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2012년 10월 (19호)

첫 눈 내린 알마티에서 주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매일같이 증가하는 불확실성이 타국에서의 삶을 어렵게 만들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에 오늘도 삶의 무게를 그 분께 넘겨 버리고 좁은 길을 따라 갑니다.

1. ㄱㅎ 이야기

카자흐스탄의 모든 ㄱㅎ 들은 작년에 발효된 종교법에 따라 올해 10월 25일까지 모든 종교기관의 재등록을 마쳐야 합니다. 등록하지 않은 교회에는 이전보다 더 큰 압박이 찾아올 것이 분명한 상태이기에, 우리는 등록을 할 것인지 계속 지하 ㄱㅎ 로 남아 있을지 고심하고 기도한 끝에 등록을 결정하고 등록에 필요한 50명의 교인을 확보하기 위해 비슷한 규모의 다른 ㄱㅎ 와 연합해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미 우리 ㄱㅎ 주변의 지역 사회에서도 우리의 존재를 뚜렷하게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숨어 있을 순 없었습니다. 감사하게도 ㄱㅎ 내 카작인 리더들이 더 큰 열정과 용기를 가지고 이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말 이후 ㄱㅎ 모임 장소로 경찰, 검찰 등이 조사를 나온 이후, 우리는 눈을 피하기 위해 약 1달간 기존 모임 장소에서 모이지 못하고 주일 마다 가정을 방문하며 ㅇㅂ를 드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캅차가이 호수에서 세례식을 가지기도 했는데 새로운 영혼을 부르시고 사명 주시는 그 분의 일하심을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2. 병원 이야기

병원이 차츰 자리를 잡게 되면서 많은 M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캐나다에서 온 M 한 분이 우리 진료실로 내원했다가 직장 용종으로 진단되어 네덜란드에 보내지기도 했습니다. 직장 수지검사로 진단한 것인데 내시경 장비가 있었다면 좀 더 정확한 진단은 물론 용종 절제술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기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최근 대구 동산병원에서 소화기내시경 시스템을 이곳으로 보내기 위한 구매 계약을 완료한 상태여서 조만간 이곳에서 위, 대장 내시경 검사는 물론 치료 내시경 시술도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산소 및 흡인 장치, 내시경 관련 부대시설, 병리조직 검사 의사 확보 등 많은 장벽이 있지만 즐거운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9월 중순에는 1년에 한 번, 카자흐스탄에서 일하는 모든 한국인 M 들이 함께 모이는 집회가 이곳 알마티에서 열렸습니다. 저희 가정의 경우 이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다양한 회사에서 오신 약 70여 가정의 M 들을 위한 의료지원 스탭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 활동을 계기로 카자흐스탄 전역에 흩어진 많은 한국인 M 들에게 저와 병원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는 11월 5일에는 알마티에서 멀리 떨어진 침켄트에서 우리 병원으로 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 오는 환자가 예약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그 곳에서 사역하시는 M의 부탁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10월 초에는 대구 동산병원 알생모(알마티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하지 정맥류 수술을 위한 단기팀을 보내왔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 ㅅㄱㅅ 협의회를 통해 미리 진료 및 수술을 원하는 환자를 예약 받았는데 생각보다 중증 환자가 많아 내년으로 넘어가는 환자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3일간의 수술 일정을 통해 10여명이 수술 받은 것을 포함 많은 분들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1995년부터 매년 한결같이 알마티를 방문하고 있는 대구 동산병원 단기팀의 마음이 크게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과 별도로 이곳 카자흐스탄에서의 합법적인 진료 활동을 위한 행정 작업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의사면허를 이곳에서 인증받기 위해 지난 5월 2일 관련 서류를 수도 아스타나에 직접 올라가 제출한 바 있는데 6개월이 지나서 조회해 보니 11월 1일 경에 정확한 발급 날짜를 알려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물론 아직 많은 장애물들이 남아 있지만 이 인증서를 받게 된다면 큰 고비를 하나 넘어가는 셈이 됩니다.

3. 가족 이야기

우리는 이번 달에만 5일 동안 전기, 물 없이 살았습니다. 이것은 100년 전의 일이 아니고 2012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전선 접촉 불량 때문에, 고압의 전류가 흐르고 접지가 안된 탓에, 집 주인이 미납한 전기요금 때문에 우리는 번번이 캄캄한 밤에 촛불을 켜고 살아야 했습니다. 전기가 없으면 모터가 작동을 안 하기에 물도 사용할 수 없고 인터넷도 불가능합니다.

캄캄한 부엌에서 가느다란 촛불을 밝히고 아이들에게 우리가 겪는 이 특별한 경험이 갖는 의미를 얘기하곤 합니다. 아내는 “십자가를 위해 받는 고난도 아니고 날마다 이렇게 전기, 물 때문에 고생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라며 중얼거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ㅅㄱㅅ가 가장 행복할 때는 흔들리지 않는 소명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왔기에 이 모든 일을 겪은 것이기에 이것 역시 그 분의 계획 안에 있음을 알고 기뻐하며 훈련되어져 갑니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주변에 좋은 M 가족들을 붙여 주셔서 크게 위로받고 새 힘을 얻으며 지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주에는 몇 몇 가정이 모여 성경통독캠프를 자체적으로 가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번 크리스마스 때 현지 교인들을 대상으로 성경통독세미나를 가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우리 집 쥐들은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끈끈이에 잡히곤 있지만 이제 아내도 ‘쥐 공포’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습니다.

 

[ 기도 제목 ]

1. 제가 근무하는 병원을 위해 기도합니다. 한국에 있는 한 병원 직원들의 선교헌금을 통해 세워지고 운영되는 이 병원은 아직까지도 병원의 기본적인 시설과 필요들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잇단 강도의 침입 등 보안 문제도 불거져 나옵니다. 한국에서 찾아오는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대규모의 자본이 요구되는 알마티에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ㅅㄱ 병원에 대한 의구심을 비치곤 합니다. 한국으로부터의 대규모의 재정 투자가 힘든 상황에서 현지의 부당한 벌금과 갈취를 겪으며 힘들어하는 병원 속에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일이야말로 단연 믿음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오직 하나님만이 이 일을 하셨다 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필요충분조건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확실 속에 살아가는 것.. ㅅㄱㅅ 가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M 은 꿈꿉니다. 공허한 현실 속에 그 분이 해 나가실 일들을...

함께 기도해 주세요.

2. 자주 전기와 물 문제를 겪게 되면서 이선화 M 이 받는 스트레스도 커진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증상이 있는 부정맥 증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힘들고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손목을 잡고 맥박을 재는데 박동이 불규칙하고 휴지기도 제법 길다고 합니다. 늘 부드럽고 차분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대처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많은 스트레스를 해결해야 하다보니 생긴 증상처럼 보입니다.

이곳이 ㅅㄱㅈ 임을 생각할 때 지금도 우리를 향한 수많은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전쟁터 한가운데 우리가 서 있음을 한시도 잊을 순 없습니다. 영적, 육체적으로 이 많은 공격들을 능히 이겨낼 수 있도록 이선화 M은 물론 온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섬김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살 수 있습니다.

알마티에서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립니다.

 

** 사진을 몇 장 첨부했습니다.

1. 집 수리 중에 집 주인, 일꾼과 함께 마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2. 현지 교회 아이들과 함께

3. 현지인 수련회에서 QT 강의 모습

4. 시은, 성은

5. 형민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