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의사 생활은 준비 없는 내게 닥쳐 왔다.
2월 20일 오후 3시 30분 96년 인턴들은 7강의실에 모여 추첨을 하였다. 나의 추첨 순서는 나중이었고
칠판의 번호 옆에 친구들의 진로가 표시되는 걸 보며 떨리는 맘으로 추첨을 하였다.
뒤에는 각과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자기 과 인턴을 기다리려 뒤에 서 계셨다.
44번 해운대 성심 병원 1주차---이것이 나의 첫 병원이였다.
미리 근무하던 선배에게 잠깐 소개 듣고 6시 까지 병원에 가게 되었다. 선배는 내게 응급실에
인사하고 먼저 3층 당직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자신이 오기 전까지는 응급실에 내려가지 마라는
당부와 함께..........곧 올거라면서....... 오늘은 선배가 하는 것을 지켜 보기로 했다.
3층에서 옷 갈아 입고 장차 있을 일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전화 연락이 왔다.내용은
간단했다. "선생님, 환자 왔습니다." 그 말이 다였다. 나도 "예." 하고 끊었지만 선배도 없는 낯선
병원에서 한 번도 order를 내 보지 않은 내겐 막막한 일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더 기다리지 않고
응급실로 내려갔다.
TA환자가 있었고 내려 오자 마자 간호사는 내게 X-ray order를 부탁했다. 난 한 번도 order지 그런
걸 적은 적이 없는데.... 하지만 모진 맘을 먹고 책상 앞에 붙은 방사선과 검사 내역을 보고 환자에게로
가서 약간의 병력을 묻고 아픈 곳을 지적하라고 하였다. 허리,등 안 아픈 곳이 없고 교통사고라 전
신체부위의 검사가 필요했다.
난 " L-spine AP,Lat" 이라고 첫 order를 적었다.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그냥 적은 첫 order였다.
그런데 T-spine검사도 필요한 게 느껴져 그 밑에 다시 "T-spine AP,Lat"를 적었고 곧 이어 "
C-spine도 skull series도 shoulder trauma series도 적어 빈 칸을 넘겨 빽빽하게 적어 버렸다.
간호사가 다시 내게 "chest도 찍지요" 라고 말하자 다시 chest도 쓰게 되었다.
얼마나 당황이 되든지.....
그러고 있는데 선배가 들어오고 나 혼자의 고전은 막을 내렸다. 선배는 그 후로 저녁 9시 30분까지
있으면서 여러가지 일 처리를 보여주었다.
처음 chart에 CC,PI 적는 법, # check v/s c BP # check X-ray, Px) 이것이 당장 배운 사항이었고
선배가 내는 약 이름을 몰라 참 당황이 되었다. GM, Hypertet, PMX ,BRF,BST, 등의 먹는 약, 주사약
order 이름이 생소했다.
그 선배와 있는 동안 간질 환자(이 환자의 Hx를 내가 했는데 단순한 syncope 인 줄 알았는데 후에
gland mal seizure를 하는 것이 아닌가.....) 와 ward consulting등과 몇몇 환자 그리고 suture를 해
보았다. 처음 surgical glove가 손에 들어가지 않아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그리고 9시 30분이 되어서 선배는 "이제 혼자 할 수 있겠재? 내가 근처에 있을 테니 ......일 있으면
삐삐 치고 혼자서 봐라." 하면서 떠났다.
이제 부터는 혼자였다. 난 선배에게 들은 몇 가지 약을 책상에 앉아 연신 외울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어디에 쓰는 약이고 이건 무슨 약이고....... 그리고 앞에 다른 선생님이 본 응급실 chart를
뒤적이면서 이런 증상에 어떤 약 이런 식으로 머리에 넣어 몇몇 환자의 약 order를 낼 수 있었다.
그래도 옆에서 간호사들이 이런 약이 더 좋지 않을까요 라는 훈수가 도움이 되었고 그런 식으로 배운
약도 있고 용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기억이 나는 환자.
습관성 견관절 전방 탈구 환자.-내가 처음으로 C/R 을 성공시킨 사람이다. 아주 고마와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stretching이 주효했다.
불안에 하며 응급실의 call 받고 가 보니 외국인 4사람이 날 쳐다보는 게 아닌가.
독일 사람 2.스페인 1, 젊은 미국인 여자 한 사람이 침대에 배가 아프다며 괴로와 하며 누워 있었다.
사연이 긴 이 사람의 impression은 ectopic pregnancy나 abortion. pregnancy test(+), UA후에
세강 병원을 적어 보내 주었다. 참으로 뿌득했다.
밥에는 suture를 해야 하는 환자가 주로 온다.회 먹고 urticaria가 생긴 환자도 왔고......
이렇게 환자를 보니 4시 이후로는 환자가 아침까지 없었다. 다행이었지만 난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몸의 condition도 좋지 않았다. 너무 갑자기 당황하고 불안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혼자 있는 당직실에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혼자 있으면 안 좋다.
아침 7시 30분에 내려 오라는 얘기 듣고 가 보니 과장이라는 사람이 내게 당직비라면서 봉투를 주는
것이 아닌가 열어보니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참으로 놀라웠고 나보다 더 많이 아는 간호사들 앞에서
licence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진 나의 권리와 의무를 생각해 보며 바뀌어진 나의 신분을 느낄 수
있었다.(나중에 밤새도록 술을 마신 그 선배가 그 돈을 가져 갔다. 아까왔지만 그 전날 그 선배가 이
날 당직비는 기가 챙기기로 했으니까...........)
조금 있으니 오늘 담당인 영락이가 불안에 떨며 도착했고 난 간단한 OT를 해 주고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와 잘 수가 있었다.
1996.2.23.금 해운대 성심병원 이틀째
오늘은 첫 날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맘에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몇개 안되는
약이름이지만 이것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내가 가진 선천적인 낙천적 황당함이 지금같은
때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침의 응급실은 갓 태어난 어린 의사에게는 참 부담스러운
벽이었다. 오늘은 장난끼가 있는 간호사가 내게 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난 이것들을 잘 정리해 다음에 오는 선생들에게 넘길 생각이다.
아침에는 응급실이 조용하다 싶어 당직실에 올라가 쉬고 있는데 드디어 call이었다. 여자 목소리인데
간호사는 아니고 아마 가정의학과 여선생의 목소리인것 같았다. 내려가 보니 머리에 외상을 입었는지
피가 머리에서 흐르고 있었고 환자의 왼쪽 눈의 동공은 다 열려 있고 둘다 고정되어 있었다.즉시 CT
order가 나왔고 view box에서 SDH의 소견이 눈에 들어왔다. 신경외과 과장님은 환자가 가망없어
보이자 딸에게 대학병원에 보낼 것을 권유했지만 딸은 극구 반대했다.
이 후 오후 3시 30분까지 난 환자의 HR가 0이 되는 것을 지켜 보게 되었다. 환자는 부산진 교회
권사라고 한다. 영안실로 가는 시신을 보며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간호사가 내게 GS과장님이 없다고 burn환자를 좀 봐 달라는 얘기를 했다. 난 우는 여아에게
chart를 보며 그대로 해 줄 수 있었지만 burn dressing에 betadine을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어 우는
아이에게 벌건 betadine dressing을 하면서도 미안한 맘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방전에 order까지 쓰고 난 뒤 난 외래 환자를 봤다는 기쁨도 느껴졌다.
당직실의 내게 세 번째 맡겨진 환자는 COPD에 asthma까지 겹친 환자였다. 내과 1과장님이 보신
환자라는데 환자가 증상이 너무 심해 자신이 119를 불러 병원에 온 것이다.
난 epinephrine이 급성 발작일 때 유효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내 생각이고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건지 난 본 적이 없다. 내과 선생님 chart에는 IPD 15cc NS 20cc, Bisolvon 1A NS
20cc가 있어 간호사에게 그대로 order를 냈다. 그리고 과장님이 오셨고 환자는 입원하게 되었고
내가 admission order를 내게 되었다. (이것도 처음이다.)
응급의학 책에는 이 환자의 경우에는 Epi를 쓰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급성 기관지 천식의 초기 조치( 응급의학 p.126)
#호흡마비가 입박한 천식 환자
1. 증상
억지로 숨을 쉬는라고 매우 지친 환자
청진상 호흡음이 잘 안 들리는 환자
수축기 혈압이 90이하 이며 피부가 차가운 환자
2. 100% 산소를 공급하고 adrenalin 0.5-1mg을 피하 정맥 근육 주사
3. 응급 기도 삽관이나 인공 호흡이 필요하면 마취과 의사에게 의뢰한다.
4. 다음 치료는 후속 조치에 준해서 한다.이상의 방법으로 대부분 호전 되지만 환자가 점차 더욱 심하게 지친다든가 PaCO2가
45.5이상, 60% 산소 공급중에 PaO2가 45.5이하이면 인공 호흡을 해야 한다.
#일반적 천식 환자 (내가 본 환자가 해당)
1.산소를 공급하고 salbutamol 5mg을 생리 식염수나 증류수 2ml에 희석하여 분무한다.
2.부신 피질 호르몬 200mg을 정맥주사
3.최대 유속 , 동맥혈 가스 분석과 흉부 방사선 촬영을 다시 확인한다.
-theophylline이나 aminophylline을 경구 투약 받은 환자나 이미 방문했던 병원에서 aminophylline 정맥 주사를 받은
환자는 투약하지 않는다.
-10-15분 동안 aminophylline 250-500mg을 천천히 정맥 주사한다.
다음 본 환자는 손을 잘 못 디뎌 팔목이 퉁퉁 부은 어린이....
전에 OS환자에 진통 효과로 camoxin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이번에 내가 먼저
간호사에게 "전처럼 camoxy쓰면 되겠죠?"
하고 아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 간호사는 내게 "네. 그리고 splint를 해야 겠지요." 하고 내 기를
꺽어 버렸다. 그 다음에도 똑같은 환자가 왔는데 이번에는 앞과는 달리 X-ray상 radius아래 쪽에
Fx가 있었다. 물론 이것도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보고 있는데 옆에 있는 도와주는 아저씨가 먼저
지적한 사항이기도 하다. 정상 angle에서 벗어나는 bone은 Fx를 암시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
splint를 해야 되었다. 활달한 그 간호사는 "샘, 이리 와 보세요." 하고 내게 그 일을 주려고 했다. 일에
능숙한 아저씨가 하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그 간호사는 "안돼요, 샘이 하도록 하세요."
하지만 어슬픈 내 솜씨는 빠리빠리한 아저씨에게 석고 붕대를 뺏기고 말았다. 그 간호사가 참
고마웠다.그 간호사는 또 내게 성심병원에서 사용하는 약을 모두 설명해 주고 night때에는 집으로
갔다.
그 다음 온 환자는 14살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 남자 아이였다. 난 습관대로 배를 한 번 만져보고
아픈 양상을 간단히 들은 뒤 plain abdomen 을 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올 때까지 내 머리에는 내가
알고 있는 이러한 경우의 여러 질환들을 떠 올리려고 애를 썼다.
필름 상에는 colon이 크게 보이고 부분적으로 장이 커진 것처럼도 보였다. 얘는 그동안 설사를
했다고 하고 내 머리에는 뭔가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가정의학 반희영 선생님을 불러 환자를 보였다. 그 선생님의 Hx에서 난 잊고 있었던 Hx내용을 들을
수가 있었다. CC에 Duration을 적어야 하는 것과 pain의 양상을 자세히 간단히 기록하는 것들을 다시
되새길 수있는 좋은 기회였다.
선생님은 내게 R/O 해야 하는 질병을 떠 올리게 하곤 입원을 시켰다.
또 골치 아픈 환자도 있었다. 술을 마시고 난간에서 떨어져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청년이 친구들과
함께 응급실에 왔다. 보호자는 경기도에 있고 말그대로 치료비를 낼 사람도 없었다.
난 brain CT를 낼까 하고 고민했다. 원무과 아저씨는 환자 보호자도 없고 치료비를 낼 사람도 없는데
18만원이나 하는 CT를 찍을 수 있냐고 내게 말했다. 또 그 환자가 보험이 안 된다면 친구들이 돈을
지불할 수 있겠는가. 간호사는 CT를 찍어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난 CT order를 내고 참 괴로왔다. 정말 환자가 대책없는 사람일 飁는 어쩌지......
환자가 너무 움직여 valium으로도 제어가 안되 CT가 보류되었을飁 속으론 참 다행이었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술취한 아줌마가 실려와 어수선하던 것........
호텔 직원이 다리를 다쳐 호텔 관계자 앞에서 필름을 보고 Fx가 없다고 말하던 그 순간들.....
회먹고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Tiropa와 valium을 권했다. 이게 들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새벽 3시 반부터 아침까지는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곤 졸업식에 참석하고 바쁜 하루를 보내었다. 참 이 날 오래 고민하던 일 한 가지를 해결할 수
있었다.
1996.2.28 수
해운대 성심병원 3일째가 되었다.
낮동안 아니 확하게 말해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5시에 간호사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말할 때까지 난
3층 당직실에서 내과 교과서 표와 그림을 노트에 옮겨 붙이는 작업을 하였다.
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어서 이 일을 하는 동안 참 시간을 유용하게 보낸다는 생각을 하였다.
저녁 때가 되어 인턴의 세상이 왔다. 첫 환자는 골목에서 차에 부딪혔다는 아이였다. 오른쪽 발목이
퉁퉁 부어 있었고 난 TA라 일단 X-ray order를 냈다. 나이는 10살이었다.
"Rt. tibia AP&Lat/ Rt. Knee Ap.&Lat / Rt. ankle Ap& Lat" 이렇게 order지에 적고 있는데 간호사가
한 마디했다. "선생님 아이인 경우에는 Both로 order를 내는데요...." 모르는 할 수 있나
난 Both로 바꾸었다가 cost가 많이 나올 것 같아 Lt.ankle은 제외 시켰다.
속으로 Fx가 없다면 예정된 수순을 밟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환자의 film을 view box에 걸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일단 10살이라 metaphysis가 보이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고 다친
발목과 그렇지 않은 발목, 모두가 bone의 cortical continuity가 disruption되어 있었다.그리고 다친
쪽에는 그 정도가 더 커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는 날 보고 있고 오랫동안 film을 본 후 난 Fx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정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옆에 있는 아저씨도
이상하다라고 말했지만 단정을 못하고 있었다. 가정의학 선생님은 안 계셨다. 이럴때 Fx라고 결말
짓는 게 나아 보였다. 바로 admission의 수순을 밟았다. 난 또 admission order를 적었다. 환자는
H/S을 달고 pridinol과 Rodidin을 맞고 병실로 올라갔다. 내 맘 한 구석에는 참 뭔가 찝찝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날 보고 "응급실 당직의사닙까"라고 말하더니 자신을 김홍기라고 소개하면서
환자를 보내겠다고 얘기했다.
간질환에 복수가 찼다나.......난 전화를 끊고 응급의학 책을 뒤적였다. ascitis라면 아마
간경변증이겠지.......... 그리고 간경변증의 치료등을 읽었다. 올라가서 harrison을 가지고 내려와
복수의 치료편을 읽었다. "bed rest"가 뇨량을 증가시키고......
식염이 적은 식사를 해야 하고 (난 이 말을 몰라 간호사를 통해 식당에 전화까지 했다. 듣고보니 아차
하고 기억이 났다.---low salt diet) 그리고 spironolactone등을 주어야 하고 fluid는 sodium을
줄이기 위해 생리식염수는 달지 말고 5%DW를 달고..........
그러고 있는데 그 간질환 환자가 왔다 . 환자를 보자 마자 황달이 심함을 알 수 있었다.
노란 얼굴......... 난 admission order를 아까 생각한대로 적었다. 그런데 spironolactone 25mg
qid를 적으려니 aldactone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들은 나의 이 겁없이 모르는 약
order내는 것을 보고 있진 않았다. "선생님, 자세한 것은 병실에 가서 resident 선생님이 order를
내실 건데요..." 그래 그게 났겠다. 일단 chest와 Plain abdomen을 내고 환자의 고신의료원 CT를
보았다.
ascitis만 보였고 특별한 걸 찾진 못했다. 이때 간호사 하나가 전화를 받았다면 원장님인데 그 간환자
지금 레지던트 선생님이 열심히 볼 수 없으면 입원 시키지 말라고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잠시 가정의학 남자 선생님께 보고가 되었고 난 환자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선생님이 내려오시는
동안 난 대학에서 배운 "Physical Exam"으로 chart의 P/E란을 채우려고 노력했고 과거 병력,
사회력등을 질문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적은 chart를 가정의학 선생님께 보여 드릴 수 있었다.
(이렇게 해 놓으면 좋아하시겠지..........라는 생각으로)
선생님은 CT를 보시곤 LIver내의 mass를 의심하는것 처럼 말씀하시고 pancreatic head ca.
이야기도 하셨다. 그리고 order를 내는데 난 이뇨제를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웬 걸.............
선생님은 Hepa... 뭐라고 하는 아마 간부양제 같은 걸 쓰는게 보였다. 그리고 별 다른 order는
없었다.난 조용해진 후 선생님께 왜 이뇨제를 안 쓰는가 물어 보았다. 답은 또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래도 교과서에는..............
그리고 난 응급의학 내 간이 안 좋은 환자에게 해야 하는 것들이라는 표를 가리키면
lactulose사용이나 cimetidine을 이용한 stress ulcer대비가 어떠냐고 물었는데 선생님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경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mass에 의해 황달이 급작스럽게 생긴 것으로
보시는 것같았다. 그래...........
15일만에 황달이 이렇게 심해지고 TB가 17, AST가 170정도라면 옛날의 간염경력이 있다
하더라도 간경변보다 Mass에 더 가능성이 있는지 몰라............
선생님은 내게 Jaudice를 야기시키는 mass lesion에 대해 책 찾아 보라고 하셨다.
그리곤 laceration환자가 계속 왔다. 해가 지면 리헌 환자 뿐이다. 진단서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밤 11시가 되어 한 국민학생이 어른들과 함꼐 왔다.
CC는 입안이 붓고 아파 밥을 못 먹는다는 것이다.구강 점막내네 Whitish patch가 군데 군데 보였다.
아.......이건 아구창(Thrush)인 것 같았다. 그것 까지는 좋았는데.....이 아이는 URI로 치료를 받고
있는 chart가 있는 환아였다. 난 아구창의 원인이 streptococcus라고 생각하고 강력한 PC제제를
간호사에게 묻고 보험 단가가 4000원이 넘는 Unasyn을 처방했다. 한 Vial은 750만 단위라는데 400만
단위로 처방했다.
그리고 한참 생각을 해보니 내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에 그냥 ampicillin 주사약은 없느냐고 물어 보니 "샘... 있다고 했잖아요....." 아이구야...
꼬마에게 이렇게 센 약을 쓰다니 ......ampicllin을 줄걸 ...............이 병원의 약에 대해 난 아직 잘
모르고 있었다. 아까 페니실린 계 주사약은 없냐고 물어보니 없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cephradine이나 cephamandol을 주긴 겁이나 LM을 줄 것을 괜히 Unasyn을 주었다 싶었다.
이 malpractice의 현장에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나타났다.
내게 무슨 환자냐고 물었다. 난 아구창인데............ 라고 더듬으면서 "이 아이가 항생제를 맞는
아이라 좀 강력한 항생제를 씁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야. 아구창이면 곰팡인데 웨 항생제를 쓰냐............" -----------아.... 하늘이 노랗고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난 왜 이리 잘 모르지...........
harrison에는 candidiasis로 나와 있었다. 가정의학 선생님께 부끄러웠다.
그리고 천식 환자가 들어왔다. 오늘 만 병원에 3번 온 것이란다. 이 환자에 대해서 이학적 검사를
CHest:coarse breathing sound C rale라고 만 적고 CC에 dyspnea, wheezing이라고 적어 rale,
wheezin이 다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셨다. Wheezing이 뭔지 모르고 있다고 선생님은
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소아과 책을 보라고 하셨다.
환자의 전신 이학적 검사를 다시 실시하라고 하셨다. 오랜 만에 전에 대학병원 chart에서 본 적이
있는 이학적 검사 항목을 생각해 내 공란을 채웠다. 그리고 가정의학 선생님과 한 30분간 실력 있는
의사가 되는 길에 대해 들었다. 결국 결론은 이학적 검사를 착실하게 하는 의사가 훌륭한 명의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교훈을 얻기 위해 오늘 내가 지불한 정신적 충격을 대단한 것이었다. 머리도 많이 아팠다.
밤에는 고열의 아기가 어머니와 함께 왔다. Tepid massage를 시행하였다. 그리고 BRF을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응급처치니까...........
1996.3.2 토 #4
어젠 혜영이를 잠시 만나기도 했다.
오늘부터는 정식으로 인턴으로 임명된 셈이다. 세금 공제 신고서도 가져다 주어야 하고........
영락이와 이제부터 우리 둘이서 응급실의 first call을 받기로 했다. 주일이고 뭐고 계속 24시간 근무
그리고 24시간 휴식 체제로 들어가는 셈이다.
낮동안 응급실에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4시 반에 내일도 당직을 하기로 되어 다른 임시 선생님과
교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올 때 140번을 탔는데 더 복잡해 보였다. 차를 1시간 이상씩 타는 게
나에게는 너무 고역이다.
1996.3.3 일 #5
오늘 아침은 일찍 나오려고 했는데 항상 10분씩 지각을 한다.오늘은 수건과 치약 치솔을 깜박 잊었다.
여기 당직실은 좀 꺼림칙한 곳이다.
기침도 나고 건조하고 심심하고..........
오늘은 응급실보다 2층 ICU, 3층, 5층, 8층 병실에서 consult가 많이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병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다룬 경험이 없는 난 참 말 하는 법을 많이 연구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환자 보호자가 자꾸 병원을 나가겠다고 할 때 난 뭐라고 말해야 할까.......
특히 8층의 두부 외상 환자는 계속 투통을 호소하는데 dexamethasone과 pridinol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HCC환자인데 복수가 가득차 dyspnea가 있는 환자에게 catheter를 설치하기도 했으나
나중에 환자가 아프다고 하여 다시 뽑기도 하고 ICU의 order없는 환자에게 order를 내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지 막막해 앞 chart의 po약을 주었는데 그 환자가 NPO인 걸 나중에 안 것 등이
문제였다.
asthma환자에게 fluid에 AMP250mg이라고 수액병을 살짝 보고 order를 내리기도 했다. 이전d에
하던 것을 계속 하게 하면 될 것을 ...................................
Ward 에서 혼자 CT를 보기도 하고.......... order를 냈다.
NS과장님이 응급실에 오시자 난 8층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 여쭈었다. 우연히 그 분은
동아고등학교 19회 였다. 그 분은 내게 그러한 경우의 처방을 대여섯개 써 주시고 가르텨 주셨다.
cerol 250cc IV bid를 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가정의학과 반희영 선생님은 CC와 PI를 자세히 풀어 적으면서 문진을 통한 approach를 얘기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자꾸 적으며 묻게 되면 묻는 이도 감을 잡아가게 되고 생각을 자꾸 하게 되고
말해주는 사람도 의사의 성의있는 자세에 성심껏 답하는 것을 느꼈다.
소아의 열, 복부통증, 가슴통증 모두 자세한 pain character를 이제 부터 적어야 겠다.
밤에는 해운대 무대의 힘좋은 아저씨들이 오늘은 많이 왔다. 모두 칼에 맞은 사람이나 찢겨진
사람들,,,,,,입원을 밤에 6명이나 시켰다.
상처입은 사람들의 부인들이 모두 미모의 젊은 여성이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폭력적이고
우발적인 사람과 어떻게 결혼할 생각을 했을까..........
무엇보다도 오늘은 주일 날인데 교회 가지를 못했다. 응급실을 비울 수가 없어서라는 것이 가장
정직한 답이다. 내가 해야 할일 ...특히 다른 환자를 돌보는 일이 내 예배 시간을 막은 것이다.
이전까지는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 지 당황되었고 , 비슷한 현국이의
삐삐를 듣고 더 그랬다.
주일 날 예배드리는 것이 참 소중한 시간인 것을 .....................
응급실에서 이제 lab을 좀 내어야겠다.
1996.3.5 #6
오늘 day 간호사는 이은미 간호사였다. 나보고 3층에 가서 쉬라는 말이 참 고맙게 들렸다.
오전 내내 쉴 수 있었다. 다행히도 day(아침 8시에서 저녁 7시)동안에 환자가 2명 밖에 오지 않아
모처럼 쉴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지난 주일 혹사를 한 것이 주효한 것 같았다. 얼굴에도 여드름 같은
것이 나고 몸도 많이 피곤했다. 오전 내내 자고난 후 처음으로 3시쯤 call을 받았다. 내려가보니
실습을 돌고 있는 간호 학생이 수면제 40알을 먹고 배가 아프다고 누워 있었다.
여학생이라 이학적 검사하기도 그렇고 해서 가정의학과 반 선생님꼐 연락했고 선생님은 내려 오셔서
여학생을 다그치듯이 물으셨다. " 왜 먹었니,............?" 약간은 짜증스럽지만 무섭게 묻는
물음이었다. 학생은 여선생님이 오시니 마음을 놓은듯 울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알 씩 약국에서
구입했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다 안 계시고 .......언니가 하나 있는데 언니가 구박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습도중 그 수면제를 어제 밤 12시쯤 먹었다는 것이다.
무서운 아이들.........반 선생님도 고개를 흔드셨다. 난 보기가 참 딱했다. 응급실 학생에게 친구가
많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 학생에게는 친구가 필요한데........라고 얘기해주기도 했다.
시간이 12시간이상 되어 larvage를 실시하지는 않았다. 통상적으로 약물을 먹은 이런 경우는
환자에게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마라는 경고의 의미로도 larvage를 실시하는데 이 얘는 너무 시간이
경과해 할 수 없었다. 특히 산이나 염기를 먹은 경우 우유를 몇 L정도 먹여서 토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반선생님은 말씀해 주셨다.
다시 3층에 올라가서 쉬다가 5시가 넘어 내려와 보았다. 아무도 환자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반선생님이 계시고 내과 1과장(진료부장)이 있었다. 말을 들어본즉 약국에서 약을 먹고 anaphylatic
shock을 일으켜 온 것이었다.
반선생님은 내게 무슨 환자같냐고 물어보신 후 anaphylaxis의 증상을 말해 보라고 했다. 난 다 말할
수 없었지만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일단 dyspnea, flushing, edema, itching sensation, urticaria,
chest pain, abdominal pain, voice change , BP는 주로 떨어지고 올라가기도 한다...
과장님은 BST가 212로 나오자 NS으로 바꿔 달고 AMP 5cc를 mix하셨다. 그리고 dexamethasone과
내 solucortef를 사용하셨다. 환자의 keep은 내 역할이었다.
저녁에는 청년 하나가 목이 생선 가시가 걸렸다면서 왔다. light를 비쳐 보니 보였기에 핀셋으로
꺼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진료비가 8.000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료비 6.400원에 의료행위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펄쩍 뛰었다. 그가 가고 나자 원무과 아저씨는 내게 그럴때는 좀 어렵게 뽑아내고 주사나
po약을 주어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가 그 돈을 내겠냐고
하면서...........생선가시가 박혔는데 항생제를 주라고...........
밤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 일대를 시끄럽게 하는 남녀고등학생이 실려왔다. 시속 120km로 달리다
앞차 문짝을 박았다고 한다.어리게 보이고 여학생은 인물이 안까왔다.
남학생의 Rt. ankle 을 보고 난 특별한 Fx을 찾지는 못했다. 그런데 간호사는 예리하게 실같은 line을
잡아내었다 .그리고 환자의 swelling을 부위와 match시켰다. 그래 Fx를 진단할 때는 반드시 임상적
증상과 함께 보아야 한다..........이게 이렇게 중요한데......난 그 때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필름만
보고 있었다.
간호사는 6년 여기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래도 참 대단해 보였다.
밤에는 좀 학문적 접근이 가능한 chest pain과 abdominal pain환자도 왔다.
chest pain 환자의 이학적 검사에서 난 특별한 것을 발견 못했고 일단 EKG를 보고 분명 lung이나
esophagus가 아닌 것 같아 일단 아파할때 NG을 사용했다.
나중에 그 아줌마는 남편과의 갈등을 이야기했다. 남편이 배를 타는데 그 아줌마는 남편이 배를 타고
돈을 벌어오지 않는 것이 불만임을 이야기했다 원무가 김선생님은 그 아줌마가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다.
abdominal pain환자도 많다. 무엇보다도 음식먹고 배아프다는 사람이 많다. 이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새벽 4시 반쯤 오랜 만에 환자가 밤에 안 설친다 싶어 단잠을 자는데 날 깨웠다.
환자가 왔는데 9살 여아였다. 얘는 배가 아프다고 이야기하는데 소리지르는 정도는 아니였다
일단 LLQ.RLQ,periumbilical pain이 모두 있었고 N/V=(+/-)이었다 변은 어제 한 번 보았다는
것이었다.
plain abdomen을 보았다. 부분적으로 장이 확장된 정도 외에 별 소견은 없었다. 간호사의 말로는
stool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glycerin enema 30cc를 실시했고 잠시 후 환자는 화장실에
다녀온 후 좀 낫다면서 집으로 갔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과 학생도 밤에 눈을 비비며 나와야 하고
모두 고생했다.
그런데 나중에 안 것인데 간호사들은 그 밤에 잠을 못 잤다는 것이었다. 일전에 간호사가 주위
불량배에게 맞아 그 불량배를 고소한 적이 있는데 그 일당이 간호사만 자고 있는 응급실에 들어와
간호사를 위협하고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방사선 필름을 찾으러 간
사이에 응급실에서 큰 소리가 들렸고 간호사가 피해 오는 것을 보았다.
밤에 이런 일을 당하면 사실 좀 무섭다. 그 간호사가 참 위대해 보였다. 그리고 활달한 성격이 참 좋아
보였다 .예수 안 믿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참 신선하고 서글서글하고 일을 잘 처리하는 야간 응급실이
요구하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난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지난 밤에도 간호사 2명과 방사선 학생이 함께 보여 학문적인 이야기도 하고 인생이야기도 했다. 야간
응급실의 이 분위기가 참 좋다. 이 일이 내 맘에 든다.
비록 잠은 못 자도 불량배들 때문에 새벽에는 내가 당직실에 못가고 간호사 곁 응급실에서 함께
자더라도 이 분위기와 이 일이 참 마음에 든다.
밤에는 head trauma로 15번이나 꿰맨 사람의 가해자가 있는 파출소에서 내 주민등록번호와
나이등을 물었다. 내 나이가 26이라고 하니 놀라면서 "intern입니까?" 하고 아는 척을 했다.
내 과가 뭐냐고 묻기도 하고.............. 경찰서에서도 의사 나이가 너무 젊어 놀라는 모습이었다.
1996.3.7목 #7
나이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응급실을 방문했다. 할머니는 배가 아프다며 고통스러워 하셨고
할아버지는 안타까운 눈으로 "방금 병원가서 X-ray와 피검사를 받고 주사맞고 약까지 받아 오는 길에
계속 배가 아파 응급실로 들어왔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시간은 4시 30분........... 당직실에서 연락 받고 누굴까....... 하며 나와서 이 사태를 보며 난 일단
이학적 검사를 했다. 할머니의 아픈 부위는 Lt. iliac crest상방 2finger정도의 부위였고 localizing이
있고 vomiting이 동반된 pain이었다. 지금 생각하는 radiating여부를 물어보지 못한 것 같다.
처음과 똑같이 continuous하게 아프고 rebound tenderness는 없었다.
난 appendicitis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위치와 Hx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장
고려병원을 거쳐 왔기 때문에 appendicitis정도는 방사선과 혈액학 검사까지 했다면 발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일단 다시 tiropa를 써 볼까 하는 생각과 함꼐 다시 방사선학적 review를 할까 ........ 여러 생각에
잠겼다. 이때 신연옥 간호사가 말했다. "UA"한 번 해보지요.......난 아차 싶었다. stone일 수가
있겠구나......
stone이면 아주 아픈데........ 신간호사가 말했다. 앞 병원에서 주사 맞았다잖아요... 아마 약기운 문에
아픈 것이 좀 덜할 수 있을걸요..........
난 즉시 UA order를 내고 힘들어하는 할아버지를 안심시킨후 R/O할 수 있는 질병을 생각했다.
이것이 acute한 episode이기에 다른 것은 생각할 게 별로 없었다.
난 2층 임상 병리 검사실로 가 보았다. 응급실에 가만 앉아 있기엔 답답했다. 당직 선생님이 현미경을
보고 있었다. "RBC가 많이 나오는가요?........" 이 물음에 "예........"하고 말하며 sample이 상당한
cell들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Hemoglobin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Hb이 많이 나오면 Upper의 병변인데...........
난 병리 검사실내의 어디선 들어본듯한 시약들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잠시 후 현미경에서 눈을 뗀 여
병리기사는 내게 "한 번 보실래요...."라고 말하고 판독지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오랜 만에 현미경을 보았다. 투명한 원형들이 전 시야에 보였다. 아마 RBC와 그 조각들이겠지
4-5개의 WBC인 것같은 cell들이 보였다. " 난 WBC가 이 field에 4-5개 보이네요..."하고 아는 척 했다.
그리고 판독지를 보니 역시 이러한 소견이 적혀 있었다.
판독지를 들고 모두가 기다리는 응급실로 와 반 선생님꼐 보고 했다. 주 증상과 함꼐 UA 소견을
이야기하자 반선생님은 수긍하는 듯했다. 그리고 pack을 했는지 내게 H/s 2L와 IVP,U/S. NPO 시켜
달라고 했고 demerol을 써도 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여기서 난 많이 배웠다.
난 아직 면허 번호가 없다.
난 admission order를 적었다. H/S을 빨리 틀어 hydration이 우선이라는 얘기를 간호사에게 하고
demerol을 맞아도 아픈 할머니를 데리고 방사선과로 갔다. 이세환이라는 방사선과 아르바이크
당직(지산간전)학생이 잠을 깨고 나왔다. 난 KUB와 chest를 찍고 암실에 함께 들어가 보았다.
대학에서는 잘 보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난 sacroiliac line을 ureter로 보기도 했다. 참 적응이 아직 안 되는 방사선 판독이였다.
세환(나와 동갑)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 밤 또 간호사와 세환이와 우린 한 3시간을 모여 앉아 사람과 사랑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나의
해부학 실습경험과 간호사의 local 산부인과 이야기로 꽂을 피웠다.
사실 이날 낮에 성숙경 간호사의 IV방침에 쉴 수가 없어 좀 피곤했지만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은
말짱했다. 낮에 방사선과 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84세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BP가 안 잡히고
chest청진상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다.
잠시 CPR도 했었다.
수없이 오는 laceration 환자.
멀쩡한 사람인데 사진과 suture후에 돈이 없다고 약 30.000정도의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있었따. 난
김선생님과 옥신각신 하는 것이 보기싫어 간호사 가 있는 곳으로 가 속으로 내 돈 28.000을 빌려
줄까 하고 생각도 하곤 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그 사람이 돈을 내고 갔다는 것이다. 먹는 약도 안 가지고.........
참 이상한 사람이다. 왜 돈이 없다고 했을까..........정말 돈을 안 낼 심사였다고 생각하니 내게는
이것도 적은 충격이었다. 참 세상엔 이상한 사람도 다 있다.
이런 사람이 병원이 불친절하다고 욕한다면 참 신경질이 날 것 같다.
1996.3.9 토#8
이 날 근무 후 일찍 나왔지만 집에서 깜빡 조는 바람에 예배시간에 지각하고 말았다.
1996.3.11월 #9
appendicitis를 의심하는 24세 여자 , menstruation이 어제 부터 있었고 epigastric pain과 RLQ
pain이 있었다. 난 CBC와 X-ray를 보면서 혹시 appendicitis가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 사실
마음속에 설마.....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N/V은 없었다.
5%DW에 buscopan과 GM을 주고 난 후 난 가정의학과 선생님을 call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반외과 한상호 과장님과 가정의학과 반희영, 안세환 선생님과 이게 충수돌기염이 맞는지 아닌지
내기를 걸었다. 레지던트 10.000 인턴 3.000 수술방에 6개월 정도만에 들어가 빨갛게 부어오른
충수돌기 (둘째 손가락 같은 )를 확인할 수있었다. 수술이 끝난 후 응급실에서 모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판돈으로 족발을 사놓고........
밤에 chest pain환자가 와서 청진을 해보니 irregular한 rhythm이 느껴졌다.
사실 지금까지 청진 중 이렇게 불규칙하게 뛰는 박동은 들어보지 못했다.
난 EKG order를 내리고 이것이 atrial arrhythmia일 것이라는 것을 가정의학과 선생님과 함께 생각해
내었다. P 파의 모양도 일정하지 않았고 interval의 variation도 매우 크게 보였다.
(난 요즘 내가 가진 지식이 새로 점검되는 것을 느낄수가 있다.
난 이 EKG를 보고 0.16초 이상 변이가 있을 때 진단하는 sinus arrhythmia를 생각했다.
하지만 안 선생님은 Lead II의 P파 모양이 정상이지 않고 겹쳐 있는 것을 지적하시면서 불규칙한 심방
박동,,,,,,,,,,,,,,즉 atrial arrhythmia를 이야기 하셨다.
이 때가 2시 반 정도 이때 부터 5시 반 까지 환자가 오지 않았다.
여기와서 처음으로 편안한 밤을 보낼 수가 있었다.
비록 청진기가 없어져 걱정을 하긴 했지만................
해운대 성심병원에서는 예수믿지는 않지만 참 마음을 터놓은 교제를 가질 수 있었다.
낮 동안에 성간호사와는 왠지 가깝게 지낼 수는 있었지만 진실하진 못했지만 밤의 장정자 , 신연숙,
이은미 등과는 갈수록 정이 들어갔다.
이들이 열심히 성심병원을 지키는 한 이 곳의 야간 응급실은 든든할 것 같다.
그리고 지산 간전에서 수업을 받으면서도 밤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세환 이도 오래 기억이 날 것
같다. 오래 예수를 믿은 모태 신앙이지만 날 보며 다시금 예수믿는 생활을 생각해 보았다는 인상이
참 좋은 형제다.
일반외과 과장의 술 을 먹고 난 후 늘어놓는 예수타도론을 들으며 왠지 또 하나의 모태신앙 출신의
잃어 버린 영혼을 보는 것 같았고 예수를 믿게 해 주신 하나님꼐 참 감사가 나왔다.
3/14일 날 장간호사가 사탕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농담이 섞인 말투이지만 6년 을 이 일 하면서
방통대학 국어국문을 졸업하기까지 한 그 속에 있는 신념과 긍정적인 사고를 엿보게 할 수 있었다.
1996.3.13수 #10
이 병원에서는 환자운반까지 간호사의 몫이다. 인턴 선생인 내가 환자를 운반하자 장정자 간호사는
무척 좋아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 ..... 이것이 내가 할 일임에 분명하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니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기회가 더욱 많아지는 것 같아 참 기쁘면서도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며 이 사회가 우릴 얼마나 악하고 기회주의로 만드는지 느낄 수가
있었다.
오늘 2내과 과장님께 anemic conjuctiva란 말을 병력지에 적었다가 그게 아니어서 창피를 당했다.
매사에 신중하게 처리하고 추측은 금물이다.
간호사의 부탁과 약품통의 이름까지 내가 다시 기록해 오기로 했다.
새벽 4시 30분에는 할아버지의 변비때문에 난 finger enema를 하게 되었다.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muscle contusion으로 오는 사람은 Fx가 없어도 splint를 해야 한다는 사실과
복통이어서 plain abdomen을 찍었는데 작은 air-fluid level이 보여 난 어떤 형식이든 폐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정의학과 선생님의 말로는 이건 별거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침에는 posterior fat pad sign이라는 것을 구경했다. Rt. elbow AP&Lat이 환자의
pain 때문에 바로 찍히지 않았지만 명백히 보였다. 정형외과 이영수 과장님은 카톨릭대 전임강사
출신이어서인지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
med, epicondyle과 olecranon proc,.와 radius의 head사이의 중간점으로 난 needle을 넣을
수있었다. 그리고 당겨보니 끈적끈적한 피가 나왔다. amount, color ,viscosity, turbidity 등을
기록했다. 관절낭속으로 처음으로 needle을 넣어 보았다.
1996.3.15금 #11
지난 번에 abdominal pain환자에서 보인 작은 air-fluid level에 대한 소견을 물으러 방사선과장님을
찾았다.(능동적인 모습) 과장님은 그 정도는 별 의미 없다고 하셨다. colon에 물이 차 있을 수도 있고
약간의 enteritis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ER로 허리 아픈 환자가 와서 모든 evaluation을 마쳐 놓고 정형외과 과장님께 알리려 가니 과장님이
아픈 곳이 bone인 muscle인지 ligament인지 물으셨다. 잘 describe해야 겠다.
오늘은 정말 환자가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지 환자도 적었고 성간호사도 off였다.
성간호사는 좋은 사람, 즉 순한 사람을 예의있게 대하지 않는 것 같다. 순한 사람은 막 부리는 게
아니라 대우해주면서 말도 조심해야 하는 법인데... 내가 여린 것을 알고는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참
안 좋다. 난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신연옥 간호사에게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과 내가 사는 이유등을 나 중심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신간호사는 관심있었지만 십일조 같은 것에 대해 막혀 교회로 오지 못하는 것 같아 참 안타까왔다.
아예 일단 십일조를 내지 않으면서 교회에 다니라고 말할 것을 ,,,,,,,,,,
난 내가 자유롭다고 했다. 빠른 물살을 건너는 것을 비유하면서.........
밤에는 장간호사와 새로 온 분과 함께 기억에 남는 사랑이야기를 했다. 난 이자리에서 시자 이야기를
해주었다. 모두다 가슴 아픈 아름다운 이야기라고들 한다.
그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모두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신이 없어 보였다. 내 위치가 이렇게
부족한데 난 그 사람에게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난 모두에게 축복받는 결혼식이 아니면
싫은데.........
모두다 그 사람이 자신을 붙잡아 주기를 원했다. 새로 온 그 분은 결혼을 하였지만 지금 자존심을
잃어 버린 그 남자에게 너무 힘들어서 이전에 안 남자의 신발을 바로 놓는 그 배려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하고 내게 말했다 그 남자에게 내가 필요할 것 같아 결혼했다는 그녀는 마음속에
남편 아닌 자신에게 사랑을 준 그리고 자기가 좋아한 남자에게 자신의 순정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날이 밝자 우린 그 여세를 모아 기장 일광 일대를 드라이브했고 달맞이 고개의 언덕위의
집에서 차를 마셨다. 오늘은 해운대 성심병원의 마지막 날이다. 성심병원에서 만난 쾌활한
간호사.남자이야기를 좋아하고 야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지만 그 속에서 있는 착한 면과 거만하지
않음으로 인해 나와 자유롭게 인생사와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좋은 사람들이다. 꼭 한 번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어느 날 밤에 찾아가야지......김치를 들고 라면을 들고,,,,,,,,
예수를 믿지 않음으로 난 종교적인 관점의 깊은 이야기를 조심해야했다.
아무리 같은 환경이라도 성격이 참 차이가 났다. 이은미나 성숙경 간호사의 양 극적인 면보다 신연옥
장정자 간호사가 머리에 참 많이 남는다. 방사선과 이세환과도 삐삐 번호 교환을 했다. 참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다.
나보고도 인상이 좋다고 하지만 그의 인상이 더 호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