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4년 4월 (28호)

4월 중순인데도 오늘은 눈이 내렸습니다.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은 건조기후인 카자흐스탄이지만 최근 몇 년간은 짧은 봄철에 제법 비가 오는 것 같습니다. 알마티에서 맞는 세 번째 봄의 길목에서 주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교회 이야기

 우리 가정이 현지인 교회 공동체 속에 들어온 지도 만 2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이곳에서 어둠에 있던 카자흐인들이 구원자 예수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생명의 빛으로 나오는 일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노숙자 생활을 하던 알프스 바이가 회심하고 보인 변화로 인해 그의 아내가 지난주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소식은 우리 공동체 안의 큰 뉴스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십자가의 복음뿐 아니라 '예수님이 내 안에 사신다'는 참 복음을 이 땅에서 실제 경험하며 사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입니다. 이제 시작된 지 4년 4개월 밖에 안 된, 이 작은 카작 교회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예배하며 꿈꾸는 일입니다.

 이곳은 주일 설교 이후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앞에 나와 간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7-8명이 앞 다퉈 그들 삶에 주님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증거하는데 때로는 설교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어려움과 낙심 속에서 예수님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는 내용과 주님 때문에 무엇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어 모두에게 힘을 주는 은혜의 시간입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10년간의 경제적 급성장기를 지나며 황금만능주의와 세속주의의 파도가 한국과 똑같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땅에 뿌려지는 복음의 씨앗이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에 막히는 것(마 13:22)을 여기저기서 봅니다. 이 땅과 카작 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세요. 이제 고작 그들의 0.1% 만이 주님께 돌아왔을 뿐입니다. 우리 교회 역시 제트겐, 자랴치니, 말라보드니, 바이세르케 등 알마티 인근 지역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매주 모여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고 있습니다. 카자흐 남부지역에서의 복음의 확산을 꿈꾸며 함께 손모아 주세요.

병원 이야기

 새 봄을 맞는 병원에도 새 기운이 넘칩니다. 병원 내 잉여공간을 임대로 내주고 입구 주차장을 정비하면서 외형적으로도 기틀을 더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병원은 현지 교회와 협력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에 최근 카작 민족 교회 중 하나인 U 교회와 노숙자 사역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교회에서 돌보며 전도하는 노숙자들의 건강검진과 의료지원을 맡기로 했습니다. 카작인 사역자로서 존경받는 아스카르 목사님이 3-5명의 노숙자들을 직접 병원으로 데리고 와서 진료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알마티 외곽 부룬다이 지역 진료도 2년 4개월째를 맞고 있습니다. 환자들과 교인들은 물론 담당 사역자인 바실리 목사님과도 믿음 안에서 따뜻한 교제와 격려를 나눌 수 있어 지역 교회와 동역하는 기쁨을 느낍니다. 알마티 한국 교육원에서 열리고 있는 고려인 노인대학의 의료 지원, 카자흐스탄 내 현지인 사역자와 가족을 위한 무료 진료, 매주 월요일마다 병원에서 드리는 직원 예배 등을 통해 우리 병원의 존재 이유를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오는 6월 1일부터 한국인 한의사 선생님 한 분이 병원 1층의 큰 방 2개를 임대해서 한방 진료를 시작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지난 10 여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 의료사역을 하시다 추방되신 분인데 최근 본 병원에서 새로 진료실을 열게 되셨습니다. 이 외에도 6월 초, 대구 동산의료원 진료팀이 알마티를 찾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등 새 봄을 맞아 새로운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여러 사역 속에서 늘 예수님만 바라보도록 기도해 주세요.

가족 이야기

 사역지에서 3년 정도 생활하다 보니 이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첫 1-2 년은 눈앞에 보이는 문제들과 우리가 품었던 목표치와 현실의 괴리감으로 인해 조급함만 앞섰던 것 같은데 이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순종이 무엇인지 의식하게 됩니다.

 최근 가정을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올 초 같은 단체 소속이었던 J 가정이 떠난데 이어 지난달에는 같은 교회를 섬기던 다른 회사 사역자 가정이 타 지역으로 떠나게 되면서 더욱 홀로서기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현지인 속에 섞인 유일한 한국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이 가정은 우리 가정과 함께 통학 차량을 운행했던 가정이었기에 학기 중간에는 함께 통학할 가정을 찾을 수 없어 당분간 이성훈 M이 매일 아이들 등하교 차량 운행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아이들 학교는 집에서 서쪽으로 산길을 따라 왕복 1시간 거리인데, 병원은 집에서 동쪽으로 가야 하기에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 통학시키며 병원에 출퇴근하느라 부담감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시은이와 성은이가 아끼는 햄스터가 죽었습니다. 지난 1년간 시은이의 기도는 이번 여름 안식년 한국에 가 있는 동안 햄스터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어제가 햄스터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펑펑 우는 시은이를 위로하며 유독 여린 맘을 가진 시은이에겐, 마음 놓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인 햄스터의 존재가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우리 아이들이 알마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느끼고 배워야할 사회화 과정이나 경험들이 턱 없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우리 주님의 은혜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사람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기도해 주세요.

[ 기도 제목 ]

1. 오는 6월 초 대구에서 오는 단기의료팀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일정과 진료과목이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안과 수술팀을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알마티에 있는 많은 교회 사역자들과의 아름다운 동역 속에 귀한 분들의 섬김이 주 안에서 사용되어지길 기도합니다.

2. 아스타나에 계시던 한국인 한의사 선생님 한 분이 제가 있는 병원 1층을 임대해서 함께 진료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혼자 있던 병원에 한국인 의사가 한 명 더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상승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6월부터 알마티로 옮겨오시게 되는데 새 진료실을 준비하는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기도합니다.

3. 우리가 섬기는 현지교회에서 좋은 본을 보일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우리 삼남매도 현지인 아이를 업어주고 함께 축구 놀이도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쌓으려고 애쓰는 걸 봅니다. 우리 부부가 찬양팀으로 섬기고 함께 기도하고 삶을 나누는 순간마다 하나님이 주시는 선한 영향력이 흘러가도록 기도합니다. 

4. 올 여름 안식월로 잠시 한국을 방문할 때,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듣고 그 분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이 기간을 통해 온 가족이 주님 안에서 회복되어지고 새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알마티에서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