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 2012년 2월 (15호)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기독학생회 선후배 동역자님들께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한국도 올 겨울 추위가 무척 매섭다는데, 이곳 역시 연일 영하 3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 온 가족이 알마티에서 맞는 첫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1. 알마티 병원 이야기

전문인 사역자로 이곳 알마티에 온 저로서는 제가 있는 병원을 통해 이곳 사람들에게 이곳에서는 도무지 얻을 수 없는 의료적 유익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예수의 이름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많은 영혼들이 주께 돌아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3개월 남짓 이곳에서 일했는데도 너무도 많은 과제들이 제 앞에 놓여 있음을 매일같이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병원은 의사 한 사람만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한 복통으로 우리 병원을 방문한 사람에게 몇 가지 혈액검사와 수액 및 주사 제제를 처방했다 하더라도 이 사람은 곧 옆방 주사실 간호사를 만나 가혹한 시련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병원 유일의 간호사는 위구르 사람인 ‘나지야’ 입니다. 그녀가 어떻게 기본 간호학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혈액을 채취할 때마다 사람들을 고문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주행하는 혈관과 평행하게 바늘을 찌르는데다 여기 저기 바늘을 휘저으며 혈관을 찿고, 어렵게 혈액을 채취한 뒤에도 아직 바늘이 혈관 안에 있는데도 알콜 스폰지로 그냥 누르고 바늘을 빼는 바람에 팔이 퉁퉁 붓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수액 하나 처방해도 여기 저기 혈관을 터뜨리는 바람에 차마 환자 얼굴을 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나지야는 환자 혈관이 안 좋다느니, 너무 힘을 줘서 그렇다느니 핑계 뿐입니다. 자주 간호사실을 비우는 바람에 간호사를 찾으러 소리질러야 하고, 점심 시간을 넘겨가며 진료하는 저만 홀로 남겨두고 점심먹으러 가는 것을 보며, 제가 어디서 어떻게 가르치기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함께 근무하던 선린병원의 훌륭한 간호사들이 생각나고, 좋은 간호사들이 우리 병원에 단기팀으로 와서 직원들에게 기본 술기라도 가르쳐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점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사실입니다. 한국인 의사가 진료한다는 사실은 현지 의사를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한국인은 물론 현지인에게도 좋은 소식으로 소문이 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더 큰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가끔 진료 순서를 너무 오래 기다리는 바람에 불평하며 돌아갔다는 환자 얘기를 들으며 이곳에서 어떻게 선교병원의 토대를 놓아야 할지,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 깊이 고민하게 합니다.

아울러 지난 1월 말,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구입하여 보내주신 최신형 초음파 장비의 통관이 무사히 마쳤음을 알려 드립니다. 현재 이 장비는 제 진료실 한쪽에 설치되어 있고 좀 더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진료를 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선린병원 직원선교회에서도 이곳에서 제가 사용할 수 있도록 귀한 의약품을 보내 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 교회 이야기

우리 가정으로선 교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섬기는 카작인 교회는 등록되지 않은, 소위 말하는 ‘지하 교회’ 이기 때문입니다. 알마티 외곽에서 살면서도 알마티 시에 등록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망이 되고 있는 이 카작인 교회에, 우리 가정이 출석하기 시작한 것은 약 3개월 전부터입니다.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카작인들의 복음화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우리 가정이 카작인 교회를 알게 되고 그들과 함께 예배하게 된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교회에는 젊은 카작인 목사님이 있고 이 외에도 몇몇 카작인 사역자들이 돕고 있습니다. 우리 가정 말고도 다른 국제 단체 소속 두 가정이 저희와 함께 이 교회를 돕고 있는데 그 분들은 주로 카작인 사역자들의 신학과 말씀 사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카작 교회를 다니게 됨에 따라 저희 부부는 1달 전부터 새로 카작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주일 예배를 좀더 마음 다해 드려보자는 교회 방침에 따라 새해부터 저희 부부가 주일 예배 찬양팀원으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오랫동안 포항충진교회 수요예배 찬양팀의 악기 연주자로 함께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2012년부터 그 일을 이곳 카자흐스탄 알마티 카작인 교회에서 똑같이 재현하게 된 셈입니다. 우리가 전 세계 어디에 흩어져 있더라도 그 분을 예배하고 찬양할 수 있음이 얼마나 놀라운 특권이고 감사제목인지요. 찬양 준비를 위해 아내는 매주 목요일마다 카작인 교회로 가서 연습하고 교인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비록 카작어는 서툴지만 매주일 찬양을 통해 함께 예배하고 경배드릴 수 있어 행복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10년 이상 러시아어를 해왔고 이곳 병원에 근무함에 있어서도 러시아어만 사용하면 되는데도, 카작인 교회를 섬김으로 인해 카작어를 배우게 하시고 이를 통해 이 나라를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씩 바꾸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고 있습니다.

3. 가족 소식

카자흐스탄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처럼 겨울 방학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아이들은 요즘도 매일같이 학교를 다녀야 합니다. 아이들 학교는 우리집에서 25 Km 정도 떨어진 외곽이고 아슬아슬한 눈길을 지나야 하는지라 아침 일찍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최근 등교 시간을 40분에서 30분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남쪽 산길을 이용하고 있는데 눈덮인 산을 굽이굽이 넘어가야 하기에 아찔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병원에 늦지 않으려면 이 길을 당분간 계속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 알마티의 MK 학교에 온 뒤 형민이는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삼남매 모두 적응을 마친 것 같습니다. 며칠 전, 형민이는 학교 리더쉽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근 시골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오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얘기하는 형민이를 보며 삼남매 모두 이곳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반듯하게 자랄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분지 지형의 알마티는 기존의 자동차 매연 외에도 난방을 위해 집집마다 사용하는 석탄 때문에 더욱 공기가 나빠집니다. 자동차나 집 창문조차 열수 없을 정도로 나쁜 공기 탓에 병원을 찾는 호흡기 환자들도 급증하고 있고 우리 가족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추위와 나쁜 공기 탓에 성은이는 고열, 기침으로 인해 1주일 동안 학교를 가지 못했고 형민이도 1주일째 항생제를 복용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온 겨울을 안전하게 넘길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4. 반가운 방문 소식

오는 2월 17일부터 1주간 귀한 가정이 이곳 알마티를 방문합니다. 우리 가정의 재정후원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는 안병재/문은정 선생님 가정이 이번에 병원에 설치된 초음파 장비로 심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기 위해 오십니다. 현재 부산침례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으로 있는 안병재 선생님의 방문으로 인해 알마티 병원의 진료 서비스도 기술적 측면에서 발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서 일주 정도 머물게 되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 선생님 가정에도 미리 예비해두신 하나님의 은혜가 풍족히 임하도록 기도합니다.

 

** 기도 제목 **

1.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새로 제정된 종교법으로 인해 기존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예배 처소를 옮기는 곳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모든 종교기관을 새로 등록시키는 작업이 지난 주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속에서도 현지 교회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든든히 서 가며 이번 기회를 통해 현지인 사역자들이 하나님의 군대로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2. 우리 가정이 섬기는 카작인 교회의 현지인 사역자들에게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을 덧입혀 주시고, 함께 드리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함께 경험해 가는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합니다. 예배팀으로 함께 섬기는 두 자매의 마음을 열어 주셔서 입술의 찬양을 통해 개인의 삶이 완전히 변화되는 그 특별한 경험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3. 우리 가정이 섬기는 알마티 동산병원의 모든 직원들을 축복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복의 통로가 되는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의 성품이 변하고 그들이 행하는 의료 실기 자체도 변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아울러 그들을 대하고 가르쳐야 하는 제가 하늘로부터 오는 임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4. 혹한 속에서 발열, 기침이 끊이지 않는 우리 가족 구성원들을 지켜 주셔서 하나님이 보내시고 예배하게 하신 이 땅에서, 기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 이번 달 기도편지 역시 보안상 민감한 내용이 많습니다. 그대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동역자님의 기도와 헌신으로 저희가 이곳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이성훈/이선화/형민,시은,성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