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5년 10월 (36호)
대륙 한 가운데 위치한 카자흐스탄은 건조 기후 탓에 항상 겨울이 빨리 옵니다. 남쪽 알마티에 살고 있음에도 지난 9월 말, 마당에 첫 얼음이 얼었지요. 낯선 땅, 낯선 기후 속에 낯선 말로 살아가지만 오늘도 우리를 이 땅에 두신 하늘 아버지의 놀라운 은혜에 감사하며 4200Km 떨어진 알마티에서 동역자님께 문안드립니다. 지난 9월 24일은 이곳 카작 사람들이 지키는 이슬람 명절 중 하나인 '쿠르반 아이트(희생절)였습니다. 이슬람력 12월 10일부터 4일간 기리는 이 명절은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대신해 양을 제물로 바친 사건을 기념해서 집집마다 양을 잡고 친지와 이웃을 방문하는 날입니다. 코란에는 이삭이 아니라 이스마엘으로 나와 있다고 합니다. 국가 공휴일이기도 한 이 날은, 시장 근처 뿐 아니라 큰 길가에도 양으로 넘쳐나고 큰 혼잡을 빚는데 작년부터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양 잡는 일을 국가에서 단속한 이후론 조금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파트 뒤 으슥한 곳에서 단속을 피해 양 잡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창세기의 사건을 기억하며 희생 제사를 드리지만 어쩌면 이렇게 거짓 종교로 어긋날 수 있는지.. 보통 이슬람 성지 순례(하지) 기간이 끝나면 '쿠르반 아이트' 가 바로 시작되는데 마침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들려온 성지 순례객들의 압사 소식과 맞물려, 헛된 것을 쫒으며 공허함과 어둠 속을 헤매는 이들의 삶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참 빛이 비춰져서 희생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길 현지 교인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카자흐스탄 땅에는 죄인들을 위해 세상에 오셔서 희생 제물이 되시고 부활하신 분,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 안에서 살아가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삶에 왕으로 고백하고 예배하는 카작인들이 있습니다. 여전히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숫자지만 그 분의 때에 부르시고 그 분의 교회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할렐루야!
이곳 카작인 교회는 모두 1세대 교회입니다. 모두의 삶에는 각자가 가진 하나님에 대한 놀라운 간증이 있고 삶의 무게를 능히 이겨내는 하늘 아버지를 향한 갈망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예배하며 살다보면 오히려 M으로 온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하늘 아버지는 그들을 통해 우리에게 뭔가를 하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처럼 앞을 보지 못하는 '아슬벡' 의 아내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현지인 성도들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예배를 처음 참석하게 되면 기도와 함께 반드시 봉투를 돌려 자신의 것을 털어 위로합니다. 형식과 전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하나님이 실제가 되는 삶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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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으락 교회가 시작된 지 어언 6년, 8월 초에는 교회 안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외부 강사를 섭외한 것이 아니라 교회 리더가 직접 청년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메시지를 준비했습니다. 집중적으로 말씀과 찬양의 시간을 가졌고 숙소와 음식 준비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이 수련회 이후로 교회 안의 젊은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예배의 자리에 나오고 있는 것을 봅니다. 우리 부부는 지난 4년간 샹으락 교회 예배찬양팀을 맡아 함께 섬겨왔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2명의 현지인 싱어와 함께 예배 찬양을 드렸는데 이 수련회 이후로 6명의 청년들이 찬양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온 교회에 끼치는 영향은 두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의 교회는 1990년대의 부흥기, 2000년대의 정체기를 지나 2010년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들을 부르시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교회가 큰 힘과 용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아직 어린 청년들의 삶 속에는 앞으로도 많은 인생의 굴곡이 찾아오겠지만 주님만을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갈수 있도록 손모아 주세요.
지난 여름에는 알마티에 있는 기독의료인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번에도 참석한 적이 있는데 보통 10여명이 모이는 작은 모임입니다. 그래도 명칭은 '중앙아시아 기독인 연합' 이고 4-5년마다 한 번씩 비슷한 규모의 키르기스스탄의 비쉬켁 모임과 연합해서 '중앙 아시아 기독 의료인 연합 수련회'를 치루고 있습니다. 10여년전부터 시작된 모임이지만 지금은 가끔 모여 교제하고 말씀을 듣고 있지요. 의대생부터 나이 많은 선생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카자흐스탄 안의 더 많은 기독 의료인들이 함께 모여 불같은 열심으로 그들의 달란트를 드려 하나님을 섬기는 때를 믿음으로 그려봅니다.
실제 그런 일은 한국 땅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84명의 한국인 의료 ㅅㄱㅅ 들이 분당 샘물교회에 모여 4년만에 열리는 의료 ㅅㄱㅅ 대회를 이틀간 진행했고(10.7-8) 연이어 3일 동안(10.7-9) 분당 만나교회에서 많은 의료 ㅅㄱ 관심자(의대생,간호대생,기독병원,일반 관심자)들이 모인 가운데 의료 ㅅㄱ 대회가 3일 동안(10.7-9) 열렸습니다. 이성훈 M도 주최측으로부터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도 학기 중이고 현지 상황도 녹록치 않아 한국행이 어려운게 사실이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타국에서 사역하는 다른 의료 M들과 대면하며 교류하기가 쉽지 않고 주최측으로부터 '닫힌 지역에서 창의적인 의료 ㅅㄱ 전략' 이라는 제목의 선택식 강의를 부탁 받았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 기간 내내 분당 새마을 연수원에서 다른 M들과 3박 4일간 머물렀고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서 이동한 뒤 6시부터 집회가 계속되는 강행군이었지만 두 대회를 통해 영적으로 재충전되어 새로운 에너지를 안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짧은 방문으로 인해 대회만 참석하고 돌아오느라 다른 동역자님들을 뵐 수 없었던 점을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현지 의료 사역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을 지나면서 이곳의 한 사립병원으로부터 의료 자문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매년 한국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떠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카자흐스탄 내에서 한국 의료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향후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모르겠으나 하늘 아버지께서 이 시대의 흐름을 사용하신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현지 의사들을 위한 멘토링 역할도 요청받았는데 이를 통해 현지 의사들과 현지 의료기관에 더욱 깊이 들어갈 기회가 열렸습니다.
아이들은 만 4년이 넘어가는 알마티 학교 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6학년 성은이는 사진처럼 밝고 명랑합니다. 반면 7학년(중1)인 시은이 요즘 제대로 '중2병'을 앓고 있지요.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가끔 한국 학교가 그립다고 말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에너지는 놀랍습니다. 며칠 전 MK 학교에서 있었던 가을축제 기간에 시은, 성은이는 다른 한국인 친구 2명과 함께 한국 걸그룹의 음악을 배경으로 안무를 선보이는 파격을 연출했으니까요. 영어를 학습 언어로 사용하는 학교인지라 한국 노래가 울려퍼지는 건 아주 낯선 상황인데...용감하게 무대 위에 설줄 아는 시은이와 성은이가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시은이는 이제 그토록 원하던 축구 게임에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라이 아웃을 통과하고 중,고등부 축구팀에 들어가게 된 것이죠. 늘 오빠의 축구 경기를 보며 꿈을 키웠던 시은이는 올해부터 중앙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변하고 자라는 것을 보면서 하늘 아버지 앞에서 우리도 더 자라야 한다는 도전을 받습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매년 유라시아 대륙에서 섬기는 M들이 모여 정체성을 다지고 전략을 세우는 포럼을 개최하는데 올 가을은 터어키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참석하는 두 사람 중에 이선화 M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결혼 후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국외 여행이기도 합니다. 비록 일주일 내내 영어를 사용하며 토의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잠시 떨어져 회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알마티에서는 가끔 한국 국가대표선수들이 참여하는 국제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한 달 전에는 아시아 여자 주니어 핸드볼 선수권 대회가 열렸고 온 가족이 나가서 태극기를 흔들며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한국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크게 느낀 하루였지요.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의 정체성은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하늘 아버지를 주인으로 모시는 그리스도인입니다.
[ 기도 제목 ]
1. 10월 7일(수)부터 10일(토)까지 분당 샘물교회와 만나교회에서 열린 두 대회를 통해 전 세계의 의료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과 새로운 접근방법이 요구되고 있음을 모두가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4년만에 한 자리에 모인 전세계의 한국인 의료 M 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누고 고백하면서 큰 힘과 격려를 주고 받았습니다. 이런 연합과 도전이 사역지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카자흐스탄 역시 그 어떤 국가보다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강력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구 속에 이성훈 M이 알마티에서 현지인들을 더 가난한 맘으로 섬기며 말 뿐 아니라 행동과 태도로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샹으락 교회는 10월 18일 주일이면 교회를 시작한지 만 6년이 됩니다. 우리 가정은 만 4년동안 이 교회와 함께 배우며 자라왔습니다. 마귀는 끊임없이 교회 구성원들을 흔들고 거짓을 말하지만 하나님은 이 땅에서도 보잘 것 없는 자들에게 하늘의 것을 깨닫게 하셨고 이제는 자신들의 힘이 아니라 내주하시는 성령님의 능력으로 이 세상을 이기게 하십니다. 또 이웃들과 친구들은 그들의 삶에 나타나는 변화로 인해 그리스도를 궁금해 합니다. 우리는 오는 주일, 믿지 않는 이웃을 초청해서 음식을 나누고 복음을 제시하는 감사절 행사(이곳에선 '사반 토이' 라 부릅니다)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카작인들의 교회를 통해 더 많은 카작인들이 회개하고 복음에 합당한 삶의 변화를 누리도록 기도해 주세요.
3.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현지어인 러시아어를 배우지만 우리가 사역하는 교회는 카작어만으로 예배하고 교제하는 공동체인지라 아이들이 현지인 예배를 통해 영적 양식을 공급받기가 쉽지 않은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못 알아듣는 말로 드려지는 예배에 참석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MK 학교인지라 학교에서도 매주 예배가 드려지고 성경공부도 주 3일 이나 있지만 현지 교회에서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대부분의 현지 아이들은 러시아아도 알아듣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러시아어로 좋은 친구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면서 어린 아이들을 업어주고 동생들과 축구를 하는 등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섬기려고 노력합니다. 샹으락 교회를 통해 아이들이 현지 문화와 하늘 아버지를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