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보내는 편지(2011년 12월, 14호)
거리마다 얼어붙은 눈바닥으로 발걸음조차 조심스런 오후입니다.
알마티에 정착한지 3개월... 2009년 IS(인터서브)에 허입되고 2010년 6월, 훈련을 위해 한국을 떠나며 시작된 나그네 생활은 이제 2012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족한 가정을 부르시고 이끄신 한없는 그 은혜로 인해, 모든 순간들이 그저 감사하고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1. 알마티 병원 이야기
정식 현지인 진료 허가는 현지 병원에서 당국에 제출해야 할 서류 준비로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사역 초기 이 정도 어려움쯤이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그 분이 일하시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4일부터는 비공식적으로 진료실 문을 열었는데 많은 사역자들이 양육하고 있는 현지인을 데리고 병원을 찾고 계십니다. 특히 몽골에서 온 카작인들과 키르기스스탄 등지에서 신앙 훈련을 받기 위해 알마티에 와 있는 사람들은 알마티 시에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은지라, 공공의료기관에는 접수 자체가 불가능하고 턱없이 높은 진료비 탓에 사립의료기관에도 갈 수 없어 우리 병원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소외받은 자와 이방인들의 친구로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하기만 합니다.
올해 9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초음파 장비 도입은 현재 막바지 국면에 와 있습니다. 당국으로부터 수입허가증을 발부받기만 하면 3-4일만에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장비를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이 부분은 알마티 SIEMNES 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지 담당자는 지난 12월 8일경 수입 허가가 나올 것이라 장담했다가 16일 이전으로 다시 말을 바꾼 상태입니다. 12월이 가기 전까지 수입허가가 나와서 새해부터는 더 나은 진료환경을 구축했으면 하는 맘입니다.
병원 직원들과도 조금씩 더 친밀해지고 있습니다. 병원 식당에서 항상 함께 점심을 먹으며 잠담도 주고 받지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 차이로 조금씩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더 가까워질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있습니다.
2. 회사 이야기
현재 우리 가정이 속한 회사는 카자흐스탄에서 모두 21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겨울마다 카자흐스탄 내 사역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여름에는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 흩어진 사역자 전체가 모이는 중앙아시아 컨퍼런스가 열리지요.
2주마다 가정을 돌아가며 예배하고 삶을 나누는 알마티 모임은 오는 1월 초에 카자흐스탄 내 흩어져 있는 모든 가정이 모이는 겨울 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눈 덮인 산 속에서 진행될 이번 모임은 그동안 긴장과 어려움 속에서 힘들게 사역했던 팀원들에게 영적, 육적으로 재충전하는 시간을 제공할 것입니다. 저희 가정도 몇 몇 역할을 맡게 되었고 외국인 팀장을 도와 공동체를 섬길 것 같습니다.
3. 교회 이야기
지난 2개월 동안 앞으로 출석할 교회를 두고 기도하며 고민하던 끝에 카작인 교회에 출석하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선교사가 이끄는 교회가 아니라 카자흐 형제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작은 교회입니다. 외국인으로 그들과 함께 교회를 형성하고 지지해 주는 역할을 감당하려고 합니다.
사실 삼남매를 고려해서 한국어 주일학교가 설치되어있는 교회에 출석할지도 고민했지만 한인교회나 한인 사역자의 교회보다는 카작 현지인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에 감사드립니다.
교회는 알마티 외곽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알마티 시에 거주 등록되지 못한 이주민들도 많습니다. 병원에서 주로 러시아어로 사역하고 있는 제가 카작 교회의 일원이 됨으로써 카작어 구사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습니다. 오랜 장고 끝에 얻은 결론인지라 그 분의 특별한 계획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내는 이미 카자어 공부를 하고 있으며 초기 과정을 마친 상태입니다.
4. 가정 소식
아이들은 그토록 기다리던 MK 학교의 새 건물에서 지난 12월 12일부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9월 알마티에 처음 왔을 때는 학교 이전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첫 한 달간은 1주에 1번씩 선생님 집에서 수업을 해야 했고 지난 2개월 동안 임시 학교에서 단축 수업을 받아야 했지만 겨울방학을 앞두고 새 학교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고 아이들은 오랜 기도제목이 응답받았기에 무척 기뻐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이중, 삼중 언어 장벽(영어, 러시아어, 카작어)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형민이의 경우, 영어로 진행되는 MK학교의 5학년 수업에도 약간의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사역 초기에 모두 겪는 일인지라 잘 이겨내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 기도 제목 **
1. 우리가 2주 전부터 출석하고 있는 카작인 교회는 정식 등록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최근 제정된 종교법에 의해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지난 3년간 카자흐스탄 내에서 어떤 교회의 신규 등록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곳곳에 이러한 지하교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높아져만 가는 교만한 알마티 외곽에 자리 잡은 가난한 이주민들의 공동체이지만 이곳에서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예배가 드려지고 그들 가운데 정금보다 귀한 믿음이 자라게 되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아직 카작어를 이해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지만, 함께 드리는 주일 예배를 통해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도합니다.
2. 그동안 카자흐스탄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테러와는 관계없는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31일 아티라우 시(市)에서 2건의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11월 12일에는 타라즈 시(市)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총기 및 폭탄 테러가 발생하여 테러용의자 외 7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주 전에는 알마티 시(市)에서도 테러에 의한 경찰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주 카자흐스탄 한국 대사관에서도 한인들에게 각별한 조심을 당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 종교법 제정을 둘러싼 카자흐스탄 내 정치적, 종교적 갈등 속에서 하나님 나라가 든든히 서 갈 수 있도록, 카자흐스탄에서 사역하는 모든 사역자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3. 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에 시은이를 포함한 아이들의 마음이 안정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새 학교는 알마티 시 바깥에 위치하고 있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요즘같이 눈 내리는 겨울철에는 고속도로와 꼬불꼬불 진입로를 지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동차가 눈길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오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또 올해가 가기 전에 초음파 검사 장비를 위한 수입 허가증이 발부되어 연내에 장비가 병원에 차질없이 도입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 내년부터는 두 달에 한 번씩 기도편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사역이 안정화되고 많아질수록 더 많은 기도의 동역이 필요합니다. 기도편지를 읽는 그 순간 함께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성탄과 새해를 맞아 동역자님의 삶 속에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 해 주심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이성훈/이선화/형민,시은,성은 드립니다.
* 첨부 화일: 2011년 12월 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