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5년 6월 (34호)

 어김없이 6월의 소식으로 주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고국은 메르스 사태로 어수선하지만 이 땅, 카자흐스탄에서 일하시는 하늘 아버지의 손길은 오늘도 쉬지 않으십니다. 뜨거운 태양과 바짝 마른 초원이지만 갈급한 사람들의 맘을 시원하게 채우는 생수의 강은 이 순간도 이 땅에 흘러 넘칩니다.  

아이들 통학 때문에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길입니다. 초여름 들어서면서 수 많은 양떼들이 나즈막한 언덕을 점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작 땅에서 목자의 음성을 들으며 사는 카작 사람들의 교회인 샹으락 교회도 초여름을 맞으며 더욱 활발한 운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9일에는 샹으락 교회 남성 모임이 있었습니다. 교회 내 여성 모임이 이미 자리를 잡고 토요일마다 격주로 열리며 자매들의 삶을 격려해 가고 있다면 남성 모임은 모든 남성 성도들로 하여금 가정에서의 영적 리더는 물론 교회 안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리더쉽을 발휘하도록 돕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청년에서부터 장년까지 샹으락교회에서 함께 땀 흘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측부터 메뎃-코사인-아불라이-사빗한-미람벡-로마-사빗 순입니다. 코사인은 5년 전 노숙자로 교회를 찾아왔다가 예수님을 만난 뒤 삶이 완전히 변했고 지금은 구두 수선을 통해 자립을 이루고 가정도 꾸리고 있습니다. 사빗한은 자랴치니의 양계장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하며 가정교회를 세워나가고 있고, 미람벡은 알마티 동쪽 70Km 이슥에서 복음을 듣고 알마티로 들어와 일하며 교회를 섬긴 지 2년째, 로마는 카작어는 몰랐지만 이 교회를 통해 복음을 영접하고 설교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고, 사빗은 교회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쁠롭(기름밥)을 만들어 온 교회를 먹이는 분입니다. 메뎃은 우즈벡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알마티로 왔지만 지금은 매주 금요일 밤 기도회까지 열심히 참석하는 기도 바라기가 되었고 아불라이는 현재 교회 목사로 세워진 루스템의 아버지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전도하고 간증하는 분입니다. 이 모두가 샹으락 교회에 세워진 믿음의 동역자들입니다.

 이 사진에는 몇 분 더 보이네요. 우리 교회 현지인 목사로 세워진 루스템(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조릭(뒷줄 우측에서 두 번째, 루스템의 동생)과 저희 가정과 함께 샹으락 교회를 섬기시는 이 선생님(뒷줄 우측에서 첫 번째) 이 보입니다. 샹으락 교회는 올 11월이 되면 만 6주년이 됩니다. 그리고 저희 가정이 이들과 함께 한 지 벌써 만 4년이 됩니다.  

 수 많은 변화와 고비들이 있었지만 지난 6년 동안 감사하게도 교회는 현지인 중심으로 성숙하고 성장해 왔습니다. 자칫 외국인에게 의존하거나 외국인 중심으로 모임이 이뤄지기 쉽게 이를 철저히 경계하며 건강한 카작인 교회 공동체가 세워지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교회 안에는 끊임없는 전도와 개척을 향한 열정이 있습니다. 주일 예배 후 촬영한 사진입니다. 매주 이 정도의 인원이 모여 예배드리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교회는 알마티 시에서 북쪽으로 80Km 정도에 위치한 자라치니, 제트겐을 중심으로 카작인 믿음 공동체를 세워가며 복음을 전하는 일도 감당하고 있습니다. 붉은 원으로 표시된 지역이 지금부터 얘기드릴 활동이 이뤄진 곳입니다.

 지난 5월 21일, 루스템, 코사인과 함께 자라치니 가정교회 목요 기도회에 참석했습니다. 자라치니 양계장의 닭사료용인 썩은 비지 10 자루를 트렁크에 가득 싣고 울퉁불퉁한 북쪽 도로를 한참 달려간 곳입니다. 대부분이 부녀자인 이 모임에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아이와 함께 갈 곳이 없어 자라치니에 있는 특수 보호시설에 있는 여성도 포함되어 있고, 이 날 처음 복음을 듣고 반응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 날도 찬양을 한 뒤 '왜 신자는 교회를 떠나서는 안되는가?' 라는 주제로 말씀을 듣고 서로의 삶에 일어난 간증을 나누며 풍성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늘 모여 기도하고 말씀을 듣고.. 음식을 나누고 자신의 삶에 일어나 하나님이 하신 일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것이 우리 모임의 모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언제나 힘든 삶을 변화시키는 힘과 능력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모임이 끝난 뒤에도 어둠을 헤치고 낙심해서 모임을 나오지 않는 사람을 심방하는 일을 이어갑니다. 혼자는 참 연약하지요. 교회 공동체로 부르신 그 분의 뜻을 기억하며 함께 손을 붙잡고 예수님을 바라보도록 서로 격려합니다. 이제 막 신앙 생활을 시작하는 연약한 카작 사람의 맘 속에 새로운 결심이 세워지는 것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메마른 카작 땅에도 그의 백성들을 통해 주님의 나라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5월 26일, 루스템과 함께 인근의 성도들을 돌아보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다시 자라치니를 방문했습니다. 처음 찾아간 곳은 '마이굴' 의 집입니다. 집이라고 하지만 그저 비만 피할 정도로 허술하게 지어진 임시 가옥 같습니다.

 '마이굴'이 오늘 방문할 전도 대상자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인근 가게 아주머니의 아들이 심한 알콜중독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데 예수님을 영접하면 알콜중독을 이길 수 있다고 그녀에게 얘기를 한 뒤 우리를 부른 것입니다. 사실 마이굴 역시 믿음 생활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아들과 함께 혼자 살고 있는 어려운 환경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 있는 평안과 기쁨으로 인해 날마다 구원할 영혼들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가게로 향했습니다. 바로 이 이 곳입니다.  

 뜻밖의 방문자로 인해 당황한 가게 아주머니에게 접근한 방식은 다짜고짜 성경을 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찾아간 루스템의 개인 간증이었습니다. 이슬람 신앙을 가지고 하루에 다섯 번씩 아랍어로 기도(나마즈)하던 시절, 왜 카작어로 기도하면 안되고 아랍어로 기도해야 하는지 의심했던 이야기...정말 참 신이 있다면 내게 직접 가르쳐 달라고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던 절박한 순간들에서 시작되는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는 삶의 참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 이슬람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접근법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그녀에게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함께 기도한 뒤 나왔습니다. 끝까지 눈을 반짝거리며 궁금한 것을 질문하던 가게 아주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어 제트겐 가정 교회 모임장소를 방문하고 돌아본 뒤 인근 쁘리몰드니의 '뚜마르'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뚜마르는 최근 자라치니 모임을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남편과 아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들은 "엄마 말을 잘 듣고 이슬람 사원에도 열심히 나가겠으니 제발 그 이단 모임에는 나가지 말라"고 간곡히 애걸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자는 세상으로부터 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전하고 함께 기도하며 믿음을 굳게 하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뚜마르' 집을 나온 뒤에는 밤이 늦었지만 인근 '알프스 바이' 집을 방문했습니다. 알프스 바이는 정확하게 2년 전에 자라치니 양계장 사역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한 분입니다. 지금은 깨어진 가정을 회복하고 중장비 기사로 일하며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지만 주일도 쉬지 못하는 일자리 때문에 신앙생활이 소홀해 지고 있는 때였습니다. 우리는 알마티까지 오기 어렵다면 이곳 알프스 바이의 집에서 가정 교회를 시작하는 것이 어떤지에 대해 부부에게 물어봤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알프스 바이는 멀리 알마티에서 자신을 기억하며 이곳까지 찾아와준 형제들이 고마웠고 우리로선 샹으락 교회를 통해 주께 돌아온 귀한 열매, 알프스 바이가 계속 믿음에 굳게 서있길 격려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올 초부터 온 교회가 금식하며 부흥을 갈망해왔는데 여러 가정을 방문하는 동안, 황무지와 같은 이 카작 들판에도 푸른 빛의 소망이 물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늘 아버지의 손길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저희 회사를 통해 젊은이 한 명이 단기 사역자로 카자흐스탄을 찾아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다른 단기 사역자와 다른 점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온 이 젊은이의 나이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나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첫째 형민이보다 세 살 많은, 어린(^^) 나이임에도 카자흐스탄 쉼켄트의 NGO 단체에서 섬기기 위해 혈혈단신 이곳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과 즐거움이 되었지요. 이성훈 M이 이 형제를 돕는 역할(buddy)을 맡게 되어 저희 집에서 묵게 되었는데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고3 졸업하자 말자 사역지로 한 달 이상 나오는 경우를 찾기는 어려운데... 유럽에서도 카작 땅으로 이런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할렐루야!

  가족 소식을 전하자면 우리 가정의 둘째인 시은이가 지난 6월 10일,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010년 한국에서 나올때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어느새 6학년을 끝내고 오는 9월에는 7학년(중학생)이 됩니다. 감사하게도 텐샨학교의 시은이 반에는 약 절반 정도가 한국인이라 좋은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습니다.  

 또 이곳에서 좋은 선생님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이곳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교육 ㅅㄱ사로 무보수로 이곳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신 귀한 분들이십니다. 시은이와 함께 서 계신 앤 선생님도 미국에서 공립학교 교사 생활을 오래 하시고 은퇴하신뒤 이곳 텐샨학교에서 몇 년간 아이들을 지도하셨다가 올해 귀국하시게 됩니다. 물론 학교에는 필수 과목 선생님이 없어서 학부모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많고, 다음 학기에 가르칠 선생님을 보내달라는 기도 제목이 늘 끊이질 않지만 하늘 아버지께서 전세계에서 오는 많은 사역자들을 통해 이곳 아이들을 돌보셨고 시은이도 그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초등학교 졸업을 하게 됩니다.

  우리 가정 삼남매 모습입니다. 가끔 여태껏 헤쳐나온 격랑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카자흐스탄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스스로 자문해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훌쩍 자란 아이들을 볼때마다 지금까지 인도해 오신 신실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그 분의 계획속에 우리를 섬세하게 인도하셨고 우리 모두를 다음 단계로 이끄셨습니다. 대부분의 사역자 가정이 그렇듯이 자녀들은 우리 사역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동지입니다. 하늘 아버지께 날마다 순간마다 감사드립니다.

 

[ 기도 제목 ]

1. 현지 병원인 도스타르메드 내에 개설된 이성훈 M의 클리닉은 이곳 현지인은 물론 많은 사역자들에 귀한 통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도 진행성 유방암, 2주 이상의 불명열 등.. 크고 작은 질환으로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때론 이곳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함께 하늘 아버지께 간구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진료실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그 분의 사랑과 복이 흘러가길 소원합니다.  

2. 샹으락교회는 올해 들어서도 내리막과 오르막을 경험하며 그 뿌리를 아버지 안에 더 깊게 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자라치니 지역에서 양계장과 가정 교회를 이끌고 있는 '사빗 한', 제트겐 지역에서 가정 교회를 이끌고 있는 '파리다'가 지치지 않고 하늘로부터 오는 위로 속에서 기쁘게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루스템과 함께 전도하며 돌아본 알프스바이, 투마르, 가게 아주머니 등의 맘 속에 믿음의 씨앗이 잘 뿌리 내리고, 이 지역의 더 많은 잃어 버린 영혼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둘째 시은이가 초등학교 과정을 이곳 알마티에서 잘 마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올 여름은 온 가족이 알마티에서 보내는데 8월 3일부터 7일까지 회사 컨퍼런스 알마티 인근에서 타지키스탄팀과 함께 연합으로 가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실무적인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선화 M 은 방학을 이용하여 카작어 집중 코스 주간을 가지며 현지어 능력을 더 향상시키려는 계획을 품고 있습니다. 이성훈 M은 작년에 이어 올 봄에도 알러지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결막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얼마전부터 현지에서 안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 들어갔을 때는 눈과 관련된 증상이 싹 사라졌던 걸 보면 이곳 현지의 먼지, 꽃가루 등에 의한 알러지로 보입니다. 기도해 주세요. 올 여름이 지나면 형민이는 9학년, 시은이는 7학년, 성은이는 6학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저희 가정과 함께 이곳를 품고 함께 기도하며 동역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

* 보안상 본 내용을 인터넷(게시판)에 올리지 말아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