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 2012년 12월 (20호)
메리 크리스마스! 지난 한 해동안 함께 해 주신 동역자님께 성탄의 기쁨으로 문안드립니다. 카자흐스탄에 새로 정착하느라 바빴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1년 내내 이곳에서 생활했던 탓인지 새해를 맞는 기분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통상 ㅅㄱㅅ의 사역 1기는 현지 언어를 익히는 일이라고 말들 합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저희 부부의 카작어 공부도 벌써 1년이 흘러 갑니다. 언어 실력이란 것이 금방 좋아질 순 없지만 어느 새 카작 ㄱㅎ 안에서 말씀의 교제나 사람들과의 만남이 조금씩 수월해지는 것을 느끼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병원 업무나 일상 생활에서 여전히 기존에 사용하던 러시아어를 발전시켜야 하지만 카작 민족의 ㄱㅎ를 섬기고 있는 우리 가족으로선 카작어에 더 많은 열정을 쏟을 수 밖에 없습니다.
1. ㄱㅎ 이야기
지난 10월 25일로 종교기관 재등록 절차가 마감되었지만 우리 ㄱㅎ는 교인수가 50명 이상이 되지 못해 재등록할 수 없었습니다. 불확실성과 위험성은 이전보다 훨씬 증가되었지만 “나는 감옥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현지인 신자들로 인해 더욱 큰 은혜를 맛봅니다. 매 주일이면 제법 많은 숫자가 NGO 단체로 등록된 교회 건물로 모여들기에 우리는 이미 등록된 다른 교회와 연계해 예배 장소를 확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 현지인 리더들과 함께 모여 서로 격려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시간을 12월 28일경 가질 예정입니다. 사역 3년째를 맞는 내년에는 저희 부부도 현지인들과 좀 더 많은 만남을 가지고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시간을 늘릴 생각입니다. 특별히 내년 4월, 이곳에서 열리는 설교 세미나에 현지인 사역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1월 초에는 서울 사랑의 교회에서 어린이 사역을 위한 단기팀이 저희 ㄱㅎ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선화 M은 매주 목요일마다 지역 어린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을 지속하고 있고 저는 매주 수요일 밤 9시부터 밤 12시까지 진행되는 수요ㄱㄷ모임에 다녀옵니다. 집에 오면 새벽 1시이고 다음 날 병원 출근의 부담도 있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기도와 말씀에 집중하는 그 시간이 참으로 귀합니다.
2. 병원 이야기
알마티 동산병원을 생각할 때마다 늘 ㅎㄴ님께 현재로 인해 감사드립니다. 미래를 향한 청사진이나 구체적인 비전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곳에 한국 ㅅㄱㅅ가 사역하는 병원이 있음으로 인해 많은 M들과 그들이 보내는 현지인 성도, 한국 교민들이 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것들만 묵상해서는 감사할 수 없습니다. 이곳으로 보내신 그 분의 섭리를 신뢰하며 이곳에서의 시간을 누리고 훈련받고 섬기는데 모든 관심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ㅎㄴ님의 뜻을 행하고 그 분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함이니까요.
특별히 지난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카자흐스탄 대통령궁 의료센터와 한국의 보건산업진흥연구원 등이 공동 주최한 “2012 Medical Korea in Kazakhstan" 이라는 행사에 참석했었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의료분야 학술 발표회도 있었는데 5명의 한국 측 발표자 중 1명으로 제가 소화기내시경 관련 주제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발표 후 카자흐스탄의 많은 소화기내과 의사들을 만나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이를 발판으로 향후 좀 더 많은 분야에서 섬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많은 일을 시작하기 보다는 사역 기반을 다지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1월 16일에는 카자흐스탄 국가인증센터로부터 한국 의사면허를 이곳 카자흐스탄에서도 동등하게 인정한다는 증명서를 받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공식적 활동을 위한 첫 문이 활짝 열린 셈입니다. 이를 위해 함께 아뢰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3. 가족 이야기
하루 만에 60cm 의 폭설이 쏟아지는, 알마티에서의 두 번째 겨울입니다. 집주인의 공언과는 달리 우리 집은 겨울에도 물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아침에 잠시 물이 나오다가 이내 끊어지는데 어떨 때는 4일동안 물 한 방울도 안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겐 ‘한국에선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축복’에 대한 강의가 이어집니다.
오는 1월 15일부터 3주 동안 제가 근무했던 포항선린병원의 내과 전공의 선생님 가정이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낼 예정입니다. 포항선린병원 내과는 모든 전공의에게 ㅅㄱ지 병원을 1달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방문하는 동안에는 물도 잘 나오고 방문객에게도 알찬 도전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MK 학교인 천산학교 선생님들은 학교로부터 일체의 보수를 받지 않고 헌신하는 교육 ㅅㄱㅅ 들입니다. 그러나 이번 학기가 끝난 뒤에는 14명이나 되는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본국으로 귀국하게 되어 당장 다음 학기에 학교를 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2주 전에 싱가포르에서 온 단기팀이 ㄱㅎ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팀원 대부분이 공립학교 교사인지라 천산학교 소개를 하며 열심을 내기도 했습니다. 영어로 가르쳐야 하는지라 한국 선생님을 동원할 수 없어 많은 학부모들이 힘들어 합니다.
[ 기도 제목 ]
1. 카자흐스탄 국민의 63% 가량이 카작인이지만 카작 민족의 복음화율은 0.1% 남짓입니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우리가 출석하는 교회의 카작인들 중에는 간절하게 ㅎㄴ님을 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알마티 인근의 딸가르, 제트겐, 그레스 지역에 가정 ㄱㅎ를 새로 개척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지인 리더들의 설교가 더 깊어지고 성도 개인들의 영적 성장이 계속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돕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한 해에도 이들을 더 만나고 함께 기도하고 ,ㅎㄴ님 음성을 들을 것입니다. 등록되지 못한 지하 ㄱㅎ 지만 더 튼튼하게 뿌리 내리고 줄기와 잎을 내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현지인 리더와 외국인 M 들이 한 맘으로 동역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2. 천산학교의 선생님 부족 문제과 재정난 때문에 알마티에 있는 많은 M들이 주님 앞에 무릎 꿇고 있습니다. 단지 학교가 정상화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처음 고백대로 모든 계획을 아버지 앞에 내려놓고 우리 삶을 드려 그 분을 온전히 따르고 순종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3. 1월 중순부터 3주 동안 알마티 동산병원과 우리 집을 방문하는 포항선린병원 내과 전공의 선생님 내외분이 그 시간을 통해 삶의 도전과 새로운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동역자님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 가정이 다 갚을 수 없는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지난 한 해동안에도 부족한 저희 가정과 카자흐스탄 땅을 중보하며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한 분, 한 분께 주님으로부터 말미암는 기쁨과 은혜가 넘쳐나길 기도합니다.
어제도 아스타나의 기온은 영하 40도 이하로 내려갔다고 하지만 이곳 알마티는 영하 25도 정도입니다. 매일 같이 눈이 오지만 막내 성은이는 아직 눈이 지겹지가 않다고 하네요.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찍은 가족 사진을 첨부하며 인사드립니다. 주 안에서 행복하시길... “메리 크리스마스!”
알마티에서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