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2012년 6월 (17호)

따가운 햇살과 먼지 풀풀 날리는 메마른 중앙아시아의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야채가 부족한 겨울을 대비한 먹거리를 미리 장만해 두어야 할 계절이기도 하지요. 한국도 슬슬 더위가 시작되었지요? 기도와 격려에 힘입어 저희 가정이 이곳에서 지낸 지도 어언 10개월... 멀리서 지원해 주시는 기도의 화살에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에게 맡기신 사역이 크고 특별해서가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사명이기에 이로 인해 감사와 기쁨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도편지는 병원 소식은 이성훈 M이 교회와 다른 얘기들은 이선화 M이 썼습니다.  

1. 병원 이야기 (이성훈 M)

 얼마 전 타지키스탄의 한 M 님이 진료를 위해 저희 병원을 방문하셨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신장을 가지고 이국만리에서 사역하고 계셨음에도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길이 없던 중, 한국 의사가 알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까지 날아오신 것입니다. 이렇듯 알마티 동산병원은 알마티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내 여러 도시,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 5개국(카작,우즈벡,키르기스,투르크멘,타직스탄) 에서 사역하는 M 와 그 가족, 그들에 의해 양육되는 현지인 리더의 건강 문제를 돌봐야 하는 특별한 사명이 있습니다. 현재 중앙 아시아 내에서 의료 기관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니까요.  

 이곳에서 만나는 질환군도 아주 다양합니다. 비장 파열, 뇌출혈, 간경화부터 시작해서 신증후군, 안면신경마비, 대상포진, 중이염,각종 추락 사고까지..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매일매일 그 분이 공급하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알마티의 크리스챤 의사들과 규칙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난 5월 28일에는 현지 의사들과 함께 한 모임에서 약 40분 동안 제 개인 간증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크리스챤 의사들을 만나게 되면서, 앞으로 그들을 어떻게 섬길 수 있을지 주님께 묻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수도 아스타나를 방문해서 현지 의료면허와 관련된 접수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외형보다는 사람을 세우는 일이 우선이기에 결과에 상관없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병원을 중심으로 진료하고 이곳 사역자들을 도우려고 합니다. 아울러 함께 병원에서 일하며 멘토로 섬길 수 있는 예비된 현지인 의사를 만나기 위해 간구하고 있습니다.

2. ㅅ교회 (이하 이선화 M)

 카작 교회 역시 주일예배 후 음식을 나누고 차를 마시면서 교제하는 시간이 아주 중요합니다. 바로 이 주일 점심 식사를 3 주에 한 번씩 한국인 M 가정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식할 때 접시와 의자가 모자라는 걸 보면서 교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 60 명 가량 되는데 이중에 20명 가량이 아이들입니다. 지난 4월에는 카작 교회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사역을 위해 단기 M 자매님이 오셨는데 그분이 섬기게 되면서 한국 아이들과 카작 아이들이 함께 하는 성가대도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양국의 아이들이 더 많이 어울리며 친해지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습니다. 성가대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시은, 성은이는 카작말로 찬양하는 것에 낯설해 하고 약간의 거부감마저 보였는데... 이제는 서서히  카작 아이들과 섞이는 것이 몸에 배게 되었고, 시은이는 작은 카작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까지 맡고 있습니다. 이곳 카작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의 가정 형편은 다들 하나같이 너무도 참담하지만 믿음안에서 소망을 잃지 않고 잘 자라길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카작 믿음의 2세대들이니까요.

3. 카작 문화

 카작어를 배우면서 우리 언어와 닮은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문화에도 불구하고 카작 문화의 어떤 점은 두드러진 차이점도 보이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심한’ 체면 문화입니다. 자신의 약점이나 허물을 노출되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경향이 무척 강하니까요. 큰 차, 최신 가전제품, 멋진 옷....... 그러다가 행여나 자신의 부족함이나 허물이 타인에게 노출되면 그걸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나머지 아예 인간 관계마저 끊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사역자들에게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지요. 

 유목민족이 공통적으로 가진 가족과 소유에 대한 강한 집착과 함께 구 소련이 남긴 관료주의와 불신의 결과들을 보면서 이들이 하나님 관점에서 자신을 보고, 세상은 불신으로 가득하더라고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만을 신뢰하는 믿음을 가질 수 있길 기도합니다.  

4. 가족소식

 형민이, 시은이, 성은이가 이곳에서의 첫 학년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기후에 적응하며 공부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던 1년이었죠. 학교 이전에 따른 여러 변화도 쉽지 않았는데 어느덧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성은이의 아토피 증상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심하게 건조한 날씨다 보니 피부가 늘 튼 것처럼 바싹 말라 있습니다. 형민이의 축농증과 성은이를 위해 계속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지난달 이선화M의 가정에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전쟁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유해가 미군에 의해 이북에서 발견되어 한국으로 돌아오는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은혜를 입게 되어서 가족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 기 도 제 목 ]

1. 덥고 건조한 사막 기후 속에서 병원, 학교, 교회 사역, 방문객들을 만나는 빡빡한 스케줄이 매일 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마다 성령 충만한 가운데 이 메마른 곳이 주님 주시는 은혜로 넘치는 풍요로운 오아시스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2. 더운 여름철을 맞아 이곳 병원으로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이 오시는 등.. 여러 단기팀과의 다양한 사역과 만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여름 사역을 통해 이곳에 있는 영혼들이 복음의 빛을 누리고 방문하는 분들에게도 영적 유익이 있는 귀한 시간이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3. 지난 8월 알마티에 온 이후 우리 다섯 식구는 21평 아파트(방 2칸,거실 1칸)에서 지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방문객도 늘고 아이들도 더 자라게 되면서 좀 더 넓은 집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한된 재정 속에서 우리에게 알맞는 집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4. 6월 11일부터 한 주간 중앙 아시아에 있는 I 회사 일군들이 함께 모여 컨퍼런스를 가집니다. 300Km 정도 택시로 이동하게 되는데 오가는 길이 안전한 길이 되도록, 모임을 통해 영적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이성훈/이선화, 형민,시은,성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