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2012년 8월 (18호)
그리운 동역자님에게 주님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8월이 지나면 저희가 이곳에 온 지 만 1년을 넘어서게 됩니다. 이제 겨우 한 해가 지났을 뿐이지만 너무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시간이었고, 내 생각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만 의지하고 따르게 인도하셨던 시간이었습니다. 짧게나마 이곳 상황을 전합니다.
1. 중앙아시아 M 컨퍼런스
여름이 시작될 즈음, 중앙아시아에서 사역하는 전 세계에서 온, 저희 회사 일군 100여명이 키르기스스탄 이식쿨에 모여 서로의 삶과 사역을 나누고 그 분 안에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십년동안 이 지역에서 일해 왔던 많은 사역자 가정들을 만났는데 특별히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일하는 가정의학과(미국), 치과(한국), 산부인과(호주) 의사 M 가정과의 만남이 기억에 깊이 남습니다. 이 지역에서 어떻게 사역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어떻게 인도함을 받았는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듣고 도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 내에서는 저희 가정 말고는 다른 외국인 의료 M이 없는 상황이기에 이 분들과 공동 관심사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참으로 적절한 시점에 우리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부어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 병원 이야기
35도에서 39도까지 오르내리는 강렬한 태양 볕이 매일같이 내리쬐고 있지만 지난 3개월을 통틀어도 비가 온 시간이라곤 겨우 3-4시간도 되지 않는, 이곳 특유의 건조한 날씨가 오늘도 계속됩니다. 많은 사역자들이 다양한 건강 문제로 우리 병원을 찾고 있기에 이곳에서 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섬길 수 있는 병원을 허락해 주심에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진료 환경과 영향력을 꿈꾸며 알마티는 물론 더 넒은 지역 사람들에게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길 수 있는 병원이 되려는 소망을 가지고 오늘도 병원으로 향합니다. 감사하게도 직원들과의 관계도 점점 더 더 깊은 신뢰관계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환자 보는 일 뿐 아니라 행정과 재정 및 기타 업무들을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 속에 있지만 그럴 때마다 이런 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를 이곳에 보내신 그 분의 인도하심에 놀라곤 합니다.
3. 교회 이야기
우리는 섬기고 있는 현지인 교회에 필요가 무엇인지를 민감하게 살피고 그들의 주도 하에서 그 필요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채울 수 있을지에 늘 관심을 가집니다. 최근 교회 내 젊은이들을 위한 양육 모임이 필요함을 느끼고 지난 7월에 이들을 위한 1박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하룻밤을 지새우며 어떻게 주님을 만났는지, 무엇이 가장 큰 어려움인지를 나누는 중, 한국과는 너무도 다르게 그들 가운데 초자연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직접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수련회 기간 동안 저희 부부에게는 찬양 반주 외에도 ‘QT 하는 법’ 시간을 통해 이곳 젊은이들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법을 나눌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그 밖에 지난 7월 중순부터 이선화 M은 교회가 위치한 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1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우리 교회를 섬겨주던 단기 사역 자매가 떠나간 뒤 자매가 어렵게 시작해 놓은 ‘피아노 교실’이 중단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아내가 이를 계속 맡기로 한 것입니다. 가난하고 소망 없는 이곳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예수님을 만나는 계기가 되길 소원합니다.
4. 가족 이야기
우리는 지난 7월 10일 이곳에서 두 번째 이사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파트가 아니라 허술하게 지어놓은 단층짜리 집(‘땅집’이라 부릅니다)입니다. 알마티 외곽에 위치한데다 집 앞까지 오는 버스도 없어 불편하지만 우릴 위해 예비된 집이다 싶어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적응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이 집에는 여름 동안에는 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사 직후부터 물차를 불러 물탱크에 물을 채워 생활해야 했고 부엌 여기 저기 출몰하는 쥐 때문에 쥐약과 쥐덫을 동원해서 싸워야 했습니다. 쥐와 곤충이라면 기급하는 아내에겐 가혹한 시간이었지만 주님 은혜로 쥐 잡는 끈끈이를 사용하면서부터 쥐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많은 어려움 속에서 땅집으로 이사온 이유는 커 가는 아이들과 이곳을 찾는 단기팀과 손님을 맞기엔 턱없이 좁은 주거 공간 때문이었습니다. 이사 온 지 한 달째, 이제 많이 적응되었지만 막내 성은이는 아직 우리 집 같질 않다며 불편해 합니다. 아이들의 올 여름 방학은 어느새 ‘땅집 적응기’ 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 기도 제목 ]
1. 병원에서 함께 일할 현지인 의사를 만날 수 있길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과 함께 진료하며 배워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 땅과 민족을 사랑하고 헌신할 수 있는 젊은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 현지 교회에서 피아노 교실을 시작한 이선화 M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혼자 지역 교회까지 가는 길은 멀기만 하고 언어 장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 시간들을 통해 소외받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우리가 섬기는 교회는 알마티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3. 새로 이사한 집에 잘 적응하고, 많은 문제들이 극복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지금은 물이 나오지 않는 집, 쥐가 나오는 집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문제들이 해결되고 결국에는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안식처, 더 많은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섬김의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기도해 주세요.
동역자님의 기도와 섬김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갑니다.
알마티에서
이성훈, 이선화, 형민, 시은, 성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