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5년 2월 (32호)

 주님 안에서 한몸으로 부르심 받은 동역자님께 멀리서 문안드립니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를 낯선 땅에서 살게 하시는 그분의 놀라운 섭리가 또 한번 놀라움과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 불확실성과 불안정한 이곳 삶 속에서도 그 분만이 유일한 공급자가 되어 주셨기에 오늘도 기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카작의 기나긴 겨울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한낮 기온도 제법 영상으로 올라가고 하얗게 쌓인 눈밭 위에서 먹이를 찾는 말 무리 위로 비치는 햇살은 이제 봄이 가까웠음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유목민이 아닌 카작 사람들이 여전히 이렇게 말을 많이 기르는 이유 중 하나는 말고기를 좋아하고 귀한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목민이었던 카작인들이 이제는 더 이상 영적으로 떠돌지 않고 주님 안에서 정착하길 바라며 이곳 소식을 전합니다.  

교회 이야기

 카자흐스탄은 이슬람교와 러시아정교회를 정통 종교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속국가 카자흐스탄에서는 성탄절이 공휴일이긴 하지만 러시아 정교회 달력을 따라 1월 7일을 성탄절로 지키고 있기에 12월 25일은 직장이나 학교에 가야 하는 평일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개신교회 공동체에서는 해마다 12월 25일 직전 주일에 성탄예배를 드립니다.    

 성탄절 행사 모습입니다. 형민, 시은이도 이곳 학생들과 특별 순서를 준비했습니다.

이 날은 알마티 북쪽 70 Km 에서 예배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고 있는 '제트겐 교회' 성도들과 함께 했는데 지금 기타를 잡고 있는 분이 제트겐 교회 담당 사역자 '사빗한' 입니다. 카자흐 족 중에서도 나이만 족에 해당하는데 5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영혼이 맑고 순수한 믿음의 사람입니다. 그는 5년전 처음 ㄱㅎ가 시작될 때 건물 수리를 위해 찾아왔던 배관공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복음을 들었지만 구원의 기쁨은 잊혀졌고 잊혀진 영혼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가다가 이곳에서 주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이제는 강력한 복음 전도자가 되어 제트겐 지역에서 예배 공동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제트겐 뿐 아니라 자라치니, 캅차가이 등지에서도 복음전도자로 활동하는데 모임에 대한 사모함이 커서 오전에는 제트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 알마티까지 와서 우리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날이 많습니다.

 알마티에서 북쪽 100 Km 에 위치한 깝차가이 호수로 가는 길을 따라 70Km 정도 가면 제트겐 지역이 나옵니다. 2013년 10월 선린병원 단기팀이 양계장과 식량창고를 만들며 땀흘렸던 자라치니 지역이 바로 제트겐 지역 맞은 편입니다. 우리 교회는 북쪽으로 가는 이 도로를 따라 크고 작은 예배 공동체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30 Km 지점의 바이세르케, 65Km 지점의 자라치니도 현재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들어 예배 공동체가 약화되는 징조가 보이고 있어 온 교회가 이 곳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격려를 위한 방문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가 복음을 들고 계속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주 전에는 교회가 북쪽 150Km 의 딸띠꾸르간으로의 전도여행을 위해 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교회 재정에 여력이 없기에 이들의 필요를 마련하기 위해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헌금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재정은 충분치 못해도 복음을 들고 나가야 한다는 열정만은 언제나 충만합니다. 이렇게 전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세 사람은 그 다음 주일 간증 시간에 성도들 앞에 섰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세 사람의 결신자와 대여섯명의 관심자를 만난 얘기를 한 뒤 여행에 소요된 경비도 성도들이 헌금한 딱 3만 8천 텡게였다며 놀라움의 보고를 드렸지요. 전도여행을 다녀오면 교회에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 납니다.   

 우리가 예배 처소로 빌려 사용하는 건물은 종교 기관으로 등록된 곳이기에 미등록교회인 우리 공동체가 안전하게 모이고 교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 이렇게 식당도 넓어 어른과 아이들이 합쳐 60여명이 모여도 끄떡없지요. 이런 날은 믿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초청해서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음식을 대접합니다.

 2015년을 시작하는 샹으락 교회의 화두는 '부흥'입니다. 왼쪽은 금요 기도회 시간에 함께 모여 유튜브에 올려져 있는 영국의 대부흥운동 관련 영상을 보는 장면입니다. 감사하게도 러시아어로 번역된 영상이 있어 이곳 사람들과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동영상을 보게 된 계기는 기도회를 통해 '부흥'에 대한 갈망이 교회 안에 대두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측 사진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인물이 샹으락 교회의 현지인 리더인 '루스템'입니다. 부흥에 대한 열망을 가진 루스템은 1월 첫 주부터 모든 성도들이 함께 참여하는 40일 금식기도를 제안했고 매일 매일 적어도 한 사람씩 금식에 참여했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일하셔서 강권적으로 그분의 백성들을 부르시는 부흥이 우리 안에 일어날 것을 간구하는 기도와 삶이 바뀌지 않는 성도는 참 성도가 아니라는 기본적이고도 핵심인 영적 도전이 주일마다 선포되고 있지요. 모든 교인들이 거룩의 단계로 나아가고 주변 카작인들에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하게 되길 소원하고 있습니다.  

인터서브 이야기

 우리가 현장으로 나오면서 몸을 담게 된 회사가 바로 인터서브 ㅅㄱ회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단체의 존재감을 크게 못 느꼈는데 이렇게 사역지로 나오고 난 후에는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가정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현장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우리 단체 소속의 3 가정, 3 싱글 사역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함께 모여 식사 후 찬양, 말씀, 나눔 후 기도 시간을 가집니다.  매년 겨울에는 카자흐스탄 팀 컨퍼런스가 열리고 여름에는 인접 국가와의 연합 컨퍼런스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를 점검합니다.  

 이번 겨울 카작 컨퍼런스 모습입니다. 새해 벽두인 1월 2일부터 4일까지 주님 앞에 서서 재결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밖에도 각자의 개인 사역을 다른 팀원들에게 나누면서 도전하고 점검받는 개인 PMP(personal ministry plan) 나눔, 영성과 사회성 계발을 위한 각종 세미나가 연중 진행되고 있어서 서로에게 끊임없는 자극을 안겨 줍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도시에서 고군분투하며 사역하다보니 여러 문제로 힘들어하는 팀원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아스타나에서 사역하는 캐나다 출신 필&제닌 가정의 PMP 스카이프 모임이 있었는데 4명의 아이를 데리고 추운 아스타나에서 살며 사역하는 이 가정이 무척 힘든 상황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올 여름 캐나다로 다시 돌아갈 것까지 고려하며 인도하심을 구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에서 섬기고 있는 많은 사역자들이 처음 부르심에 반응했던 그 순종과 헌신으로 이곳에서 승리하며 살도록 기도를 요청합니다.   

병원 이야기

 이선화 M 이 1주에 4일씩 이곳 MK 학교에서 사역하며 샹으락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카작 지역 교회를 섬기고 있다면, 이성훈 M은 카자흐스탄에 상주하는 한국인 의사 M 로서 지역사회 속에서 일하며 카작 지역교회를 함께 세워가고 있다는 것이 사역적 측면에서 본 정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기도편지를 통해 알려드린대로 진료를 위한 선결 과제였던 영주권 취득이 지난 1월 9일 완료되었고 1월 16일부터 알마티 시내의 '도스타르메드 병원' 내에 개인 진료실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이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 병원의 설립자가 고려인이라는 사실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전 동산병원에서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는 점도 고무적이고 16개과 90여명의 의사가 근무하는 현지 대형병원 안에 위치하게 되면서 더 많은 장비와 인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현지 의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좋은 출발로 여겨집니다. 진료실을 찾는 사역자와 사역자가 데리고 오는 현지인에게 무료 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메일, SNS, 전화 문의도 많습니다.   

 알마티 뿐 아니라 한국의 22배 면적의 카자흐스탄 각지에서는 물론, 인접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도 한국인 의사를 만나기 위해 진료실을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진료실을 통해 현지인과 고정적인 관계들이 형성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유물론과 물질주의로 오염된 카작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현재로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의료사역이 전개될지,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길이 하늘 아버지께서 주권적으로 열어주신 새로운 길임에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오직 감사와 기쁨으로 아버지께서 인도하실 길을 겸손히 따라가기를 소망합니다.

새로운 움직임

 지난 겨울에는 한국에서 온 대규모 청소년 단기팀이 있었습니다. 저희 가정도 홈스테이를 위해 개방되었고 이 기회를 통해 이곳에서 사역하는 40대 사역자들과의 자연스런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이곳에 온지 2-8년 정도 되는 젊은 사역자들로 자녀들도 대부분 비슷한 또래입니다. 여러 이야기 끝에 이번 봄방학 기간동안 MK 수련회를 자체적으로 가지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대두되면서 이를 위한 준비 모임과 기도회를 매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이와는 별개로 교제 모임이나 개인 사역을 위한 기도회가 아니라 카자흐스탄과 카작 민족, 그리고 카작 교회를 위한 집중 기도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하면서 매월 둘째 주 월요일 저녁에 한국인 남성 사역자들이 함께 모여 별도의 기도회를 가지기로 결정했습니다.  기도만을 위한 모임이라는 말에 모두가 기뻐하며 지난 2월 9일 첫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하늘 아버지는 우리에게 하나되라고 말씀하시지만 종종 사역지에서는 사역자들간에 분리와 반목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도회를 통해 그 분안에서 하나를 이루며 카작 땅을 위해 모국어로 마음껏 기도하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새해를 맞으며

 카자흐스탄이 새해를 맞는 풍경은 언제나 시끄럽습니다. 1월 1일 0시를 기해 도시 전역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는 축포, 불꽃놀이로 새해가 늘 시작됩니다. 이 때 알마티 서쪽 꼭주베 언덕에 올라 도시 전역의 불꽃놀이를 보고 있으면 마치 동화 속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지요.

2010년 7월 초에 한국을 떠난 우리의 타국살이는 이제 만 5년째에 접어듭니다. 이후로 새해, 설날, 추석만 되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만두를 빚어 먹습니다. 이젠 제법 아이들 솜씨도 좋아져서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지요. 한국에서 설날을 맞지 못한지 5년째가 되다보니 아이들에게도 한국의 겨울이 기억속에 가물가물합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의 기도와 격려 속에서 이렇게 사역지에서 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운지요. 작년 여름 안식월 전후로 우리 가정에게 찾아온 위기를 넘기면서 이렇게 사역지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도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신 하늘 아버지의 ㅅㄱ 사역의 증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카작 민족 교회의 증인으로 기쁘게 살아가길 소원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 기도 제목 ]

1. 최근 정부당국이 등록된 카작 교회를 대상으로 방문 조사를 나와 종교 부지나 종교 건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회 등록을 취소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발효된 종교기관 재등록법에 의해 법령을 따라 등록된 교회들인데도 몇 년이 지난 지금 임대나 종교 건물이 아닌 곳은 종교기관 등록을 취소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단독 건물이라 하더라도 종교 부지로 용도 변경을 하려면 주변 이웃 50 가구로부터 승낙한다는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행정 수수료도 막대하다고 합니다.  2015년 봄, 새로운 종교기관 등록법이 제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이 때,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현지 교회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담대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섬기는 샹으락교회는 등록되지 않은 지하교회이기에 이같은 외압의 직접적 피해자는 아니지만 새해 초부터 밀어닥친 큰 변수를 앞에 두고 기도합니다.  

2. 부흥을 갈구하는 샹으락 교회는 40일 금식기도가 끝난 뒤에도 더 뜨겁게 주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도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번 주 금요기도회에 자라치니에 사는 여자 한 분이 교회로 인도되어 나왔습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라고 말했을 때 "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십니까?" 라고 되묻는 '마이굴' 이라는 이름의 자매입니다. 마이굴처럼 아직 복음의 내용이 마음 깊이 와닿지는 않지만 교회 공동체에 나와 말씀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삶의 무게에 지쳐 주님 앞에 찾아온 사람들이 카작 교회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구별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도스타르메드 진료실을 찾아오는 현지인들은 대부분 이미 이곳에서 1년 이상 현지 의사들과 의료기관을 거쳤던 사람들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본인의 정확한 진단명과 치료 방법을 알지 못한채 괴로움을 겪다 소문을 듣고 우리 진료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예수님이 유대땅에 오셨을 때도 그 분 앞에는 오랜 질병과 무지 속에 고통받던 병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에게 있었던 긍휼의 맘으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아픈 맘과 상처를 다룰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그들에게 참 위로와 소망의 소식이 들려지길 소망합니다. 이것은 결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우리 주님이 이 일을 하시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후원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사역합니다. (기도편지는 항상 짝수달 15일 즈음에 발송됩니다. )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