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맡은 첫 환자들....

1997. 3.. 31 월
오늘부터 내 환자가 생긴다. 3명 .............
IDA 엄외숙  ITP 주경희 AIDS 김두경 씨이다.
얼마나 기쁘고 좋은지..............
밤에는 김두경 씨가 계속적인 치료를 받기위해 혼자 Hydrocatheter를 Keep했다.(6번째)
4번째 하다가 Pneumo를 김도준이에게 만들고  많이 괴로왔다..........써클 신입생 환영회를 참석하지도 못하고..............
5번째  이복규 환자를 성공하고 자신이 붙었지만 김두경씨의 야윈 몸이 도준이을 연상시켜 그 앞에서 혼자서 몇번이고 망설이다 혼자 준비하고 성공시킨 것이었다.
기뻤다. 혼자서 했다는게.........한 번은 넘을 산이니까.....
치방에 가니 승익이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몇 자 쓰고 보람찬 하루를 마친다.

 

1997.4.1화
아침에 홍선생님과 함꼐 하는 rounding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2시간 정도 누워 있다가 응급실  환자의 보호자를 만나기 위해 나왔다.
피부과에 대학원 report, 아미 사진관의 전공의 사진. 도서관에서 ET논문....작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은 시작인 charge생활..........
응급실로 hemolytic anemia환자가 와 solucortef과 r-globulin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밤에는 의국에 앉아 ITP를 current therapy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었다. 지식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난 나의 선택에 만족한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생활 아닌가........
적당한 환자............공부할 수 있는 시간........사랑스러운 친구.,,,,,,,,,,,,,,

 

1997.4.2수
캄캄한 당직실에 삐삐가 울렸다. 내 삐삐소리가 자고 있는 나의 바지 속에서.......
맨 오른쪽 단추를 누르면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맨 왼쪽 단추를 누른다."7590"
왼쪽으로 내려가면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현국이가 바로 내려가라고 얘기하는 걸 들으며 전화해 보니 lung ca에 pneumonia가 겹친 이복규씨가 숨이 차서 전화한다는 것이였다. 산소는 물론 하고 있고..........내게 원하는 게 뭘까........난 올라 간다고 말하고 침대위로 올라가 넥타이와 조끼를 챙기고  10층으로 올라갔다. 그 사이 9층 화장실을 거쳐............
워드는 조용했고 그대로 1036호로 들어갔다. 이복규 씨가 눈을 뜨고 누워 있었다.
숨이 차다는 것이었다. 폐염으로 산소 포화도가 많이 떨어져 있겠지................난 말로 위로하고 혀와 입술을 찬 물로 축이라고 보호자에게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산소를 분당 5l정도로 올리라고 얘기할 것 그랬다...........)
마치고 병동 프린터 위에 이번에 새로 시작한 전산화 환자 식단 청구를 보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응급실 입구로 내려왔다..........집에 가기 위해서이다..........
입구에는 병동 환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많이 와 있었다.문을 열고 나가보니 차가운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얼른 문 안으로 들어와 밖을 보았다. 어둠 속에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오랜 만에 비.............비를 맞고 집에 가기로 결정하고 아침 공기를 느끼며 내 맘이 촉촉하게 내리는 비에 적셔지는 것을 느끼며 집으로 걸어왔다. 그렇게 낮지 않은 기온에 맞는 봄비라 부담은 었다.......얼마전까지 감기로 그 고생을 치루었지만..................
집에 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데 발에 뭔가 채이고. 어머니의 어서 오라는 다정한 음성이 들렸다. 비가 와서 보일러를 돌렸다는 말씀..........방에는 훈기가 가득하고 너구리(영훈이의 애칭)는 여전히 특유의 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창밖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이불 속에 누우라는 어머니 말씀에 누운 요는 폭신하고 따뜻하고 마음에 평안을 주었다. 이복규씨는 숨이 차고 괴로워하지만 난 잠시 쉴 수 있었다...........
나의 젊은 날에 작은 행복인 이 아침을 난 자면서 보낼 수가 없었다. 일기를 쓰기로 하고 ...오랜 만에 목욕탕에 갈 계획이다.
그리고 찬양도 할 생각이다. 아침을 집에서 먹고.................

 

1997.4.4목
내일 입국식이 있어서 그런지 밤에 조용하고 일이 있지 않았다. 입국식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사람보다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는 관점에서 난 지난 번 망년회의 기억을 되살려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으나 의국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날 고민스럽게 했다.
새로운 AIDS환자가 입원했지만 하루종일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hydrocatheter도 넣지 못하고
(8번째인데 동맥으로 들어가고 성공하지 못했다.) 응급실에서 po medication이라도 하지 왜 안했느냐고 정주섭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인턴 근성이 배겨서 그런지 정복남 씨의 endoscopy 처방도 넣지 못했고 이렇게 환자를 방치해 두기도 한 것이다. MRI를 찍어야 된다는 신경과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order를 내고 ...........


밤의 치방의국은 요즘  늘 붐빈다. 난 마음이 번민스럽고 내일 입국식 일로 내 맘이 걱정되는 것을 보고 찬양하고 싶은 맘이 들었다. 찬양을 하는데 base guitar와 amp. guitar를 동원해 찬양하고 2시가 되도록 찬양했다. 마음이 정리되고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당직실 침대 위에 잠시 눈을 감았다............."하나님. 내일은 입국식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해 주세요."
TPN report 때문에 요즘 계속 낮에 시간이 날 때마다 그것을 해석하고 있다. 대학원 일도 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1997.4.5 금
입국식 가기 전까지 AIDS환자의 김순석 씨의 hydro와 MR부탁으로 정신이 없었다. 내려가는 김광하 선생님을 보고 급히 일을 처리하고 따라 내려갔다.
3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날에 어울리는 날씨이다. 병원 주차장 봉고에 미리 몇 사람이 앉아 있었다.
장소는 송도의 회집 "유자나무 집" 이었다. 효진이 형이 옆에 앉았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소한 술을 권하지는 않으니까...........
자기 소개할 때 술을 마시는 척 하는것과...........몇번의 전체적인 제안 외에 내게 술을 권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위의 사람이 내가 술을 하지 않는 줄 아는 것처럼............
남태수 선생님이 폭탄주를 돌리고 계셨다. 한 번은 하나님 앞에서 고백해야 할 때가 올 텐데..
이 때가 그 때인가..........계속되는 남태수 선생님의 권유로 인해 ............난 술을 마시면 죄책감이 들어 안된다고 말씀드렸다.............그 잔을 안준협 선생님이 마셨다.........참 미안했다.
2차 가는 봉고차 안에서 술을 안 마신다고 창민이 형이 이야기를 했지만 맞은편의 이재승 선생님은 "술은 못 마셔도 잡일만 잘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더욱 열심히 해야지...............
2차는 크라운 호텔 5층 분과별로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스커트와 빼어난 외모.....그리고 잘 빠진 몸매의 아가씨들이 사이사이에 앉았다. 난 내 옆의 아가씨에게 술을 못한다는 이야기와 몇가지 진솔한 이야기를 했다.(난 이 아가씨들이 이런 훌륭한 외모를 갖추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물과 콜라만 마시고 창민이 형의 권유를 몇번 권유하고 돌아가는 폭탄주도 마시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 남태수선생님의 먼저 가라는 말에 홍진희 선생님과 함께 돌아왔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2차에서 얼마나 아가씨들과 잘 놀아 볼까....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내게 하나님을 아는 마음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홍진희 선생님을 보내고 난 범일동 지하철역까지 걸으며 지하철 역 안에서 연신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품어주심을 느꼈다. 험한 시험 물속에서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와 닿았다.
최근 들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사함이 샘솟았다.......하나님이 나의 걱정과 기도를 들으셨구나........
하나님이 어제 밤에 현국이와 원택이와 함께 한 찬양을 들으시고 나의 고백을 아시고 내게 감당치 못할 시험을 허락치 않으셨구나.........
이 일을 넘기고 나니 내과 의국 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마치고 치방의국에 elec.guitar까지 들고가 밤 1시까지 찬양을 하고 ............국수도 먹고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했다. 밤 늦게까지 하나님이 날 도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97.4.5토
자고 일어나니 10시가 넘었다. 혹시나 싶어 7545에 가서 삐삐를 살펴 보았다. 아침에 삐삐 온 것이 한 번 있었다. 김순석씨가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것 때문이었다.
hydro막힌 것을 2군데 뚫고 .이재수 씨를 16gaze로 hydro하고(9번째) 한 사람의 discharge summary와 한사람의 part change summary를 적고 환자를 돌아보고 계속 집에 와 식사하고 찬양을 듣고 쉬었다.
중고등부 주보를 오랜 만에 보았다. 맘에 와 닿는 글귀가 있었다.

반복되는 실수
자신을 향한 미움과 허탈함........
좌절로 덮였을때...........나직히 그리고
간절히 불러본다. 사랑의 본체이신
아바
아버지
나의 영원한 소유자이시며
무너지지 않는 자비의 기둥에
기대어 다시 일어난다.