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3년 8월 (24호)
긴 장마와 폭염 속에서 고생이 많으시지요? 카자흐스탄은 뜨거운 햇빛과 강한 자외선의 반사막 기후지만 그래도 그늘 아래 서 있으면 시원합니다. 올해도 알마티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이곳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 교회 이야기
알마티 북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 모임은 4-5명의 현지인 리더를 중심으로 카작인 교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ㅅㄱ 역사가 20년이 넘어가는 이곳이지만 10년이 넘은 교회조차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기에 교회가 주님을 머리로 견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도하며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ㅅㄱ사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 스스로가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전념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교인 중에는 새신자도 많지만 오래전에 회심했다가 방황 후 다시 돌아온 경우도 적잖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이다 보니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수요기도회 같은 모임에서 방언에 관한 서로 다른 의견이 표출되고 충돌되는 등 여러 가지 이슈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성경 안에서 바르고 균형된 신학이 이제 막 세워지는 교회 안에 자리 잡도록 성령님께 지혜를 구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성경을 통해 그들에게 알려 주시기를 구합니다.
교회는 북쪽 70 Km 지역의 제*겐 지역에 가정 교회를 이미 개척했고 교회 자립과 복음 전파를 위해 소규모 양계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난 6월, 축사를 짓고 450 마리의 병아리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자연 농법 양계를 익힌 정 *만 M 의 지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기르기 시작한 50여 마리의 닭들은 이미 매일같이 계란을 낳고 있습니다. 사역자들의 반응도 좋아서 추후 이런 형태로 다른 두 군데 지역에서 양계장을 통한 교회 개척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교회에는 초등학교 또래의 아이들이 많이 출석하는데 그들의 부모들이 우리에게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한국 아이들은 어떤 가르침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 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조혼 풍습으로 이혼율과 결손 가정 비율이 무척 높아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단기팀이 동원될 때 자녀양육세미나,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강사 분들이 오셔서 크리스천 가정의 중요한 이슈들을 이곳에서 가르쳐도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통역을 통해서라도 이들의 필요를 더 채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게 어렵다면 우리가 어떻게라도 준비해야 할텐데... 고민하고 있습니다.
2. 병원 이야기
제가 근무하고 있는 알마티 동산병원은 지난 10여년간 현지인 직원들이 그 역할을 감당해왔습니다. 그러나 1인당 GDP가 1만 3천불에 달하는 카자흐스탄의 최근 경제 발전에 힘입어 현지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병원 및 장비 현대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고 사립병원들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알마티 동산병원을 설립한 대구동산의료원 직원선교복지회에서는 한국인 M 이 현지에 파송된 만큼 선교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소화기내시경 검사실을 알마티 동산병원 내 개설하여 이를 특화하는 쪽으로 발전 계획을 정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알마티 동산병원에 내시경 검사실이 설치되기 위해서는 내시경과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이곳 카자흐스탄에서는 내과 의사(쩨라뻬쁘트)가 내시경,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고 별도의 내시경과 자격증을 소지해야만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의대 학위 인정서, 노동 허가를 받아 외국인 의사로서 현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내시경 검사를 합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현지 내시경 의사 자격증이 추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는 10월에 현지 내시경의사 자격시험을 볼 예정입니다. 러시아어로 문제가 출제되기에 쉽지 않겠지만 가능하다고 보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험을 무사히 통과, 현지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현지에서 내시경 구입, 내시경실 설치 과정을 거쳐 아직 알마티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의식하진정내시경(수면내시경) 검사 등 내시경 관련 검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한국인 의사는 한국 의료 시스템 안에서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면서 이곳 의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나타내고자 합니다.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기도해 주세요.
3. 가족 이야기
오는 8월말이면 우리 가정이 알마티에 들어온 지 딱 2년이 됩니다. 그동안 언어 공부 하면서 병원이나 교회 일로 바쁘게 지냈는데 여름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형민이는 부쩍 기타 연주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기타 선생님은 바로 유튜브 동영상입니다.
지난 2주 동안 한국에서 온 자매 한 분이 저희 가정을 방문했고 이선화 M은 그 자매와 함께 수도 아스타나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파송교회인 포항 충진교회 성도님들이 포함된 경동 BMTC 단기팀이 알마티를 방문해 주셔서 서로를 격려하는 귀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지요.
지난 번 기도편지에서 자동차 문제를 언급했었는데 귀한 헌금을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기명으로 큰 금액을 보내신 분도 계신데 성함을 알 수 없기에 그저 기도만 할 뿐입니다. 우리 주님은 아시겠지요. 적절한 자동차를 가장 좋은 때에 만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하고 있습니다.
[ 기도 제목 ]
1. 현재 교회 리더 중 한 사람인 ‘루스템’은 알마티 서쪽 외곽 지역으로 교회를 개척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모임 때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 가정 교회가 세워진 바이*게 지역에는 교회 핵심 멤버 중 한 사람인 ‘굴랴’가 다른 교인들의 돈을 빌려간 뒤 갚아주지 않아 모임이 급격하게 가라앉았었는데 최근 하나님께서 또 다른 사람을 세우셔서 모임에 힘을 불어넣고 계십니다. 딸*르 가정 교회의 리더 ‘셉둘라’ 는 본인 스스로가 음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힘이 없습니다. 이곳에서도 한국 교회가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들과 유사한 문제들이 고개를 드는 것을 봅니다. 이제 막 스스로 일어서려는 현지 교회들 가운데 성령님의 위로와 능력이 날마다 나타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10월에 있을 현지 내시경의사 자격시험을 치루기 위해 알마티 ‘내과학 연구소’ 라는 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현지 의료 기관에서 어떻게 내시경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내시경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고 있습니다. 카자흐에서도 선진 의료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지만 아직 한국과 비교할 때 열악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향후 있을 시험을 위해, 설치될 내시경실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고 돕는 대구 동산의료원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3. 오는 10월 10-17일에 포항선린병원 단기팀이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곳 병원 뿐 아니라 교회 개척 지역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팀원들이 기도로 잘 준비하고 하나님이 예비하신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단기팀원들에게도 가장 필요한 일정이 준비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알마티에서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