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3년 4월 (22호)
새 봄을 맞는 계절에 문안드립니다. 사과 꽃, 체리 꽃 흩날리는 이곳에서도 새 희망을 품고 하나님이 이 땅 가운데 행하실 일을 바라보며 묵은 땅을 뒤엎고 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1. 병원 이야기
1년 반 전, 우리 가정이 알마티에서의 병원 사역을 염두에 두고 카자흐스탄에 들어왔을 때 이미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워크 퍼밋(노동 허가)이 나온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현지 에이전트가 상황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 인해 빚어진 일이었고 이곳에 오고 나서야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의료 협정을 맺고 있지 않기에 상대 국가의 의사 자격증을 상호 인정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외국인 의사에게 노동 허가를 준 예도 없으며 서류 접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얼마나 걸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병원 근무를 하면서 합법적인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애써 온 끝에,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해 11월, 카자흐스탄 교육과학부로부터 한국 의사자격을 카자흐스탄에서도 인정한다는 문서를 받은데 이어 금년 4월, 카자흐스탄 노동부로부터 이곳 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공식 문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외국인 의사로서 현지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이를 위해 그 동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셨는데 반가운 소식을 나누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알마티의 병원은 지난 2000년 현재 위치로 이전하여 지금까지 그 역할을 잘 감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의료 환경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이에 따라 알마티 동산병원도 새로운 ㅅㄱ전략이 필요한 시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최근 이에 대한 논의 끝에 향후 병원 규모를 조정하면서 소화기내시경 전문 클리닉으로의 특성화, 현지 ㄱㅎ와 연합을 통한 ㅅㄱ 병원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향후 이를 실천하기 위한,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2. 교회 이야기
1991년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카자흐스탄의 주 민족은 카자흐 민족입니다. 0.1%의 복음화율 이지만 카작 교회에서 그들과 한 형제, 자매로 지내면서 이들을 더 이해하게 됩니다. 지난 십여 년간 카작 교회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광야와 같은 어려운 시절을 지나 왔습니다. 그러나 아합 왕 시대에도 숨겨 놓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최근 교회 안에서 오랜 기간 방황 끝에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카작인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비자법, 종교법, 종교기관 등록법 등으로 외국인 사역자들의 목을 조여 오는 현실이지만 불타오르는 열정과 소명감으로 무장되어 리더로 섬기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에게도 큰 힘이 됩니다. 카작어를 배운 지 이제 1년, 아직 언어가 서투르지만 이들과 더 많이 교감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오는 4월 23일부터 27일까지 카작 내 말씀 사역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교 세미나’가 비밀 장소에서 열립니다. 영국 존 스토트 칼리지 등에서 몇 년 동안 중앙 아시아 일대에서 해오던 컨퍼런스인데 올해 처음 카자흐스탄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경륜이 부족하지만 갈급함으로 가득찬 카작 교회 리더들에게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넘쳐나는’ 성령님의 능력이 충만하게 채워져서 현지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되게 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가족 이야기
저희가 소속된 단체는 첫 term 을 맞는 전 세계의 파트너들을 한 곳에 모아 ‘Equipped to Serve’(이하 E2S) 라 불리는 훈련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합니다. 파송 전이 아니라 현장에 들어가고 난 뒤 이런 훈련을 받게 함으로써 좀 더 실제적인 훈련이 되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훈련을 통해 우리 가정의 사역 목적과 구체적인 사역 원리들을 구체적으로 터득하고 적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반사막과 초원의 나라 카자흐스탄이지만 대도시 알마티에서 살아가는 우리 가족은 쉽게 지치고 방향성을 잃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회사를 통해 끊임없이 달려갈 힘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ㅅㄱㅅ 자녀(MK) 학교는 여전히 어려운 국면을 지나고 있습니다.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급여를 따로 받지 않는 교육 ㅅㄱㅅ들인지라 학년마다 필요한 과목 선생님들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유치원부터 고 3까지 갖추고 있는 아이들 학교의 선생님 수는 이번 학기에 모두 36명이었지만 9월부터 시작되는 다음 학기에는 5명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종교법, 비자법 개정으로 인해 서구권 선교사들이 점점 떠나고 있는데다 최근 학교가 비자에 필요한 초청장을 발부할 권한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학교 상황을 보며 더욱 하나님만 의지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에 어려움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니까요.
[ 기도 제목 ]
1. 변화의 계절을 맞고 있는 병원 상황이지만 하나님이 새로 행하실 일에 대한 기대도 커 갑니다. 소화기내시경을 특화한다는 계획은 서 있지만 이것을 실제로 준비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재정이 소요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곳 환자들은 물론, 의료인들에게 복을 흘러 보낼 수 있는 교육 센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내시경실 허가에서부터 소소한 것까지 준비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그 분의 인도하심을 따라 한걸음씩 내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현지 교회가 더 성숙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현지인 설교자를 위한 ‘설교 세미나’ 뿐 아니라 청년 수련회도 6월 초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리 중심이 아니라 현지인 편에 서서 잘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 ㅅㄱㅅ를 한국에서 동원하기란 쉽지 않기에 부족한 MK 학교 선생님의 동원은 주로 이곳에 와 있는 서구권 ㅅㄱㅅ 들의 몫입니다. 이곳의 필요에 반응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이곳으로 오길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필요한 재정과 행정 절차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4. ‘부랄다이’ 에서 이동 진료가 3개월째로 접어듭니다. 병원을 떠나 시골에서 하는 진료를 통해 하나님이 부르신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알마티에서
이성훈, 이 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립니다.
*최근 가족 사진(13년 4월) 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