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3년 6월 (23호)
뜨거운 태양의 계절에 동역자님께 인사드립니다. 이곳에서의 삶이 거듭될수록 이곳에 나올 때보다 더 큰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함을 날마다 체험합니다.
우리 힘이나 계획은 언제나 실패하고 그 분이 모든 것을 이뤄가고 계심을 봅니다.
1. 병원 이야기
카자흐스탄에서 전문인 사역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인내와 기다림을 뜻합니다. 하나님이 보여 주시는 것 만큼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알마티 동산병원의 경우에도 앞으로 있을 긴 여정의 초입부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며 하나님이 이끌어가실 미래를 그려 보고 있습니다. 부룬다이 마을 정기 방문 진료를 통해서는 현지인 사역자와의 관계를 튼튼하게 세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다른 회사에 속한 M 들과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최근 또 다른 길이 하나 열렸습니다. 카자흐스탄에는 내과계 전문과목(예를 들면 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등) 자격증을 교부하는 의료교육기관이 아스타나에 1곳, 알마티에 2곳 있는데 지난 5월 말부터 그 중 한 곳인 알마티의 ‘내과학 연구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현지 소화기 내시경 의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외국인 의사로서 현지 의료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려면 그들이 어떻게 진료 및 시술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만의 의료사회 속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2. 교회 이야기
카작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 살면서 현지인 가정 대소사에 참석할
일도 잦아집니다. 얼마 전, 몇몇 젊은이들과 결혼을 앞둔 한 청년의 집을 방문하려고 알마티 동쪽 50Km 정도 떨어진 마을까지 어두운 밤길을 운전해서 찾아 간 적이 있습니다. 신랑 측에 신부의 얼굴을 처음 공개하는 카작인들의 풍습에 따라 허름한 집 안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쳥년과 약혼자를 만난 우리는 다과를 나누며 기타 반주로 함께 찬양하고 축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부는 믿지 않는 사람이었고 신랑 역시 믿음 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는 청년인지라 먼 곳까지 찾아와 서툰 현지어로 찬양하고 축하하는 우리 모습이
꽤나 신기했나 봅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다음 주일, 믿지 않던 신부는 우리 예배 장소까지 찾아와 주님을 영접했다는 간증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들려 주었습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서는 이렇게 하나님께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사역지에서 이 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요.
6월부터는 알마티 북쪽 60Km 에서
개척한 교회 성도 들을 위한 양계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반사막의 뜨거운 태양볕 아래에서 닭을 기르기 위한 축사를 짓고 400여 마리의 병아리를 들여오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넘어온 일꾼 한 사람이 주님을 영접하기도 하는 일이 있었지요. 빈곤을 떨치기 위한 현지인 리더와 성도들의 자립 프로은 교회 내에서 농업 사역을 전담하는 M 가정의 리더로 현지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온 교회가 함께 돕고 있습니다.
3. 가정 이야기
6월이 되면서 우리 아이들도 학기를 마쳤습니다. 특별히 형민이는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벌써 지난 3월, 중학생이 되었겠지만 이곳은 9월부터 새 학년이 시작되기에 6개월 늦어진 셈입니다. 졸업식에 참석하며 큰 감사와 위로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곳 MK 학교는 교사 부족으로 인해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아이들의 삶을 이끌어 가실 그 분에 대한 신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올해도 한국에 나가지 않고 이곳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여름을 지낼 계획입니다.
올 여름에는 카작어 공부에 좀더 집중해서 언어에 진보가 있었으면 합니다. 특별히 수요일 밤마다 현지인 성도들과 함께 하는 기도회를 통해 이들과 주님 안에서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맘이 있고 교회가 개척하고 있는 외곽 지역을 더 방문하고 싶습니다. 이선화 M 이 매주 목요일마다 현지 교회에서 열고 있는 피아노 레슨은 여름 동안은 방학입니다. 그러나 다음 학기부터 이곳 MK 학교에서 주 3일 교사로 봉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다음 학기는 지금보다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올 여름에도 저희 가정을 방문하는 팀이나 방문객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이 땅을 품고 기도하고 영적으로 재충전되는 시간을 갖게 되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차량 문제를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미쓰비시 자동차 2000년식 ‘몬테로’ 를 중고로 구입해서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차량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매달 자동차 수리비가 꾸준히 지출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현실적으로 상태가 괜찮은 차로 바꿀 만한 재정 여력이 없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도 없어 차를 팔고 다른 차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상태가 괜찮은 중고차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차량과 관련해서 순탄한 길이 열리도록 기도해 주세요.
[기도 제목]
1. 형민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통해 지난 세월동안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곳으로 부르신 그 분의 신실하심을 의지하며 그 분을 더 알아가고 믿고 자라가며 그 분의 증인으로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 현지 의료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향후 이곳 현지 의료시스템 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들이 잘 세워지도록,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한 발짝 앞을 믿음으로 내딛도록 기도해 주세요.
3. 둘째 시은이는 맘이 아주 여리고 착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태풍)와 햄스터(해미,해민)를 위해 늘 걱정하고 기도할 정도지요. 그런데 최근 수련회 참석 후 집에 왔을 때 햄스터 한 마리가 죽은 걸 보고 많이 상처를 받은 것 같습니다. 많이 울고 힘들어 합니다. 잘 이겨내도록 기도해 주세요.
4. 올 여름 현지 교회를 함께 섬기고 있는 다른 두 M 가정이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올 여름 J 지역에서 시작되는 양계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현지인 사역자들을 위해, 400여 마리 병아리들이 더운 열기를 잘 이기고 자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 밖에 수요 기도회, 주일 찬양팀, 여름 단기 행사 등 우리가 챙겨야 할 일들을 잘 감당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5.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자동차 관련 지출 때문에 차량 교체를 결정했습니다.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재정과 적합한 차량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알마티에서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