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