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5년 8월 (35호)
8월의 뜨거운 태양은 하늘 아버지를 향햔 우리의 사랑처럼 타 오릅니다. 그 분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도록 부르셨기에 언제나 기쁨과 감사가 넘쳐납니다. 눈 앞에 보이는 환경과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일시 거주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시는 동역자님께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인사 드립니다.
올 여름 알마티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7월 23일 새벽, 아직 잠을 깨지 않은 이른 시간에 전화벨이 급하게 울렸고 집주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지금 홍수 때문에 제방이 터져 알마티 남쪽을 덥치고 있으니 빨리 가족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세요". 아니나다를까 곧 다른 한국인 사역자들로부터 같은 내용의 전화가 빗발치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지요. 지진으로 인해 거리로 대피하라는 일을 몇 번 있었지만 이번 처럼 홍수는 처음인지라 영문도 모른 채 비상 사태를 대비하면서 다음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른 아침에 거리로 쏟어져 나왔고 자동차들도 도로에서 큰 혼잡을 빚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공중에 헬기가 뜨고 뉴스를 전하면서 사태가 조금씩 파악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두 달간 알마티에는 한 방울의 빗방울도 내리지 않았는데 웬 홍수.... 알고보니 홍수의 출처는 산 위 만년설로 덮인 빙하였습니다. 알마티는 해발 3-5천미터 이상의 산악지대 바로 아래 위치한 도시인데 최근 백년 사이에도 지진과 산사태로 도시를 덮친 적이 있어 산 허리에는 제방과 둑이 방호용으로 건설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년에 비해 더욱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알마티 남쪽의 빙하와 만년설이 많이 녹아 내리면서 이로 인해 큰 물줄기가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방호용 제방을 넘어 홍수로 덮친 것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산사태 방지용 둑도 이번 홍수 때 흘러 넘친 방호벽입니다.
비 한 방울 없이 빙하 녹은 물로 발생한 이 홍수는 알마티 서쪽 경계에 살고 있는 우리 집 다음 블록까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7월 23일 아침, 알마티의 많은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고 이 날의 경험은 다음 주일, 많은 형제 자매들이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를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나누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 날과 그 시에 도적같이 임하리라'.
교회 이야기
해마다 여름이면 교회는 세례식을 알마티 북쪽 100 Km 에 위치한 깝차가이 호수에서 가집니다. 수력발전용 댐 때문에 생긴 인공 호수이고 물도 깨끗하지 않지만 여전히 가난한 알마티 사람들에겐 최고의 피서지로 꼽히는 이곳에서, 올해도 십여명의 사람들이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지도를 보면 앞서 언급한 빙하로 인한 홍수를 이해하기 좋을 것 같네요. 알마티 남쪽 60Km 지역은 만년설이 쌓인 텐샨 산맥의 고산준령이 지나가는 곳이고 그 너머에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 호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정호수지요. 이 높은 산에서 다량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산 밑 도시, 알마티가 물난리를 겪게 된 것이지요. 세례식이 열리는 깝차가이 호수도 알마티 북쪽에 보입니다.
깝차가이 호숫가에는 성도들이 모여 세례를 받는 사람들과 뜻깊은 시간을 나누고 있습니다.
세례를 받기 직전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알마티 뿐 아니라 자라치니, 제트겐 지역의 새 신자들이 세례를 받는데 자라치니의 뚜마르 가정도 이번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가운데가 뚜마르이고 좌우에 현지인 형제(루스템과 사빗한)이 보입니다. 물에 들어가기 전, 서약을 확인하는 모습입니다.
뚜마르는 자라치니에서도 몇 십 Km 떨어진 '쁘리몰드니'에서 자라치니 모임을 찾아온 새신자입니다. 그러나 남편과 아들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지난 달 기도편지 내용처럼 우리가 심방을 갔을 때도 집에 오지 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하늘 아버지의 일하심 속에 그 날 어렵게 집을 방문해서 함께 기도했고 기도편지에 그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을 믿지만 여전히 남편의 반대가 무섭고 믿음을 지킬 엄두가 나지 않았던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자라치니 심방을 다녀온지 얼마 뒤인 지난 6월 26일 저녁, 갑자기 '투마르' 로부터 "샬롬" 이라는 인사 메시지가 현지 SNS 왓츠앱을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평소에는 SNS로 대화하지 않는 상대인데다 현지인 자매이기에 바로 응답하질 못하고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금요기도회 때 루스템으로부터 투마르의 남편이 회개하고 주님께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순간! 어젯밤 뚜마르가 남편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 제게 연락했을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뚜마르에게 지난 번 방문 사진을 보내며 "하나님이 당신을 축복하시길!" 이라고 늦은 답장을 보내자 뚜마르는 이내 "아멘, 당신에게도 하나님이 축복하시길! 나의 남편이 회개하고 주님께로 돌아왔습니다." 라고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바로 그 남편이 한 달이 지난 오늘 , 그녀와 함께 세례를 받은 것입니다. 위는 당시 카작어 대화 내용이 담긴 SNS 내용입니다.
가운데 있는 자매가 뚜마르이고 그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뚜마르의 남편입니다. 그녀가 그렇게도 겁내고 두려워했던 남편이 이제 주님께 돌아오면서 온 가족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기적이지요. 불과 3주 전만해도 그 집에 갔을 때 힘들어하며 기도를 요청하던 그녀를 보았었는데...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늘 말씀드리는대로 카작인의 복음화율은 1%도 되지 않습니다. 현지인과 함께 살며 교회를 섬기는 우리 속에는 여전히 편견과 부족함이 있지만 하나님의 일하심은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만듭니다.
가정 이야기
작년과 달리 올해는 여름 내내 알마티에 머물렀습니다. 한국은 여름이 덥다해도 에어컨이 많이 보급된 탓에 여름 나기가 수월하지만 이곳은 에어컨이 없이 보내는 여름인지라 밤잠 설치는 더위로 지칠 때가 많습니다. 이 더위 속에서도 지난 8월 3일부터 7일까지 회사 컨퍼런스가 알마티의 한 사나토리에서 열리게 되어 재충전의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타지키스탄에서 일하는 팀과 카자흐스탄 팀이 함께 모여 4박 5일 동안 진행한 모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강력한 도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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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땅에서 그냥 살아간다고 주님의 일을 할 수 없음을 우리는 날마다 고백합니다. 날마다 내가 죽고 그 분이 사시지 않으며 우리 안에 어떤 아름답고 선한 삶이 일어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날마다 우리에게 영적 갑옷을 입히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아이들은 여름을 맞아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둘째 시은이는 엄마 키를 추월했고 첫째 형민이는 아빠 키랑 비슷합니다. 한여름을 맞아 병원도 잠시 휴진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숨이 막히는 여름인지라 우리도 활동을 줄이며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제 곧 8월 18일부터 아이들은 새 학년을 시작합니다. 가족 모두가 넘쳐나는 감사 속에서 그 분이 하실 일을 기대하는 계절입니다.
[ 기도 제목 ]
1. 여름이 되면 이곳의 일상 생활은 쉼표를 갖게 됩니다. 한 달 이상 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뿔뿔이 흩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예수 믿고 사는 현지인들에겐 여름은 또 하나의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여름이 되면 교회 출석도 느슨해지고,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집을 수리하거나 땅을 조금 사서 조금씩 조금씩 자기 집을 갖는 꿈을 이루느라 기도 생활이나 예배 생활을 소홀히 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교회 안에는 금요일마다 기도회를, 토요일에는 소그룹모임을, 주일마다 새신자훈련을 하며 이 세상과 구별되도록 가르치며 자라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수확의 가을이 있듯이, 세례식을 거친 백성들이 주 안에서 더욱 성장하여 그 분의 강력한 군대가 되길 기도합니다.
2. 아직 더위가 한창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새학년을, 이선화M은 개학을 준비하러 벌써 학교를 오가고 있고 이성훈 M도 진료실을 통해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날마다 깨어 충성된 청지기처럼 살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성훈 M은 결막염, 각막염 등의 증상이 있어 현지 안과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어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를 파송한 기관 중 하나인 포항선린병원이 지난 8월 3일, 최종 부도처리된 것으로 인해 우리 가족 역시 기도하고 있습니다. 세상 구조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고난받을 수밖에 없지만 선을 행하다 당하는 것이라면 하나님은 아름답게 보십니다. 선린병원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잘 분별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3. 2001년 이곳에 다시 온 뒤 벌써 만 4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안주하지 않고 하늘 아버지의 부르심을 따라갑니다. 하늘 아버지는 매년 새로운 만남과 기회로 우리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더 많은 현지인들과 예수 안에서 귀한 만남들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선화 M은 9월 초, 중앙아시아에서 사역하는 M들이 모이는 포럼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더 넓은 시야을 갖게 되길 원합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
* 보안상 본 내용을 인터넷(게시판)에 올리지 말아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