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3년 12월 (26호)

 메리 크리스마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성탄을 앞두고 지금에 자족하지 말고 더욱 더 주님의 얼굴을 구하고 그 분의 음성을 들으라는 강력한 초청을 날마다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 나올 때부터 진작 결심한 일이지만 날이 갈수록 이 부분에서 더 깊어지지 않으면 한시도 이곳에서 사역할 수 없음을 느낍니다.

 

1. 병원 이야기

 

 다양한 사람들이 병원을 찾습니다. 카작인, 러시아인, 한국인, 일본인... 덕분에 질병을 이겨냈다는 감사 전화나 선물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어떤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 보다는 그 분이 보내신 곳에서 순종하면서 주님이 보내주시는 사람을 만나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언제나 내가 그 분과 하나 되는 것입니다. 이 일에 삶을 내어 드릴 때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우리 클리닉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이 높임을 받으시고 그 분이 이름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병원 사역은 영적 전쟁입니다.

 

 클리닉이 안정되어 가면서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진료를 받기위해 방문하겠다는 메일이 잇따르지만 입원실,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이 아니라 내과만 개설된 의원급 진료기관이기에 할 수 있는 역량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외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으면 상처 소독에 필요한 약품, 물품, 관련 폐기물 배출까지도 모두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필요와 문제점들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 ㄱㅎ 이야기

 

 우리는 이곳에서 현지인 리더들과 함께 카작 ㄱㅎ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종교법에 의해 등록되지 않은 지하 ㄱㅎ 이지만 성도들 간의 사랑과 복음 전파의 열정이 놀라운 공동체입니다. 지난 여름 이웃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지 검찰이 우리 예배 장소로 조사 나온 이후(마침 주일이 아니었습니다) 두어 달간 예배 장소를 옮겼다가 다시 원래 장소에서 모임을 지속해 왔는데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최근 다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이번에 옮긴 장소는 이미 다른 공동체가 ㄱㅎ로 등록한 장소인지라 외부의 눈에서 좀 더 자유롭습니다. 우리는 기존 공동체의 예배가 끝난 뒤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장소를 빌려 사용합니다. 기존 공동체는 러시아어 ㄱㅎ 이고 우리는 카작어 ㄱㅎ 라는 차이가 있지요. 기존 모임 장소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다행히도 교인들이 떨어지지 않고 더 열심을 내고 있어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공식적으로 ㄱㅎ라고 인정된 건물에서 예배드리게 되면 외국인의 활동은 더욱 제약받고 조심스러워집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외국인이 설교, 기도, 찬양을 인도하는 것을 ㅅㄱ 활동으로 금하고 있으며 저희 가정 역시 워크 비자로 거주하고 있기에 비자 명목에 맞지 않는 이 같은 활동으로 추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찬양 시간을 준비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보호해 주시도록, 현지 공동체 내에 이 일을 이어 받는 반주자와 리더들이 세워지도록 기도합니다.

 

3. 가족 이야기

 

 그동안 우리 가족과 친밀한 교제를 나눴던 같은 회사 소속의 J 가정이 철수를 염두에 두고 1월 초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소그룹모임을 통해 함께 기도하고 삶을 나눴던 J 가정의 철수 결정은 우리 가정에도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J 가정에는 우리 집 시은(5학년), 성은(4학년)이와 동갑내기 자매들이 있는데 이들은 매일같이 전화통을 붙잡고 사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이 가정이 돌연 사역을 중단하고 한국으로의 귀국을 결정했으니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미칠 타격이 얼마나 클지 적잖게 염려됩니다. 집에서 기르는 햄스터와 개가 혼자 있을 게 마음에 걸려 안식년에도 한국에 못 간다고 말하는 여린 시은, 성은이의 맘에, 가장 친한 친구와의 갑작스런 이별이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올지... 이 일이 큰 상처로 남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MK 들에겐 언제나 이별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이 일로 아이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 기도 제목 ]

 

1. 1월 초 한국으로 귀국하는 J 가정을 위해 간구합니다. J 선생님은 지난 2003년 저희 가정이 아스타나의 한 ㄱㅎ에 출석하고 있을 때 그 곳을 방문한 단기 팀의 일원으로 카자흐스탄에 처음 왔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가정과의 인연도 그 때부터 시작된 셈이지요. 그 단기 팀 이후 J 선생님은 카자흐스탄을 맘에 품게 되었고 그 분의 은혜로 장기 사역자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지쳐 있고 모든 상황이 여기까지가 끝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현재는 비자가 연장되지 못하면서 쫓겨나듯 이 땅을 떠나게 되었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J 가정을 새롭게 하시고 새 힘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하나님의 놀라운 뜻이 이 가정 안에서 온전하게 이뤄지기를 축복합니다. 아울러 시은, 성은이의 친구인 예주, 예원이도 행복한 맘으로 이 땅을 떠날 수 있도록, 또 그 분이 다시 이 땅을 밟을 수 있는 놀라운 축복을 이 가정에 주시길 기도합니다.

 

2. 출석하고 있는 현지 ㄱㅎ 를 위해 기도합니다. 리더인 루스템, 루슬란, 사빗한 형제들이 주님 음성을 들으며 겸손하게 공동체를 잘 이끌어 가도록, 함께 하고 있는 한국인 M 가정들이 그들에게 본을 보이며 사랑으로 섬기도록 기도합니다. 우리 가정이 카작어 공부에 더 열심을 내어 더 많은 메시지들을 공동체 안에서 나눌 수 있기를, 그 분을 진심으로 찬양하고 예배하는 맘이 이 공동체 가운데 더욱 흘러 가기를 기도합니다.

 

3. 성탄과 연말을 앞두고 올 한해 저희 가족을 중보하며 기도해 주신 모든 동역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드릴 게 없지만 우리 주님이 모든 것을 알고 갚아 주시길 기도합니다. 저희에게까지 기도 제목을 보내 주셨던 동역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주님 안에서 잘 엮인 줄이 되어 이곳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알마티에서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립니다.

 

 

[첨부 사진] 13년 12월 가족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